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새누리당이 최근 당정협의를 갖고 내년부터 전국 238만개 신용카드 가맹점의 수수료율을 지금보다 0.3~0.7% 포인트 낮추기로했다. 이에 따라 연매출 2억원 이하의 영세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현행 1.5%에서 0.8%로, 연매출 2억~3억원의 중소가맹점의 수수료율은 2.0%에서 1.3%로 각각 낮아지게 된다. 또 체크카드 수수료율은 연매출 2억원 이하 영세가맹점은 1.0%에서 0.5%로, 연매출 2억~3억원 중소가맹점은 1.5%에서 1.0%로 인하된다.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게 이유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최근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영세 중소가맹점에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한 것도 이런 취지에서다.
하지만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업계가 아닌 당정이 결정하는 게 과연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적지 않다. 이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협상력이 약한 중소 가맹점들을 위해 필요”
당정이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를 결정한 것은 영세 장소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그만큼 덜어준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조치로 연간 수수료 부담은 6700억원 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수수료율 인하는 관련법에 의해 취해진 조치이기 때문에 아무런 법적인 하자가 없다는 것이 정부 여당의 입장이다. 실제 국회는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을 개정해 3년마다 금융위원회가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여름 열린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국회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았던 임수강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카드 수수료율은 그것이 결정되는 방식의 특수성, 시장 요인, 제도 요인 탓에 협상력에 의해 그 수준이 결정된다”면서 “따라서 협상력이 약한 중소 가맹점들은 사회가 수수료 수준을 규제하지 않는 한 더 높은 수수료를 부담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상황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김문식 한국주유소협회 회장은 “현행 수수료 체계의 문제점은 카드사에 의해 수수료율이 결정되는 구조로써, 연 매출 2억 원 미만 사업자에 대해서만 단체협상권을 부여한다”면서 “영세가맹점들은 단체구성에 애를 먹고 있으며 연매출 2억원을 초과하는 중소 가맹점에게는 수수료 협상권한 자체가 없는 상태”라고 지적하면서 가맹점 대표 6자 단체 협상권 부여를 주장했다.
정부에 의한 수수료 결정을 지지하는 쪽은 신용카드 사용률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데 영세 사업자의 경우 연간 수수료 부담만도 만만치 않다며 일정한 매출액 이하 영세업자의 신용카드 수수료 결정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 반대 “시장경제 원리에 역행하는 조치에 불과하다”
신용카드 업계는 정부의 수수료 인하에 대해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하면서도 수익 감소를 런袖㎸?장기적으로 고객에 대한 부가서비스 등이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올해부터 카드 부가서비스를 5년 동안 바꿀 수 없도록 규정이 바뀐 관계로 카드사들은 특정 쇼핑몰이나 마트 등에서 종종 실시하던 무이자 할부와 같은 프로모션을 상당 수 없앨 방침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장 상황을 예측할 수 없어 당장 눈앞에 보여지는 내부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각종 수수료 혜택 검토, 부가서비스 축소 등 할 수 있는 부분을 통해 지출 비용을 줄이는 방법 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영세사업자들의 부담을 줄인다는 정부의 방침에는 동의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부담이 연회비 인상이나 카드 서비스 축소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부에 의한 신용카드 수수료 결정이 시장경제 질서 자체에 반한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많은 물건을 구매하는 상대방에게는 상대적으로 큰 혜택을 주고 반대로 적게 구매하는 거래상대방에게는 아무래도 그 혜택을 줄일 수 밖에 없는 게 비즈니스의 기본이다.
그런데 신용카드 수수료의 경우 이와는 반대로 대량 구매처에게는 높은 수수료를 물리고 대신 소규모 구매처에는 낮은 수수료를 물리라고 하니 시장경제 원리에 역행한다는 것이다.
○ 생각하기 “정부가 가격에 직접 개입하는 경우 부작용 적지 않아”
일정한 매출액 이하 가맹점에 적용하는 신용카드 수수료를 정부와 여당이 결정하게 된 것은 영세사업자 보호 차원에서다. 그대로 시장에 맡겨둘 경우 경제력이 약한 사업자들이 오히려 더 높은 수수료를 부담하는 일이 벌어진다는 게 그 이면의 논리다. 하지만 반대로 신용카드 업계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가격인 수수료율을 고객의 규모나 신용도에 따라 차별하는데 큰 제약을 받는 셈이 된다. 상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고객에 따른 가격차별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어느 쪽에 더 큰 비중을 둬야할까. 경제 전체 후생에 어느 쪽이 더 도움이 될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물론 시장에서 모든 가격을 다 시장에만 맡겨둘 수는 없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가격규제는 긍정적 측면보다는 부작용이 더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하 중기적합업종이 결과적으로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과 소비자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사례가 속출하는 것을 보면 그렇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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