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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계 14년 만에 한국서 잠드는 영국군 6·25 참전용사

한줌 재로 돌아온 고 맥카터 씨
11일 부산 UN기념공원에 안장…정부차원 공식행사는 처음
보훈처 "최고로 예우할 것"



[ 최승욱 기자 ] 6·25전쟁 영국군 참전용사가 한국을 떠난 지 63년 만에 한 줌의 재로 돌아와 전우가 묻혀 있는 부산에서 영원한 안식을 취하게 됐다.

국가보훈처는 고(故) 로버트 스티드 홀먼 맥카터 씨의 안장식을 오는 11일 오전 10시 부산 UN기념공원에서 열 예정이라고 8일 밝혔다. 한국 정부가 주관하는 공식 유해봉환식과 안장식을 통해 안장되는 첫 번째 인물이다.

1930년에 태어난 로버트 맥카터 씨는 1948년 군에 입대한 뒤 홍콩에서 복무하다 6·25전쟁에 자원 참전, 1950년 8월 낙동강 방어전투에 투입됐다. 같은해 9월 낙동강 주변 212고지를 점령하는 등 성과를 거뒀지만 전투 중 다리에 화상을 입고, 일본에서 6주간 치료받은 뒤 재참전했다. 1952년 8월 영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한국에서 24개월간 복무했다. 그 공로로 영국연방 한국전쟁 메달과 한국전 종군기장을 받았다.

맥카터 씨는 생존 당시 방한을 희망했고, 한국에 남은 영국군 전우 885명을 그리워했다. 하지만 건강이 여의치 않아 소원을 이루지 못한 채 결국 아내와 두 아들을 두고 2001년 별세했다. 그는 “UN묘지에 전우들과 함께 묻히고 싶다”는 유언을 남겼지만, 부인은 “세상이 끝날 때까지 집에서 남편의 유해를 보관하고 싶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6·25전쟁에 같이 참전했던 형 제임스 맥카터 씨(90)와 고인의 아들 개리 맥카터 씨는 2010년 보훈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 UN기념공원과 UN참전용사에 대한 예우에 감동을 받았다. 이들은 고인의 부인이 2012년 별세한 뒤 고인의 유언을 실행에 옮기려 했지만, UN기념공원을 관리하는 UN묘지국제관리위원회가 6·25전쟁이 종전된 뒤 숨진 참전용사의 안장을 승인하지 않아 뜻을 이룰 수 없었다.

관리위원회는 프랑스에서 6·25전쟁 참전용사를 위해 활동하면서 한국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였던 프랑스 참전용사 레몽 베르나르 씨가 “한국에 묻히고 싶다”는 간절한 유언을 남기고 지난 5월 별세한 뒤 유족들이 안장을 신청하자 65년 만에 정책을 변경, 처음 승인했다. 맥카터 씨는 두 번째로 사후 안장을 승인받았다. 세상을 떠난 지 14년 만에 뜻을 이루게 된 셈이다.

개리 맥카터 씨 부부는 9일 오후 아버지의 유해와 함께 방한한다. 인천공항 입국게이트에서 의장대가 도열한 가운데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영접한 뒤 유골함에 감사의 증표를 증정한다. 유골함은 이날 밤 서울현충원에 임시 안치된다. 안장식은 11일 부산 UN묘지 영국 참전용사 묘역에서 주한영국대사관 부대사와 무관, 11개국 참전용사와 가족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된다.

부산 남구에 있는 UN기념공원은 1951년 1월 UN군 渶?묘지로 설치된 뒤 1955년 12월 UN총회 의결에 따라 UN기념묘지가 됐다. 현재 11개국 2300기가 안장돼 있다. 1만기가량을 추가 안장할 여력이 있다. 전용진 보훈처 국제보훈과장은 “앞으로 UN참전용사가 UN기념공원에 안장을 희망하면 적극 지원하고, 국가 차원에서 최고의 예우를 받도록 하겠다”며 “세계 유일의 UN묘지가 세계 평화의 성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21개국 참전용사 후손들과의 유대관계를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욱 선임기자 sw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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