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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이 뭐길래…한승원 "고통 받는 얘기 담아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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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원 씨, 장편 '물에 잠긴…' 출간


[ 박상익 기자 ] 소설가이자 시인인 한승원 씨(76·사진)가 신작 장편 《물에 잠긴 아버지》(문학동네)를 출간했다. 남로당원 아버지의 자식으로 태어나 가족을 잃고 할아버지와 살았던 한 남자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한씨는 19일 서울 정동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념적으로 핍박받고 연좌제로 고충을 겪었던 사람들이 있었다”며 “비극적 시대 속에서 자투리 인생을 산 인물을 냉철하게 그려보려 했다”고 말했다.

주인공 김오현의 아버지는 6·25전쟁 당시 퇴각하는 인민군을 따라가지 못하고 빨치산이 돼 싸우다 숨진다. 오현의 가족은 아버지가 숙청한 이들의 유가족에게 보복을 당해 목숨을 잃는다. 피바람을 겪은 할아버지는 가문을 살려야 한다는 유훈을 남기고 유순한 오현도 할아버지의 뜻을 따라 자식들을 많이 낳는 것으로 생존의 길을 모색한다. 오현의 장남 일남은 공부에 소질을 보여 명문대 법대에 진학하지만 사법고시에서 거듭 낙방한다. 크게 낙심한 오현은 고향을 쫓기듯 떠나 빌딩 유리창을 닦고, 백화점에서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며 생계를 이어간다.

이 소설은 작가가 유일하게 쓴 희곡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아버지가 남로당원이었던 소설가 고 이문구의 생애에서 영감을 받았다. 한씨는 “고인이 생전에 술에 취하면 두 형이 바다에 수장된 슬픈 가정사를 들려줬다”며 “작품의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썼다”고 말했다.

소설은 기구했던 한 남자의 삶을 건조하게 그린다. 주인공은 오랜 시간 고통을 겪지만 결말은 해피엔딩에 가깝다. 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렸던 장남 일남과 다른 자식들도 꿋꿋하게 자신의 삶을 개척한다. 작가는 이런 결말을 두고 “물 같은 화해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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