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선 포기수순 아니냐" 관측
[ 좌동욱/오동혁 기자 ] 현대상선이 현대증권 경영권을 담보로 총 3900억원을 조달하면서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에 현대증권 지분을 매입할 권한을 부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상선이 제3자에 팔리거나 유동성 위기를 맞더라도 현대증권의 경영권을 그룹 내부에 남겨 놓기 위한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최근 메리츠종합금융증권이 설정한 특수목적회사(SPC)로부터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2500억원, 현대엘리베이터로부터의 차입금 1400억원 등 총 3900억원을 조달하면서 현대증권 보유 주식을 되사올 수 있는 콜옵션과 우선매수청구권을 현대엘리베이터에 부여했다.
이에 따라 현대엘리베이터는 내년 11월 만기 이전 ABCP 투자자에게 투자금을 조기상환한 후 현대증권 주식을 가져올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매입 가격은 대출 원리금 또는 최근 1개월 가중평균주가의 120% 중 높은 가격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또 ABCP의 기한이익상실(EOD) 등으로 투자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현대증권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권한도 가졌다.
이런 거래 구조를 놓고 현대그룹이 향후 현대상선 경영권을 포기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현대상선의 유동성 확보 방안은 현대그룹이 자체적으로 수립한 것”이라며 “구체적인 거래 구조에 대해서는 채권은행이 관여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다만 거래 금액의 적절성 여부가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대상선의 핵심 자산을 그룹 대주주가 소유한 현대엘리베이터에 헐값에 매각했다는 논란이 제기될 수 있어서다. 이번 거래를 통해 현대그룹은 3900억원에 이자 비용을 더해 현대증권 지분 19.8%를 인수할 권한을 갖게 됐다.
좌동욱/오동혁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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