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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원전유치 찬반 주민투표로 과열된 영덕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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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원전유치 찬반 주민투표로 과열된 영덕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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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법적효력 없는 투표 하지 않을 것"...투표율 보궐선거보다 낮을 듯</p>

<p>외지인이 들어와 갈등조장? VS "직접 민주주의 실천 위한 것"</p>

<p>군수 "위법성이 있는 주민투표에는 동참과 지원을 할 수 없다"</p>

<p>원전건설은 영덕발전의 밑거름...10대 제안보다 KTX 연장 됐으면</p>

<p>2012년 원전유치 고시 이후 지역 부동산 꿈틀...땅값 3배 상승</p>

<p>경북 영덕지역 주민과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영덕핵발전소유치찬반주민투표추진위원회'가 11~12일 이틀간 영덕군민을 상대로 원전유치 찬반투표를 시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주민투표가 법적 효력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오히려 지역사회의 분열과 불필요한 갈등만 초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영덕을 직접 찾아 현지 상황과 주민들의 생각을 들어봤다.</p>

영덕해맞이공원에서 바라본 원전부지 모습.
<p>[한경닷컴 콤파스뉴스=양세훈 기자]</p>

<p>"지금까지 투표는 꼬박꼬박 빼먹지 않고 했소. 근데 이번 투표는 빼먹어야겠소."</p>

<p>지난 29일 기자가 찾은 경북 영덕군 영해면의 한 노인정. 이 노인정의 분회장 서석학(78) 어르신의 말이다. 어르신은 "원전 찬반 투표는 국가가 인정하지 않는 신뢰할 수 없는 투표라서 투표 참여를 안 하는 것이 내 주권을 지키는 일"이라고 주장했다.</p>

<p>같은 날. 영덕군청 소재지인 영덕읍내에서 만난 한 젊은이는 "핵발전소 지으면 일본 후쿠시마처럼 될까 두렵다. 언제 사고가 날까 두려워하기보다 차라리 원전을 짓지 않고 다른 대안을 찾았으면 좋겠다"며 "투표는 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p>

<p>◇원전유치 '찬성', '반대' 양분?</p>

<p>그야말로 영덕이 시끄럽다. 오는 11~12일 양일간 영덕에서는 '영덕핵발전소 유치찬반 주민투표추진위원회'가 진행하는 원전유치 찬반투표가 예정됐기 때문이다. 영덕에 원전을 둘러싼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영덕읍내는 현수막 전쟁이 한창이다. 주요 거점지역에는 원전유치 '찬반투표를 독려'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그리고 옆으로는 '원전유치를 환영'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있다. 찬반투표가 오히려 지역사회의 분열과 불필요한 갈등만 초래할 것이라는 정부의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p>

<p>이를 바라보는 영덕주민들의 마음도 불편하다. 읍내에서 7년째 국밥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아주머니는 "마치 영덕이 원전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눠 싸우고 있는 것처럼 비치고 있지만, 이곳 주민들은 대부분 원전 유치에 찬성하고 있다"며 "원전유치를 반대하는 대부분 사람들은 외지인"이라고 말했다.</p>

<p>김영덕(80) 할아버지도 "영덕발전을 위해서는 원전이 꼭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그리고 김 할아버지는 영덕에서만 5대째 수백 년을 산토박이고 이름마저 '영덕'이라며 자부심을 보였다. 그러나 국밥집 아주머니도 김 할아버지도 "투표는 안 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p>

<p>석리마을도 찾았다. 석리마을은 영덕읍에서 차로 20여 분을 달려야 하는 해안마을로 원전이 들어서면 이 마을은 사라진다. 원전이 들어설 부지이기 때문. 이곳은 인기척도 개 짖는 소리마저 없을 만큼 한적한 어촌 마을로 집들은 대부분 해안가 가파른 언덕에 자리 잡고 있는 영덕지역의 대표 낙후지역이다.</p>

