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선정 '올해의 기업인 1위' 마크 파커 나이키 CEO
에어맥스·조던 시리즈 등 전설의 운동화 디자이너 출신
CEO 취임 후 IT기술 접목…매출·주가 '고공행진'
포천 "노련한 챔피언처럼 경쟁자 제압하는 모습 인상적"
[ 임근호 기자 ] 2006년 1월 막 취임한 마크 파커 나이키 최고경영자(CEO)의 어깨는 무거웠다. 1972년 세워진 나이키는 이미 클 만큼 큰 세계 최대 스포츠용품업체였고, 나이키의 전설적인 공동 창업자 필 나이트는 이사회 의장으로 남아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후 운동화 디자이너 출신인 내향적 신임 CEO가 보여준 성과는 모두를 놀라게 했다. 2005년 137억달러였던 매출은 지난해 278억달러로 9년 만에 두 배로 증가했고, 순이익은 12억달러에서 33억달러로 세 배 가까이로 불어났다. 중국 경기 둔화도 나이키의 발목은 잡지 못했다. 최근 집계한 분기(6~8월) 실적에서 나이키의 중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늘었다.
◆6~8월 중국 매출 30% 급증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은 12일(현지시간) ‘올해 최고 경영인’으로 파커 CEO를 선정했다. 포천은 “노련한 챔피언처럼 계속해서 경쟁자들을 제압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며 “유명 창업자의 뒤를 이은 부담에도 나이키를 새로운 고지에 올려놓은 파커 CEO는 많은 경영학도에게 좋은 귀감이 될 것”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그에겐 CEO라는 직함에 앞서 ‘전설의 운동화 디자이너’란 별명이 따라붙는다. 에어맥스, 페가수스, 조던 시리즈 등 나이키의 대표적 인기 모델 대부분이 그의 손을 거쳤다. 파커는 1979년 나이키에 운동화 디자이너로 입사했다.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그가 나이키에 들어간 것은 순전히 달리기를 좋아하는 ‘마라톤광’이었기 때문이다. 좀 더 편하고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신발을 직접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입사 이후 그는 엔지니어링 및 디자인 부문 총괄, 운동화 부문 총괄, 러닝화 및 특수운동화 마케팅 총괄, 스페셜 디자인 프로젝트팀장 등으로 주요 부서를 거쳤다. 내향적이지만 꼼꼼하고 탐구심이 많은 성격은 훌륭한 리더의 자질이 됐다. 나이키는 여러 브랜드와 사업부가 복잡하게 얽힌 조직이다. 포천은 “파커는 모르는 것이 있으면 끈질기게 묻는 습관을 갖고 있다”며 “이런 방식은 상명하복식으로 명령을 내리는 대신 각 사업부 리더들이 스스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하게 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그가 취임 후 이뤄낸 혁신의 결과물은 셀 수 없이 많다. 그는 CEO에 오르자마자 ‘디지털 스포츠 부문’을 꾸렸다. 엔지니어들은 나이키 트레이닝화를 신고 센서를 쨍熾?붙인 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굴러다녔다. 몸의 움직임과 강도를 데이터로 수집해 애플 기기 등 정보기술(IT) 제품과 연동시켜 데이터를 분석했고, 이를 고전 비디오게임 기기들과 연결하는 실험을 반복했다. 이렇게 하루종일 몸을 움직이고 분석하기를 수년. 2012년 나이키는 몸의 모든 움직임을 측정하는 150달러짜리 전자팔찌 퓨얼밴드를 내놓았다.
4년간 공들인 플라이니트 레이서도 그의 혁신작 중 하나다. 마치 양말만 신은 듯 깃털처럼 가벼운 러닝화인 플라이니트 레이서는 여러 개의 천을 덧댄 게 아니라 실로 직조해 제작한 운동화다. 나이키의 전통적인 제조과정을 완전히 뒤엎은 것이다. 그 결과 기존 운동화보다 약 30g 가벼운 무게 160g짜리 신발을 내놨다. 그는 “디자이너에서 경영자로 변신한 뒤 우려의 시선도 많았다”며 “나쁜 건 덜어내고 좋은 것을 골라 조합하는 ‘편집 기술’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에서 디자인과 경영은 매우 닮았다”고 말했다. 그는 숫자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 요즘도 운동화를 디자인한다. 그의 집무실은 셀 수 없이 많은 장난감과 포스터, 나이키의 초창기 운동화 모델, 각종 악기와 지미 헨드릭스의 기타, 그림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파커 외엔 IT 거물들이 상위권
포천은 1위를 차지한 파커를 포함해 올해의 경영인 50명을 함께 발표했다.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앤드루 윌슨(일렉트로닉아츠), 팀 쿡(애플), 아제이 방가(마스타카드)가 5위권에 들었다. 레이쥔(샤오미·7위), 트래비스 캘러닉(우버·8위), 래리 페이지(구글의 모회사 알파벳·11위) 등 IT업계 대표들이 상위권에 올랐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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