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 고위급 회의' 설립
지하철·통신망 등 참여 논의
[ 장진모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체코 프라하에서 체코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비셰그라드그룹 4개국(V4)과 정상회의를 열고 한국과 유럽 국가 그룹 간 최초의 다자 정상협의체를 출범시켰다. 박 대통령은 이들 4개국과의 정상회의 직후 △한-비셰그라드 간 정치 및 경제협력 강화 △한반도 평화통일 △테러·기후변화 대응 등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부문은 유럽의 생산기지로 부상한 V4 국가의 인프라시장에 우리 기업들이 적극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5개국 정상들은 고속도로 철도 지능형교통시스템(ITS) 등 교통 및 인프라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V4 인프라 고위급 회의’ 설립을 검토하기로 합의했다. 에너지정책 협력 등을 위한 협의체 신설도 검토하기로 했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브리핑에서 “한국 기업들이 4개국의 50조원 규모 인프라시장에 참여하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중동, 아시아 시장에 집중 진출해온 우리 기업들에 V4 인프라시장은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은 회원국 간 불균형 해소 등을 위해 2014~2020년에 430조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 중이며 이 가운데 약 40%(167조원)가 V4 국가에 배정된다. V4 국가들은 이 중 50조원 이상을 인프라 구축에 사용할 예정이며 지하철 고속도로 지능형교통시스템(ITS) 등에 대형 국책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사업은 내년 1분기 중 사업자가 결정되는 헝가리 부다페스트 지하철 3호선 보수(2조8000억원 규모), 내년 중 사업자가 결정될 예정인 폴란드 바르샤바 교통요금 징수 시스템 구축(580억원 규모), 2029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는 슬로바키아의 신규 원전 1기 건설(5조원 이상 규모) 등이다.
한국은 또 기초과학 분야에 강한 V4와의 창조경제 파트너십을 강화키로 했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분야에서 3개 이상 국가가 참여하는 다자 공동연구 프로그램 신설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비셰그라드그룹은 4개국이 1991년 헝가리 비셰그라드에서 만나 외교·경제·안보 등을 협의하기 위해 결성한 협력체를 말한다. 이들 4개국은 양질의 저임금 노동력, 서유럽 진출에 유리한 지리적 입지, 정부의 친(親)기업정책 등에 힘입어 유럽의 생산기지로 부상하고 있다. EU 내 한국의 2대 교역 대상이자 3대 투자 대상이다.
청와대는 “한-V4 정상회의는 지역 국가그룹 간 다자협력의 지평을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에 이어 중유럽으로 확대하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한-비셰그라드그룹 정상회의 직후 베아타 쉬드워 폴란드 총리,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와 Ъ?양자회담을 하고 이들 국가의 신규 인프라 사업에 우리 기업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을 협의했다.
프라하=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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