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서 설전
정부와 협의 안한 복지사업
내년부터 지방교부세 삭감
[ 강경민 기자 ] 내년부터 지방자치단체가 정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임의로 복지제도를 운영하면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지방교부세가 줄어든다. 경기 성남시와 서울시가 잇달아 내놓은 ‘청년수당’ 등의 복지정책을 막기 위해서다. 서울시는 위헌 소지가 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정부는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교부세 배분·삭감 기준을 보완한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지방교부세는 정부가 각 지자체에 부족한 재정을 보충해주는 지원금으로, 용도와 재원에 따라 보통교부세, 특별교부세, 부동산교부세, 소방안전교부세로 나뉜다. 이번 개정안은 내년부터 지자체가 복지사업을 신설할 때 정부와 협의하지 않으면 사업예산만큼 교부세를 깎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시가 취업준비생에게 최장 6개월간 매달 5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청년수당이 대표적이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협의 없이 추진한 것으로 교부세 삭감 대상이라는 것이 행자부의 설명이다. 서울시는 다른 지자체에 비해 재정 여건이 좋아 보통교부세를 받지 않는다.
개정안은 서울시를 제외한 다른 광역·지방자치단체에 큰 압박이 될 것으로 행자부는 보고 있다. 보통교부세 예산은 올해 기준 32조2000억원이다. 복지부는 성남시가 청년수당에 이어 강행하는 무상교복 사업에 대해서도 교부세 삭감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날 국무회의에 배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을 놓고 일부 장관과 설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종섭 행자부 장관은 “지자체의 과한 복지사업은 범죄로 규정될 수도 있으나 처벌 조항이 없어 지방교부세로 컨트롤하기로 했다”고 시행령 개정 취지를 밝혔다. 그러자 박 시장은 “정책의 차이를 범죄로 규정하는 건 지나치다”고 반박했다.
박 시장은 “지방교부세를 수단으로 지방정부의 사회보장제도를 막는 것은 지방자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시장과 장관들의 논쟁이 이어지자 황 총리가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며 회의를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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