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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델 윅스 코닝 회장 "코닝 R&D투자 20%는 전혀 해보지 않은 사업에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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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창간 51주년 해외 특별 인터뷰 - 혁신의 길을 묻다

웬델 윅스 코닝 회장 "혁신의 뿌리는 실패에 있다"

코닝도 성공만큼 많은 실패
안정지향적이 되는 순간 기업의 생명력은 끝나

생산을 아웃소싱 안하는 이유는
만드는 법 알아야 새 제품도 개발

창조는 열정, 경영은 냉정의 행위
CEO는 둘 사이 균형 잡아야



[ 이심기 기자 ] “어떤 스마트폰을 쓰고 있나요?”

웬델 윅스 코닝 회장은 대뜸 기자가 갖고 있는 스마트폰을 보여 달라고 했다. 코닝도 미국의 다른 수출 대기업처럼 글로벌 경기 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윅스 회장이 보인 반응이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4군요. 제가 손꼽는 모델이죠. 내구성이 탁월합니다. 코닝의 ‘고릴라 글라스(강화유리)’를 장착했거든요.” 윅스 회장은 “전 세계에서 코닝의 기술을 채택하지 않은 모바일 기기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코닝은 강한 회사”라고 말했다. 164년을 ‘장수(長壽)’하며 글로벌 소재 전문 기업으로서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코닝사(社)의 윅스 회장을 이달 초 미국 뉴욕주 코닝시에 있는 본사 회장 집무실에서 만났다.

▷164년의 회사 역사상 최대 위기는 언제였습니까.

“제 경험으로는 닷컴 거품이 붕괴한 2000년대 초였습니다. 당시 코닝의 매출과 수익에 기여도가 가장 컸던 광통신 사업의 인프라가 거의 다 무너졌습니다.”(닷컴 열풍이 한창이던 2000년 8월1일 코닝 주가는 109달러까지 치솟았다가 거품이 붕괴하면서 2달러까지 추락했다.)

▷어떻게 위기를 극복했습니까.

“코닝은 늘 현재 만들어지지 않은 제품과 시장을 준비합니다. 당시 코닝은 LCD(액정표시장치) 기판 유리에 상당기간 투자를 해온 상태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전망이 확실치 않았던 LCD TV 시장에 과감히 진출하는 승부수를 던졌죠.”

▷위기에 대비한 ‘플랜B’를 갖고 있었군요.

“그렇습니다. 미래를 위한 투자와 세계 최고가 되는 것, 이 두 가지가 코닝이 장수기업이 된 비결입니다.”

▷코닝은 어떤 혁신 원칙을 갖고 있습니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인간의 삶을 변화시키는 혁신입니다. 휴대폰 터치 기술의 향상과 같은 작은 것부터 최초의 저손실 광섬유, 최초의 CRT(브라운관) 유리 기술, 최초의 촉매변화 기술처럼 산업의 혁신적 변화를 불러온 기술도 있습니다. 두 번째는 세계 최고가 되는 겁니다. 코닝 하면 누구나 유리와 세라믹을 떠올리죠. 마지막은 코닝의 소재와 부품을 사용하는 회사가 뛰어난 기업이 될 수 있도록 훌륭한 협력자가 되는 것입니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냄?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긍정적으로 봅니다. 혁신의 일종이니까요. 실리콘밸리는 미국 경제에 활력을 주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창업한 지 6년밖에 안 된 우버(모바일 차량 공유 서비스 기업)의 시가총액이 400억달러로 코닝의 2배에 달합니다.

“그게 시장입니다. 기업이 저평가될 때마다 현명한 투자자에게 기회가 있고, 과대평가될 때는 누군가 이익을 실현해서 재투자할 기회가 있는 것이죠.”

▷코닝과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은 전혀 다르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공통점도 있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안전 지향적이 되는 순간 기업으로서 생명은 다하는 셈입니다.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혁신에서 보장된 성공이란 없습니다.”

▷코닝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10년을 내다보고 투자합니다. 인류 건강의 미래는 바이오 의약품에 있다는 믿음을 갖고 현재 의약품 유리용기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터치 기술을 한층 개선하는 새로운 소재와 차세대 디스플레이,

섬유와 무선통신 분야 신기술에도 투자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모두가 성공하지는 않겠죠.”

▷성공을 담보할 수 없는 사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가능한가요.

“코닝은 항상 현재의 사업과 상품들에 대한 출구전략을 모색합니다. 일례로 코닝은 지금 LCD 사업을 대체하는 방안을 마련 중입니다. 코닝은 연구개발(R&D) 예산의 20%를 예전에 해?적이 없는 사업에 투입합니다.”

▷코닝은 상장사입니다. 주주들은 당장의 수익과 주가 상승을 원할 텐데요.

“장기적 성공과 단기적 이익을 조화시키는 균형점을 찾아야 합니다. 코닝은 인류의 삶을 변화시키는 혁신을 시도하고 세대를 넘어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되고자 합니다. 이 점을 주주들에게 이해시키려고 노력합니다.”

