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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유니클로의 성공 비결] 혁신에 굼뜨고…옷값엔 거품 여전…'한국판 유니클로'는 언제 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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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유니클로의 성공 비결] 혁신에 굼뜨고…옷값엔 거품 여전…'한국판 유니클로'는 언제 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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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 정가판매량 30% 불과
재고 늘어 가격상승 악순환
의류-소재기업간 협력도 부족



[ 임현우 기자 ] 유니클로는 한국에서도 돌풍을 일으키면서 패션시장 1위 자리를 꿰찼다. 유니클로 한국법인인 FRL코리아는 지난 회계연도(2014년 9월~2015년 8월)에 매출 1조1169억원, 영업이익 1564억원을 기록했다. 국내에서 연매출 1조원을 넘은 패션 브랜드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패션업계에서는 해외 SPA가 국내 진출 10년 만에 1조원대 브랜드로 성장한 것을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토종 캐주얼 1위 빈폴이나 아웃도어 1위 노스페이스 등도 연매출이 5000억~7000억대에 머물러 있다. “한국에서는 왜 유니클로 같은 브랜드를 만들지 못하느냐”고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패션산업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유니클로 같은 세계적 패션 브랜드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기획, 생산부터 유통, 마케팅에 이르는 사업 전반에서 철저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패션컨설팅업체 MPI의 최현호 대표는 “국내에도 수십년의 업력을 지닌 저력 있는 패션기업이 많이 있지만 ‘대기업식 마인드’에 젖어 SCM(공급망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혁신에는 굼뜬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니클로는 2~3년 전부터 상품을 기획하고 생산량의 90% 이상을 팔아치우는 정밀한 상품 기획력을 갖추고 있다. 반면 유니클로의 대항마를 표방한 이랜드 ‘스파오’, 삼성물산 ‘에잇세컨즈’, 신성통상 ‘탑텐’ 등은 이 수치가 70%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클로가 저가 전략으로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의류시장에 만연한 가격 거품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백화점이나 대리점 등 1차 유통시장에서 정가로 팔리는 제품은 30%가량에 불과하다. 이런 가격 구조는 재고량을 늘리고, 재고 보관과 관리 비용을 다시 원가에 포함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정가에 팔리지 않은 60~70%는 아울렛과 홈쇼핑 등 2차 유통시장으로 넘어가 30~90% 가격이 할인된다. 이런 유통구조가 소비자의 가격 불신으로 이어졌고, SPA로 발걸음을 돌리게 한다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중견 패션업체 중에서는 아예 정가를 비싸게 부풀려 놓고 높은 할인율을 적용해 소비자의 착시를 유도하는 이른바 ‘업태그(up-tag)’ 관행을 버리지 못한 곳이 아직도 많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 대표는 “패션사업에서는 재고 부담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실적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라며 “단순히 디자인을 개선하거나 가격만 조정하는 전략으로는 힘들다”고 말했다.

혁신적인 신상품을 개발하기보다 유니클로 히트작을 베끼는 데 안주하는 곳도 적지 않다. 히트텍이 유행하자 ‘보디히트’ ‘웜히트’ 등 10여개의 비슷한 이름의 브랜드가 쏟아진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한 업체 관계자는 “토종 패션기업과 소재기업 중에선 각자 분야에서 세계적 노하우를 가진 업체가 많은데도 협력하는 사례는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중화권에서의 한류 열풍 등에 힘입어 국내 소비재 업체의 해외 진출 전망이 밝아지고 있는 만큼 패션기업도 적극적으로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욱준 삼성물산 상무는 “최근 K팝과 K뷰티가 호응을 얻고 있고 K패션의 성공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며 “일관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 적극적으로 해외를 공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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