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 공장장의 탄식
"현실 무시한 최저가입찰제
해외업체만 유리…수주 가뭄"
[ 도병욱 기자 ] 장현교 현대로템 창원공장장(전무·사진)은 “지금 같은 수주 부진이 계속되면 한국 철도산업은 존폐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26일 경고했다.
장 공장장은 이날 경남 창원공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해외 시장은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과 일본에 밀리고 국내 시장은 현실을 무시한 무한 경쟁 체제와 최저가입찰제 때문에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중국과 일본 등 경쟁국은 예산을 투입해 철도산업을 지원하고 자국 철도산업 보호를 위한 각종 제도를 마련하고 있지만, 한국은 이런 규정이 전무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장 공장장은 “중국은 주요 시장인 동남아시아에 100억달러(약 11조원) 규모의 인프라 관련 대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고, 일본도 아시아개발은행(ADB)과 협조해 아시아 인프라 확충에 1100억달러(약 127조원)를 지원하겠다고 했다”며 “인프라 투자를 지원하면서 자국 건설회사와 철도회사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은 철도차량을 발주할 때 자국 자재 사용률이 60% 이상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중국 역시 70% 이상을 현지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제한하고 있다”며 “반면 한국은 완전 경쟁 체제로 진입 장벽이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2003년 인천공항공사 순환열차는 미쓰비시(일본)가 수주했고, 2008년 대구시 지하철 3호선은 히타치(일본)에 돌아갔다는 게 현대로템의 설명이다.
최저가 입찰제를 기반으로 한 완전 경쟁 체제가 한국의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내놨다. 장 공장장은 “국내 철도차량 시장 규모는 연평균 5000억~6000억원 수준으로 이는 세계 철도차량 시장의 1%에도 못 미친다”며 “입찰참가 자격이 낮은 현재의 구조는 국내 철도산업을 더 영세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철도사업 발주가 기술력 운영실적 등을 포함한 종합평가제가 아닌 최저가 입찰제로 진행되다 보니 국내 전동차 가격이 하락하고 품질 저하 및 관리 불량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기자재 국산화율 기준 및 부적격자 입찰 제한 등이 없어 자격이 없는 업체가 입찰에 참여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 공장장은 “현재 창원공장 생산량이 급감해 일부 생산라인은 가동을 멈출 수도 있다”며 “공장 가동률이 내년 1월에는 103%를 기록하겠지만, 2017년 12월이 되면 21%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로템 철도사업부문은 지난해 422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올 3분기까지는 170억원의 적자를 냈다. 수주량은 2012년 1251량에서 지난해 834량으로 3년 연속 줄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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