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군 합작으로 세워진 육군 최초 '군인 자녀 도서관'
간성군인아파트'독서카페'
김동휘 여원미디어 회장 책 기증
고성군 컨테이너에 군 도서 모아
이충희 대표 '리더의 길' 특강도
[ 최승욱 기자 ]
“아파트 단지 안에 도서관이 생겨 언제든지 찾을 수 있는 데다 어린이용 도서만 600여권에 달해 너무 좋습니다.”
지난 1일 강원 고성군 간성면 간성군인아파트. 육군 22보병사단 포병연대에서 복무 중인 남편 심호석 중사와 이곳에서 살고 있는 서유미 씨는 이날 개관한 ‘간성군인아파트 독서카페’를 둘러보며 이같이 말했다. 컨테이너 내부를 개조해 책장과 독서대, 식탁 등을 갖춘 독서카페는 아늑하고 깔끔해 어머니가 어린 자녀와 같이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실내도 일반 컨테이너의 두 배인 50㎡에 달해 답답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보유 도서는 4300여권이다.
서씨는 “인근에 간성도서관이 있지만 아이들이 볼 수 있는 책이 적어 차로 30분 거리인 속초까지 나가야 했다”며 그간의 고충을 털어놨다. 박찬섭 대위의 아내인 박선 씨도 “간 ?지역엔 가족끼리 문화생활을 즐길 곳이 별로 없다”며 “아이들이 동화나 만화책을 읽는 걸 지켜보고 나도 신간 서적을 훑어보면서 교양을 쌓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준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개관식에 참석한 박한기 8군단장은 “1986년 대위 계급장을 달고 이 아파트 1동에서 살다가 2동으로 이사갔던 게 엊그제 같다”며 “29년 전과 비교했을 때 외벽 페인트 색깔 빼곤 바뀐 게 없을 정도로 낙후된 이곳에 군인 자녀를 위한 도서관이 세워져 간부들의 사기 진작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철책선을 지키는 전방지역에서 군인 가족들이 독서 습관을 키우고 문화생활도 즐길 수 있는 독서카페가 처음 문을 열었다. 이 시설은 민·관·군 합작품이다. 고성군청은 군인 간부 219가구의 문화복지 증진 차원에서 예산 2250만원을 투입해 컨테이너 도서관을 세웠다. 어린이 도서 출판사 여원미디어의 김동휘 회장은 각종 아동서적 600권을 기증했다. 이탈리아 명품 에트로를 수입·판매하는 이충희 대표는 책꽂이를 기부했다. 22사단은 ‘도서모으기 운동’을 벌여 500여권의 책을 마련했다. 사단법인 국군문화진흥원은 3200권을 지원했다.
22사단에 이어 15사단 등 전방 11개 사단에도 군인 자녀를 위한 도서관이 속속 문을 열 예정이다. 2001년부터 27개 군단과 사단 사령부를 방문해 재능 기부 형태로 강의를 해온 이 대표는 국가의 미래를 위해 교육환경이 열악한 곳에서 자라고 있는 군인 자녀의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해 지난 10월부터 평소 친분이 있던 김 회장과 함께 어린이 도서 기증 운동에 나섰다. 이 대표와 김 회장은 육군본부와 협의해 사단별로 설치장소와 대상 어린이 수를 파악한 뒤 지난달 중순 도서 6300권과 책꽂이, 책걸상 등을 보냈다. 이 중에서 22사단이 가장 먼저 운영에 들어간 것이다.
개관식에 앞서 이 대표는 최병혁 22사단장을 비롯한 사령부 간부 60여명을 상대로 ‘성공하는 리더의 길’을 주제로 90여분간 특강했다.
이 대표는 “리더는 남에게도 꿈을 갖게 해주는 사람”이라며 “자신뿐만 아니라 부하가 성공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녀 앞에서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들도 독서하는 습관을 들이게 된다”며 “임무를 수행하면서 전역 후 제2의 인생을 준비하기 위해 지금부터 늘 책을 가까이하고 영어 등 외국어를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대표는 3일 1사1병영 자매결연 부대인 15사단을 찾아가 간부를 상대로 강의한 뒤 위문금을 전달한다.
고성=최승욱 선임기자 sw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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