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부대와 9시간 대치·교전…프랑스인 등 최소 27명 사망
인질 대부분은 탈출해…알카에다 연계조직 소행 추정
[ 박해영 기자 ]
서아프리카 말리 수도의 고급호텔에 20일 아침 이슬람 무장단체가 난입해 170여명을 인질로 붙잡고 말리 정부군과 대치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인질극을 벌이는 과정에서 프랑스인 말리인 등 일부 인질과 무장괴한 등 최소 27명이 사망했다. 말리군은 미국과 프랑스 특수부대와 함께 호텔에 진입해 사건 발생 약 9시간 만에 인질 대부분을 구출했다.
사건 발생 직후 UN 관계자는 “말 ?국적자 2명과 프랑스 국적자 1명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래디슨블루호텔을 소유한 레지도르호텔그룹은 성명을 내고 “괴한들에 의해 투숙객 140명과 호텔 직원 30명이 인질로 잡혔다”고 밝혔다. 이 호텔은 말리 주재 외교관이 다수 머무는 단지와 가까이 있으며 에어프랑스 직원을 포함해 서방 외국인에게 유명한 숙소로 알려졌다.
중국 신화통신은 “말리 현지 중국 기업에 소속된 중국인 직원 10명이 호텔 안에 갇혔다”고 보도했다. 터키 언론도 터키항공 소속 승무원 5명이 호텔 안에 억류됐다고 전했다. 인도인 인질은 20여명으로 알려졌으며 프랑스 정부 관계자도 구체적인 수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자국민이 인질로 붙잡혔다고 확인했다.
말리 군인과 경찰은 전체 190개 객실을 보유한 이 호텔 주변을 봉쇄하고 특수부대를 동원해 진압을 시도했다. 현지 방송은 특수부대가 작전을 벌인 사이 대부분 인질이 탈출했다고 전했다. 일부 투숙객은 인질범으로부터 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암송하라고 강요당했으며 이를 실행에 옮긴 사람은 풀려났다고 외신은 전했다.
알카에다와 연계한 테러조직인 알무라비툰은 사건 이후 트위터를 통해 자신들이 말리 인질극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이 사실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알카에다 출신의 목타르 벨목타르가 2년 전 결성한 알무라비툰은 말리 북부와 알제리 남부의 국경지대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다. 말리 북부 투아레그족과 아랍인으로 구성돼 있으며 잔인한 행각으로 북아프리카에서 악명이 높다. 이들은 올해 3월 바마코의 한 식당을 습격해 5명을 숨지게 했으며 4월에는 말리 북부에서 UN평화유지군을 상대로 자살폭탄 테러를 일으키기도 했다.
바마코에서는 8월에도 무장 괴한들이 비블로스호텔에 난입한 뒤 총기를 난사해 정부군과 UN 직원 등 8명이 숨졌다. 프랑스는 말리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활동 범위를 넓히자 2013년 말리 정부군을 지원하기 위해 군대를 파견하는 등 말리에 군사적 지원을 해왔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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