▷주력 사업의 잦은 변화는 생산인력의 재배치와 고용 불안으로 연결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코닝은 직원들의 평생직장이 되려고 노력합니다. 이직률도 낮습니다. 다만 사업부 간 이동은 계속 합니다. 지금 생산하는 제품이 없어진다고 해도 직원들에게 ‘미래’가 있도록 하기 위해서죠.”

▷하지만 전환배치 과정에서 노조의 반발이 거셀 텐데요.

“우리는 ‘창조적 파괴’의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오늘 발붙이고 있는 세계가 내일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이 함께 살아남을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회사가 지속될 수 없습니다.”

▷코닝은 연구개발 못지않게 생산라인 설계 등 엔지니어링을 강조한다고 들었습니다.

“코닝은 생산을 하는 기업입니다. 중국 업체에 ‘생산을 좀 부탁합니다’고 하지 않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직접 생산공정을 설계하고 설비를 자체 제작할 수 있는 엔지니어링 능력이 중요합니다.”

▷비용이 많이 들 텐데요.

“제품이 뛰어나면 비용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코닝은 ㈀립?만들 수 있는 ‘미투(me-too)’ 제품으로 경쟁하지 않습니다.”

▷많은 미국 기업이 아웃소싱합니다.

“만약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 제조사에 생산을 맡기고 기업이 디자이너가 된다면 이익률은 좋겠죠. 하지만 전혀 다른 제품을 개발하려면 스스로 제조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기업 혁신에서 리더로서 CEO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코닝의 리더십은 특정한 직위나 한 사람에게 편중되지 않습니다. 각자 전문 영역에서 리더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제가 잘 모르는 많은 부문에서 저는 추종자가 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을 성사시키는 아이디어와 기술의 힘입니다.”

▷하지만 결정에 대한 책임은 결국 CEO의 몫이 아닙니까.

“결정권과 창조적 열정이 만나면 좋은 일이 생기기도 하지만 끔찍한 결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CEO 스스로 견제와 균형이 필요합니다. 창조란 열정의 행위입니다. 반면 경영은 냉정의 행위입니다.”

▷실패로 인한 긍정적 성과도 있을 텐데요.

“코닝은 실패했다고 사람을 쫓아내진 않습니다. 아이디어 대부분이 처음부터 성공을 거두지는 못하기 때문이죠. 혁신은 근본적으로 실패에 근거합니다. 완벽을 기대하는 동시에 실패를 허용하는 문화를 조성해야 합니다. 두 가지 모두 필요합니다.”

▷한국도 차세대 사업에 대한 고민이 큽니다.

“잘하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한국은 세계 최저임금으로 1위를 하려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특정 산업에 대한 전문성을 키우면 보다 높은 소득의 일자리 기회가 늘어날 것입니다. 다행히 한국에는 좋은 인재가 많습니다.”

■ 코닝은 어떤 회사…

1851년 설립된 소재 전문 기업. 미국 뉴욕주 코닝시에 본사를 두고 있다. ‘세상에 없는 제품을 만든다’는 기업 철학에 따라 164년간 산업용 신소재를 잇따라 선보였다. LCD(액정표시장치) 기판 유리, 모바일 기기용 강화유리 등을 개발한 디스플레이 소재 전문기업으로 알려져 있지만 배기가스를 정화하는 세라믹 담체와 통신용 광섬유 등도 처음 개발했다. 전 세계에 60개 이상의 현지 공장을 운영 중이며, 3만5000명의 임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1973년부터 삼성과 합작사업을 해오다가 지난해 한국 내 합작회사 지분을 코닝이 인수하고 미국 코닝 지분을 삼성에 넘기는 방식으로 지분관계를 정리했다.

■ 웬델 윅스 회장은…

웬델 윅스 회장은 2000년대 초 닷컴 거품 붕괴로 위기에 빠진 코닝을 살리라는 특명을 받고 2002년 44세에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전격 발탁됐다. 당시 광통신 사업부문 대표로 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처지였지만, 회사는 ‘실패한’ 그에게 다시 기회를 줬다. 윅스 회장은 인력 감축과 사업구조 개편, LCD TV 유리 등 차세대 제품 출시를 통해 2001년 55억달러 적자를 냈던 코닝을 4년 만에 흑자로 돌려놨고, 2005년 CEO가 됐다. 지난해 코닝의 매출은 102억달러, 순이익은 21억달러로, 윅스가 CEO를 맡은 뒤 각각 2.2배와 3.7배로 늘었다.

△1959년 미국 네바다주 르노 출생 △1981년 펜실베이니아주 리하이대 회계학과 졸업 △1983년 코닝 입사 △1987년 하버드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2001년 광통신사업부문 사장 △2002년 최고운영책임자(COO) △2005년 최고경영자(CEO) △2007년 이사회 의장(회장) 겸임

코닝=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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