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家 경영권 분쟁
집무실서 언론 인터뷰
"장남이 후계자 당연한 일"
건강상태 묻자 "좋다"
94세 총괄회장 "누가 되든 내가 10년, 20년 더 일할 것"
일부선 판단력에 의구심 제기
[ 김병근 기자 ]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94)이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대표)을 지지한다는 뜻을 직접 밝혔다.
신 총괄회장은 1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장남(신 전 부회장)이 후계자인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신 전 부회장이 지난 8일 언론에 공개한 신 총괄회장의 위임장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서명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신 총괄회장이 롯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기자들과 만나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 총괄회장은 “한국이나 일본 풍습도 그렇지만 장남이 후계자인 건 당연한 일로, 간단한 문제인데 시끄럽게 했다”며 “후계자는 장남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지(신동빈 회장)가 그것에 반발했다”고 말했다.
장남과 차남 간 경영권 분쟁에 대한 정확한 纛揚?밝혀달라는 질문에 신 총괄회장은 “롯데그룹은 지금까지 문제되는 게 아무것도 없다”며 “후계자가 누가 되느냐, 그런 것은 내가 아직 10년, 20년 더 일을 할 것이기 때문에 아직…”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신 회장이 사죄하면 나중에 용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당연히 용서해야죠. 아무것도 아닌데 크게 됐어요”라며 “소소한 일인데, 장남이 후계자가 되는 건 당연하잖아요”라고 답했다. 신 전 부회장의 경영능력을 묻는 질문에도 “내가 나이도 많고 하니까, 후계자라면 장남”이라고 반복했다.
이날 신 총괄회장은 귀가 어두운 듯, 질문을 반복하고 크게 말해줘야 알아들었다. 발음이 다소 부정확한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의사표현을 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어 보였다. 신 총괄회장도 건강을 묻는 질문에 “좋다”고 웃으며 답했다.
현역 시절부터 ‘은둔의 경영자’였던 신 총괄회장이 전면에 나섰지만 대세를 뒤집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주요 계열사 대표들과 이사회, 직원들의 상당수가 신 회장 체제를 지원하고 있어서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신 총괄회장의 판단력이 온전한지에 대해 의문이 드는 대목이 다시 나타났다. 신 총괄회장이 ‘10년, 20년 더 경영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친 것에 대해 현재 명확한 사리분별과 판단이 가능한지 의심스럽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날 인터뷰는 신 전 부회장이 대표로 있는 SDJ코퍼레이션이 마련한 것으로 3분여 만에 끝났다. 신 전 부회장과 부인 조은주 씨, 신 총괄회장의 동생인 신선호 산사스 사장, 민유성 SDJ코퍼레이션 고문 등이 배석했다. 하지만 인터뷰를 마친 기자들이 돌아가려는데 다시 SDJ 측에서 “추가 질문을 받겠다”고 해 5분간 더 연장돼 총 8분가량 진행됐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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