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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와 떠나는 문학여행] 10대들의 문제를 흥미롭고 사실적으로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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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리 힐레스타드 버틀러의 '트루먼 스쿨 악플 사건'

이도영 번역 | 미래인 펴냄




몇 달 전 교과서에 어떤 문학작품이 실렸는지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작품 목록을 보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대부분 성인을 대상으로 쓴 작품인 데다, 지나치게 어둡거나 편향된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교과서에 실린 책들은 시험에 출제되기 때문에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읽을 수밖에 없다. 청소년 시절 어둡고 무겁고 어려운 문학작품을 의무적으로 읽다 보면 성인이 되어 책을 읽을 마음이 생길 리 만무하다. 그런 생각에 걱정이 점점 깊어갔다.

나는 청소년 시절 울산문화원을 드나들며 여러 책을 읽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많은 책을 읽었지만 10대 때 본 세계명작과 청소년소설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감성이 예민하고 기억력이 좋을 때여서 그럴 것이다.

스테디셀러…재미있는 줄거리

입시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에게 10대들의 문제를 다룬 재미있고 발랄한 소설을 소개하고자 磯? 2008년 국내에 소개된 청소년소설 『트루먼 스쿨 악플 사건』은 지금도 꾸준히 판매되는 스테디셀러이다. 저자 도리 힐레스타드 버틀러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청소년아동 문학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대학에서 문학과 아동심리학을 전공하여 섬세한 작품을 많이 쓴 여성작가이다. 현재 신문·잡지 등에 청소년 및 어린이 소설을 연재하고 있으며, 학교 글짓기 프로그램 초빙강사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트루먼 스쿨 악플 사건』은 10대 인터넷 문화의 폐해를 소재로 한 청소년 소설이다. 사이버 폭력, 왕따, 질투와 시기 등 현재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다루어 심각성을 인식시키고 주인공을 통해 간접적으로 그 해결 방법을 제시한다.

이 소설은 트루먼중학교 교내 신문부 부장인 제이비가 ‘트루먼의 진실’이란 웹사이트를 만들면서 시작한다. 제이비는 획일적인 학교교육과 신문 제작 방식에 불만을 품고 인터넷에 새로운 공간을 만든 것이다. 몇 가지 규칙을 세우고 웹사이트를 운영하게 되자 다들 신이 났다. 선생님께 제출하는 보여주기식 글이 아닌 학생들만 보는 ‘진실’을 기록하는 게 즐거웠기 때문이다.

여학생 릴리를 비방한 글이…

하지만 어느 날,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친구가 인기 높은 여학생 릴리를 비방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사건이 터진다. 악플은 본 친구들은 확인도 하지 않고 릴리를 의심하면서 수군거리고, 릴리는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게 된다. 고민에 빠진 릴리는 결국 가출을 하고 만다. 악플을 단 진짜 범인이 누구인지를 추적하는 추리소설 형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트루먼 스쿨 악플 사건』은 긴장과 재미를 동시에 안긴다. 또한 사이버 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어른들의 일방적인 가르침이나 통제가 아닌 자기들끼리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통해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도 깨달을 수 있다.

학교, 가정, 전문가 등 올바른 인터넷 예절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내지만, 아직 우리 사회의 개선 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 문화의 폐해를 소재로 한 청소년 소설 『트루먼스쿨 악플 사건』은 악플의 심각성을 인식시키고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을 일깨운다.

무심코 쓰는 악플이 때로는 사람의 생명을 위협한다는 걸 알아야 한다. 실제로 여러 연예인이 악플 때문에 우울증을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 인터넷 세상은 편리한 점이 많지만 보이지 않는 공간이어서 함부로 대하게 된다. 내가 마음대로 쓴 악플이 누군가를 고통스럽게 한다는 걸 반드시 기억하자.『트루먼 스쿨 악플 사건』을 읽으면서 사이버 세상의 예절을 다시금 생각해보면 좋을 것이다.

청소년소설과 성장소설을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누구를 대상으로 썼는지 따져보면 구분이 쉬워진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썼으면 당연히 청소년소설이다. 좌충우돌하며 매일 성장하는 그들을 위한 그들만의 작품이 청소년소설인 것이다. 청소년은 정체성을 형성하기 위한 중요하고도 특수한 존재이다.

주인공이 어린이여도 성인을 대상으로 썼으면 성장소설로 분류한다. 성장소설은 미성숙한 자아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성숙해가는 과정을 그린 통과의례 소설을 말한다. 앞으로 다양한 소설을 소개하고자 한다.

『트루먼 스쿨 악플 사건』을 읽으며 디지털 시대에 10대 청소년 문화를 돌아보고 좌충우돌의 시기를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해보면 좋을 듯하다.

○이근미 작가는

중앙대 문예창작학과와 같은 학교에서 대학원을 졸업했다. 문화일보 신춘문예와 여성동아 장편공모에 당선돼 소설가로 등단했다. 청소년소설『17세』『서른아홉 아빠 애인 열다섯 아빠 딸』『나의 아름다운 첫 학기』를 펴냈다.

이근미 < 소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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