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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과기장관회의 개막] "R&D투자 우선순위 선정 급선무…기초과학도 빅데이터 활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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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조연설자 3인이 제안하는 10년 후 과학 발전 방안

이희국 (주)LG 사장
"정확한 R&D 투자 위해선 정교한 평가시스템 만들어야"

아호 전 핀란드 총리
"급변하는 시장환경 대응위해 신속한 결정으로 승기 잡아야"

다이아몬드 단장
"와이파이 기술 천문학서 나와…기초과학 잠재력 간과해선 안돼"



[ 박근태 기자 ] 이희국 (주)LG 사장은 20일 짙은 회색 양복에 와인색 넥타이를 맨 복장으로 각국 장관들 앞에 섰다. 과학기술장관회의가 생긴 이후 한국인으로는 처음 기조 연설자로 나선 것이다. 그가 10년간의 과학정책 비전을 수립할 회의에서 연설하게 된 건 글로벌 기업의 연구개발(R&D)을 주도한 경력을 높이 평가받아서다.

이 사장은 1983년 LG에 입사해 LG반도체 연구개발본부장, LG전자 기술원장,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를 거치며 LG가 신기술을 확보하는 데 기여해왔다.

○“우선순위 정해 과학 성과” 내야

이 사장은 “세계 경제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각국이 더는 R&D 투자를 늘리기 힘들다”며 “하지만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는 R&D가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을 비롯해 OECD 회원국은 한 해 평균 국내총생산(GDP) 대비 2.4%를 R&D에 지출하고 있다. 이 사장은 막대한 돈을 쓰면서도 막상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는 ‘R&D 무용론’을 불식하려면 파장이 큰 성과를 내도록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정된 자원을 활용해 R&D를 하려면 어떤 연구를 먼저 해야 할지 우선순위를 정하는 게 급선무”라며 “정확한 투자가 이뤄지도록 국가 R&D 평가 시스템을 정교하게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또 “연구자들이 자신의 연구실에서 벗어나 바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며 ”성과를 낼 수 있는 다학제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급변하는 상황 맥락 잘 읽어야

핀란드 총리를 지낸 에스코 아호 핀란드산업동방사무소 회장은 “R&D 효율성을 제고하고 경제에 부응하는 성공적인 연구성과를 내려면 6·25전쟁에서 처음 창안된 ‘OODA’ 모델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OODA는 관찰(Observe)·방향설정(Orient)·결정(Decide)·행동(Act)의 앞글자를 딴 것으로 적기보다 먼저 상대를 발견하고 신속히 결정해 승기를 잡는 전략이다. 이 중 관찰은 급격히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호 회장은 “노키아는 1990년대 무선전화 시대가 올 것에 대비해 성공했지만 2000년 들어 스마트폰 출현을 미리 예상하지 못해 실패했다”며 “정부든 기업이든 변화하는 외부 환경을 끊임없이 읽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호 회장은 1991년 36세 최연소 나이에 핀란드의 제59대 총리에 올라 비대해진 복지예산을 삭감하고 과감한 R&D 투자를 통해 핀란드의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각국 기초과학 빅데이터 주목해야”

아호 회장과 함께 기조연사로 나선 필 다이아몬드 제곱킬로미터배열(SKA) 거대전파망원경 프로젝트 단장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기초과학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강조했다. SKA거대전파망원경은 약 3000개 전파안테나를 한데 묶어 1㎢ 집광면적을 가진 거대 망원경으로, 우주의 탄생부터 진화, 외계 생명체 전파신호를 알아내는 게 목표다.

다이아몬드 단장은 “누구나 사용하는 무선랜(WiFi)과 디지털카메라에 사용되는 CCD(고체촬상소자)는 천문학에서 나왔다”며 “정부와 기업은 불가피하게 단기적 성과에 주목할 수밖에 없지만 기초과학이 가진 막대한 잠재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SKA거대전파망원경은 포착한 우주신호의 정보량만 해도 하루 세계에서 인터넷으로 오가는 정보에 해당한다”며 “IBM과 같은 정보기술(IT)기업에 과학자도 돕고 새로운 컴퓨팅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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