<p>한 가정집 문을 두드렸다. 낯선 사람의 방문에 경계하듯 빼꼼히 창문 사이로 얼굴만 내민 아주머니는 "주민투표 하실 거냐?"는 물음에 "주민투표 안 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석리마을 사람들 모두 원전유치에 찬성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원전기술이 많이 발전해서 지구가 뒤집히지 않는 한 안전하다고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p>

<p>◇투표율 높지 않을 것</p>

<p>이처럼 많은 영덕 주민들이 원전 유치에 찬성의사를 보이며 국가가 인정하지 않는 투표는 하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주민투표추진위는 크게 개의치 않는 눈치다.</p>

<p>"우리가 하고자 하는 주민투표는 반핵운동이 아니다. 직접 민주주의를 실천하기 위한 것이다."</p>

<p>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탈핵팀 처장의 말이다. 석리마을에서 나와 구체적으로 원전 유치를 반대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영덕군청 앞에 자리한 농성장을 찾은 자리에서 뜻밖의 인물, 양이원영 처장을 만났다.</p>

<p>양이 처장은 주민투표 사무지원을 위해 서울에서 내려왔다고 설명했다. 지난 9월부터 이번 주민투표를 위해 서울과 영덕을 오가는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는 양이 처장은 "작년 삼척에서 있었던 원전 찬반 주민투표는 자체적으로 주민투표를 진행할 능력이 됐지만, 영덕은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번 투표는 주민 의견을 묻는 사회적인 절차이기 때문에 법적인 효과가 '있다', '없다'는 큰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p>

<p>이어 "투표소 마련을 위해 현재 영덕군과 협의 중이며 총 20곳에 투표소를 마련할 예정"으로 "정부의 보궐선거도 투표율이 20% 안팎에 불과해서 이번 주민투표 역시 큰 투표율은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p>

<p>한편 28일 이희진 영덕군수는 성명서를 내고 "주민투표의 취지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지난 2010년 12월 영덕군이 군의회의 동의서를 첨부해 적법하게 원전유치를 신청했고 정부에서도 주민투표는 불법이라고 일관되게 밝히고 있다"고 태도를 결정했다.</p>

<p>따라서 이 군수는 "위법성이 있는 주민투표에는 동참과 지원을 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p>

<p>◇10대 제안? 영덕군민들 진짜 바람은</p>

<p>정작 영덕주민들의 관심사는 주민투표보다 영덕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 보였다. 영덕에 원전유치를 찬성하는 사람들의 이유도 "원전유치가 영덕 발전의 밑거름"이라는 확고한 믿음이 자리 잡고 있어서다. 여기에 지난달 20일 정부가 연 매출 1000억 이상, 4000명 이상의 고용창출이 기대되는 열복합단지 조성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10대 사업 제안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p>

<p>특히 종합병원 건설은 영덕주민의 숙원 사업이다. 변변한 의료시설이 없다 보니 인근 포항이나 부산, 서울로 병원을 찾아가야 하는 불편함이 컸다. 다행히 이번 정부 10대 제안에 특화의료시설 구축을 약속하고 있지만, 영덕주민들은 이보다 더 전문적인 종합병원 구축을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이번 10대 제안에서는 빠졌지만, 영덕까지 KTX 연장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p>

<p>영덕읍에서 부동산 사무실을 운영하는 남희용 씨는 "포항에서 영덕까지 KTX 노선을 연장하면 인구 유입이 쉽고 금세 자리 잡을 수 있다"며 덧붙여 "원전유치가 고시된 2012년부터 현재까지 주변 땅값이 3~4배 올라 지역 경기가 꿈틀거리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p>

영덕군 곳곳에는 주민투표와 관련된 현수막이 걸려있다.
원전부지에 자리한 석리마을 모습.


'원전효과'...죽은 지역경제 살린다


양세훈 한경닷컴 QOMPASS뉴스 기자 two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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