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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타왕' 공정안 프로 "중심축 꽉 잡고 제자리서 돌아야 20m 더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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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우 기자의 맞짱골프 (10)

좁은 통속에서 스윙하듯 회전 반경 작게
공이 맞는 순간 머리는 공 뒤쪽에 남아야
클럽을 끌어당기는 게 다운스윙 요령



[ 이관우 기자 ]
“드라이버는 쇼야. 퍼팅이 돈이지!”

주말 골퍼들은 고수의 이런 조언을 들을 때마다 고개를 끄덕인다. ‘금과옥조야, 역시 고수는 달라!’ 그러나 거기까지다. 막상 티잉그라운드에 들어서서는 대부분 ‘1m라도 더’를 되뇌이며 온갖 용을 쓴다. OB가 나도, 돈을 잃어도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 유혹이 ‘멀리 치기’다.

○340m ‘원온 버디쇼’에 깜짝

‘장타 황제’ 공정안 프로(32)는 이런 골퍼들에게 ‘로망’이다. 키 183㎝, 몸무게 82㎏인 그는 골프선수 치고는 ‘아담한’ 체격인데도 400야드를 훌쩍 넘기는 ‘슈퍼 울트라급’ 장타를 날린다. 골프에 입문한 2009년부터 ‘언젠가 꼭 한 번 만나보리라’고 생각했던 그를 지난달 30일 경기 시흥 솔트베이GC에서 만났다. 장타계의 전설이 된 그는 지금 쌍둥이 형인 공평안 프로와 20~30대 전용 ‘공브라더스골프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파4 첫홀. 장타는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말을 비웃고 싶었던 것일까. ‘쉬~잇’ 소리를 내며 340m를 날아간 그의 티샷이 그린을 넘어 에지에 떨어졌다. 입을 딱 벌린 10년차 캐디가 비명을 지르며 말했다. “이런 건 처음 봤어요!”

동영상으로 보던 장타대회 느낌과는 전혀 달랐다. 힘을 그다지 쓰지 않은 것 같았는데 거리가 났다. 끝으로 갈수록 공에 가속도가 붙었다. 그는 전반 파4 5개 홀 중 2개에서 원온에 성공해 모두 버디를 잡았다. 오른쪽 도그레그 홀인 6번홀(파5)에서는 숲을 가로질러 직선으로 공략한 티샷이 기자의 세컨드샷보다 멀리 떨어져 있었다.

용을 쓸수록 공은 이리저리 튀었다. 1오버파 대 5오버파. 그는 그런데도 입맛을 다셨다. “20대 때는 스피드가 괜찮았는데 요즘 많이 떨어진 것 같아요. 아무래도 나이가 드니까….”

○“누구나 20m 더 늘릴 수 있어”

그의 헤드스피드는 최대 135마일(217㎞) 정도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평균(112마일)보다 빠르다. PGA 대표 장타자인 버바 왓슨이나 더스틴 존슨이 130마일 안팎이다. 빠른 헤드스피드의 원천은 하체 힘이다. 초등학교 시절 높이뛰기 선수였던 그는 “3㎏짜리 모래주머니를 양 발목에 차고 하루 2시간씩 산중턱을 오가며 지옥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군 제대 후인 2008년 호기심에 나간 장타대회에서 준우승한 뒤 이듬해 우승컵을 들어올린 비결이 여기에 있다. 그는 당시 예선에서 438야드를 치기도 했다.

기초체력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같은 힘이라도 효율적으로 쓰면 20m 안팎은 누구라도 늘릴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우선 원심력과 구심력, 관성 에너지를 활용하는 스윙법이 필요하다. 그는 “다운스윙 때 왼쪽어깨를 한 번에 돌려서 펴지 말고 절반만 돌리다 벽에 부딪힌 것처럼 생각하는 이미지를 그려 보라”고 했다.

왼쪽어깨와 왼다리 축, 엉덩이 회전이 임팩트 직전 멈추듯 버텨주면 클럽 헤드에 가속이 붙어 임팩트 구간을 훨씬 빠르게 지나간다는 것. “달리던 차의 브레이크를 갑자기 밟으면 사람들이 튀어나가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만 임팩트 때는 머리를 공 뒤쪽에 반드시 남겨둬야 한다. 임팩트 전 클럽헤드와 함께 따라가면 헤드스피드가 오히려 떨어지고, 슬라이스 같은 악성 구질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스윙 회전 반경 좁혀야

이해할 듯 말 듯한 표정을 짓자 그가 “후반부터는 스코어에 신경 쓰지 않고 원리 설명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사실 비거리 차이가 워낙 많이 난 탓에 게임 결과를 비교하는 게 무의미했다. 그는 피겨스케이팅을 예로 들었다. “김연아 선수가 스핀 동작을 할 때 손을 몸쪽으로 잡아당길수록 스피드가 빨라지는 걸 보셨을 거예요. 골프에서도 원리가 같아요.”

‘통돌이 회전’ 이론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세탁기 같은 좁은 통 속에서 스윙을 한다고 생각하라는 것. 클럽을 길게 잡고, 백스윙 아크를 크게 그리되 다운스윙 때는 해머 던지기처럼 웅크리듯 클럽을 끌어당기는 게 요령. 그는 그러면서도 ‘균형’을 강조했다. 그래야 ‘정타’를 칠 수 있고, 힘이 볼에 제대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근육과 관절의 움직임이 큰 근육에서 작은 근육 순으로 순서가 잘 맞아야 해요. 이런 걸 무시하고 거꾸로 손가락이나 손목, 팔 등의 작은 근육을 써 강하게 공을 때리려고만 하면 애써 발부터 올라오던 힘이 팔에서 막혀 버립니다.”

힘만 썼지 스피드는 되레 떨어지는 ‘비효율 골프’의 원인이라는 얘기다. 힘의 전달 통로인 그립을 견고하되 살살 잡는 게 그래서 중요하단다.

더블보기 2개로 잘 버티던 후반. 9개의 오버로 막으려던 목표는 18번홀에서 그의 ‘유혹’에 무너졌다. “오늘 배운 거 한 번 실습해 보실래요?”

티를 높게 꽂고, 클럽을 길게 잡고, 다리를 평소보다 더 벌렸다. 장타용 기본 어드레스다. 그의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다. ‘퍽’ 소리와 함께 날아간 공은 왼쪽으로 악성 훅을 그리고 말았다. 훅 고질병이 도졌다. 이름을 차라리 바꾸기로 했다. ‘이관훅’으로….

장소협찬=솔트베이골프클럽

■ 공정안 프로는

▶출생:1983년(32)
▶학력:건국대 골프지도학과
▶소속:공브라더스골프아카데미
▶자격: △미국골프지도자연맹 티칭프로(USGTF) △월드프로골프협회 티칭 A클래스(WPGA)
▶경력: △2009 한국 장타자 선수권대회 우승(421야드/ 예선 438야드) △2009 골프다이제스트 선정 국내 티칭프로 10인

시흥=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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