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가 있는 도서관
[ 박상익 기자 ]
2006년 문을 연 서울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은 청량리동 홍릉근린공원에 자리잡고 있다. 건물로 들어서면 2·3층 자료실 창가에 홍릉수목원을 배경 삼아 여유롭게 책을 읽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은 특히 사서들이 인문 고전 강연을 하는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나병준 관장을 비롯한 사서들이 직접 책을 골라 강연 자료를 만들고, 도서관 회원을 대상으로 두 시간가량 인문 고전을 주제로 강연을 한다. 유명 저자나 인문학 강사를 초청해 강의를 여는 다른 도서관들의 인문학 프로그램과 차별화된 점이다.
사서 강연 프로그램은 2013년 시작됐다. 당시 책을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이 점차 사라지자 사서들이 그 역할을 계속 이어가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상당수의 인문학 서적에 대한 이용자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나 관장과 사서들은 인문학 신간을 도서관 이용자에게 소개하는 프로그램 ‘사서, 책을 권하다’를 진행했다. 신간이 들어오면 강연용 도서를 선정한 뒤 두 달 동안 미리 책을 읽고 사 ?세 명이 각자 한 시간씩 책을 소개했다. 지난해에는 ‘문(文)·사(史)·철(哲) 18’이라는 제목으로 인문고전 18편을 골라 강연했다. ‘한비자’ ‘징비록’ ‘열하일기’ 같은 동양 고전과 ‘오만과 편견’ 등 서양 문학을 두루 소개했다.
올해에는 ‘사서, 인문고전 강연 36.5℃’란 제목으로 지난달 말까지 20회의 강연을 열었다. 도서관 회원 1100여명이 수강할 만큼 호응을 얻고 있다. 강연 전 소개자료와 영상자료도 충실해 수강생들의 만족도가 높다. 강연의 원칙은 혼자 읽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고 전문 강의는 어려워하는 일반 이용자들을 위해 고전의 내용을 최대한 쉽고 재밌게 설명하는 것이다.
권기성 사서는 “책 내용만 정리해 알리기보다 작가의 배경이나 재밌는 일화를 곁들여 설명한다”며 “이용자들이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고전을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서관은 고전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강연 도서와 일정을 미리 공개해 안내한다. 연락처를 등록한 회원 400명에게는 강연 전에 미리 문자메시지를 보내 일정을 알린다.
사서들은 강연 외에도 매달 추천 도서를 선정하고 서평을 쓴다. 서평은 자치구 소식지에도 함께 실어 주민의 도서관 이용을 유도하고 있다. 나 관장은 “수강생들이 강연 후 주제 도서를 놓고 활발하게 토론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며 “도서관뿐만 아니라 지역 학교, 기관을 대상으로 사서들의 고전 강좌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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