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에 주는 시사점
"저성장이 분배 악화시켜"
[ 이승우 기자 ] “한국이 이뤄낸 ‘한강의 기적’이야말로 빈곤과 질병으로부터의 ‘위대한 탈출(the great escape)’이다.”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3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앵거스 디턴 《위대한 탈출》의 의의와 한국 경제에 주는 시사점’이란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디턴 미 프린스턴대 교수는 《위대한 탈출》이란 책을 통해 인류가 산업혁명 후 250여년간 비약적인 경제성장으로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기대수명이 길어져 삶의 질, 즉 웰빙(well-being) 수준이 크게 개선되는 대탈출을 달성했다고 강조했다”며 “한국은 1960년대 이후 경제성장을 통해 이런 탈출을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됐던 1962년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90달러로 미얀마의 45% 수준이었다. 지난해 1인당 GDP는 2만7963달러로 52년 동안 311배 증가했다.
고도성장을 통해 위대한 탈출을 이뤄냈지만 성장률이 둔화하면서 분배도 악화됐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오 위원은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6년간 연평균 임금상승률이 20%를 기록하는 등 고임금-저생산이 고착화됨에 따라 한국 기업이 해외로 탈출하기 시작했다”며 “그 결과 한국은 1992년을 기점으로 ‘중(中)성장 시대’를 맞게 됐다”고 설명했다. 1963~1991년 연평균 9.5%였던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992~2011년 5.1%로 하락했다. 올해 성장률은 2%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경제성장률이 1% 높아질 때 소득 분배의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0.3%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성장률 침체로 지니계수가 높아지고 중산층이 몰락하는 등 분배구조가 악화일로를 걷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1990년 0.266이었던 지니계수는 지난해 0.308로 악화했다.
오 위원은 “하락하고 있는 경제성장률을 반등시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구조개혁과 규제혁파로 투자를 활성화하고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을 육성하는 등 성장동력 확충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시 한번 일어서겠다는 대탈출에 대한 의지”라고 강조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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