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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사 '콕 찌르기'] 'WBSC 프리미어 12' 야구대회는 왜 열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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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 박사의 '그것이 알고 싶지?' (1)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번 주부터 칼럼을 쓰게 된 장원재입니다. 논어(論語)에 ‘학즉불고(學則不固)’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배운 사람은 혹은 배움은,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법이다’는 뜻입니다. 공부할 때 유연한 태도를 가지고 지식을 흡수하라는 뜻이지요. 어떤 사건이나 사물을 탐구할 때, 다른 각도와 시각에서 문제를 비춰보면 그 전에는 보이지 않던 사실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겉으로 드러난 사실 이면에 깃든 진실이나 배경을 알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마주한 현대적 조건을 기준으로 역사적 사실을 판단하거나, 자신의 상황을 중심으로 다른 사람의 언행을 평가하는 일은 마치 입체구조물의 한 면만을 보고 그 구조물의 전체를 알았다고 하는 것과 비슷한 일이 아닐는지요. 이 칼럼을 통해 독자 여러분께 특정한 사건이나 사물을 다양한 각도에서 입체적으로 비춰볼 수 있는 단서를 마련해줄 수 있다면 저로서는 더없이 보람찬 일이 될 터입니다.

“범세계적 스포츠 아니다”…2008년 정식종목 탈락
2020년 도荑첩꽁?재진입하기 위한 사전 작업



야구 이야기로 첫 회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얼마 전 WBSC가 주관한 제1회 프리미어12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이 미국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이 대회가 열린 전후좌우 사정을 탐색하고, 세계 스포츠계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를 살펴보자는 것이 이 글의 목표입니다.

WBSC는 세계 야구소프트볼연맹 (World Baseball Softball Confederation)의 약자입니다. 국제야구연맹과 국제소프트볼연맹이 통합해서 출범한 단체입니다. 두 단체 모두 합치는 것이 서로에게 이득이 된다고 판단한 결과겠지요. 통합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올림픽 종목으로 재진입하는 것입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야구와 소프트볼은 올림픽 종목에서 제외됐습니다. 참가 선수 규모가 2만명을 넘어서면 원활한 대회 운영이 불가능하기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경기종목 수를 제한하고 종목별로 지역 예선을 치러 적정 숫자를 관리합니다. 경기장도 경기장이지만, 참가 선수들이 늘어나면 일정도 늘어나야겠지요. 전 세계 스포츠팬과 미디어의 관심을 감안해 올림픽은 토요일에 개막해서 주말을 세 번 포함하는 15~17일간 일정으로 대회를 마무리하는 것이 최근 전통입니다. 그 이상 일정이 이어진다면 주목도도 떨어지고 운영 대비 수익률도 하락하기 때문입니다.

올림픽의 권위를 넘어서는 스포츠 이벤트는 축구의 월드컵이 유일합니다. 말하자면 축구 월드컵은 단일 품목 전문 브랜드 매장이고, 올림픽은 여러 스포츠 종목이 올림픽이라는 백화점에 입점해서 장사를 하는 것이라고 비유하면 어떨까요. 인류 최대 이벤트라 불리는 올림픽에 참여한다는 것은 해당 종목의 사회적·문화적 권위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다는 뜻입니다. 해당 종목의 인기와 사회적 영향력이 급속하게 늘어납니다. 관련 종목 종사자 수가 불어나고 용품 판매량이 급증하며 해당 종목 전문가들의 사회적 지위가 상승합니다.

그렇다면 야구는 왜 올림픽 종목에서 빠졌을까요?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전 지구적으로 광범위한 지역에서 열리는 경기가 아니라는 점, 다시 말해 세계화가 충분히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이 하나입니다. 두 번째가 소프트볼과의 경기장 규격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야구를 여성용으로 개조한 소프트볼은 좀 더 큰 공을 쓰고 투수는 반드시 언더핸드로 투구해야 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기본 규칙이 야구와 비슷하지만, 경기장 규격이 야구보다 작습니다. 축구, 농구, 배구, 필드하키, 핸드볼, 탁구, 테니스 등 IOC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한 모든 구기종목은 남녀를 분리하기는 하지만 경기장 규격은 동일합니다. 오직 야구와 소프트볼만 남녀 규격이 달랐습니다. IOC 입장에서 보자면 운영비용이 증가하는 셈이지요. 이 두 약점을 보완해서 올림픽 재진입을 꿈꾸는 야구 및 소프트연맹 관계자들의 노력과 자국 내 최고 인기종목이자 메달 획득 전략 종목인 야구를 포기할 수 없다는 2020년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의 의지가 교집합을 이뤄 마련한 대회가 바로 ‘2015 WSBC 프리미어12’입니다. 대회 운영비의 상당 부분을 일본이 부담한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또 다른 국제대회인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을 주관하는 미국은 WBC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이번 대회에 메이저 리거들을 파견하지 않았습니다.

인기 있는 상품을 독점 공급하고 이익을 극대화하는 경우라면 축구가 대표적입니다. 다른 종목이 올림픽 진입에 목말라한다면 축구는 반대입니다. IOC가 매달리는 유일한 경우입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월드컵의 권위를 지키고자 남자의 경우 올림픽에는 ‘23세 이하 선수+연령제한 없는 3명 출전’이라는 조건을 고수합니다. 연령제한 없는 무한 경쟁인 월드컵에 비해 제한 경쟁인 올림픽 타이틀이 그 아래가 되도록 설계한 것이지요. 축구가 빠진다면 올림픽 인기도 타격을 받기에 IOC는 할 수 없이 이 제안을 수락했습니다.

말이 난 김에 추가하자면 올림픽에서 남녀 구분 없이 경쟁하는 종목이 있을까요? 있습니다. 마장마술, 종합마술, 장애물 개인 및 단체에 여섯 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는 승마입니다. 마무리 퀴즈. 구기(球技)로 불리지만, 럭비나 미식축구처럼 둥근 공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구기로 분류하는 종목이 있습니다. 하계올림픽과 동계올림픽에 각각 한 종목씩입니다. 이 종목은 무엇일까요? 이 두 종목에 사용하는 ‘공’은 공(ball)이 아니라 어떤 이름을 가지고 있을까요?

■장원재 박사

장원재 박사는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영국 런던대에서 비교연극사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숭실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으로 일했다. MBC <라디오북클럽 장원재입니다>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인터넷방송 ‘배나TV’ 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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