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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진·김정주, 3년 만에 결별…'게임 왕국 건설' 꿈 결국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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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엔씨소프트 지분 15.08% 전량 블록딜 매각

2012년 EA 인수위해 제휴
M&A 실패 이후 갈등 증폭
올해 초엔 경영권 분쟁까지

넥슨, 6051억에 지분 넘겼지만 환차익 올려 실제론 차익 거둬
김택진 사장, 지분 일부 매입



[ 추가영 기자 ] 서울대 공대 85학번과 86학번 선후배 사이로 국내 게임업계를 주도하고 있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과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대표의 동맹이 3년여 만에 깨졌다. 두 사람은 2012년 6월 엔씨소프트 지분을 나눠 갖고 해외 게임사 인수, 게임 공동 개발 등으로 글로벌 게임시장을 평정하기 위해 의기투합했다. 국내 1, 2위 게임사 간 제휴여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미국 게임회사인 일렉트로닉아츠(EA) 인수가 불발된 데다 올초엔 경영권 갈등까지 빚으며 대립각을 세웠다. 결국 넥슨이 16일 블록딜(대량매매)을 통해 보유 중이던 엔씨소프트 지분 전량(15.08%)을 매각하면서 협력을 통한 글로벌 패권 의지는 막을 내렸다.

EA 인수 불발 이후 사사건건 갈등

두 사람 간 의기투합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넥슨일본법인이 김택진 사장이 보유 중이던 엔씨소프트 지분 14.7%를 주당 25만원(총 8045억원)에 인수하면서다. 지분을 공유하는 혈맹관계를 맺은 뒤 글로벌 최대 게임업체인 EA를 인수하려는 전략이었다. 이 과정에서 김택진 사장의 엔씨소프트 지분율은 24.69%에서 9.99%로 줄며 최대 주주 자리가 넥슨에 넘어갔다. 최대 주주인 넥슨은 김택진 사장의 경영권을 보장해줬다.

하지만 EA 인수가 불발로 끝나면서 두 사람 사이가 틀어졌다. 2012년부터 두 회사는 ‘마비노기2’라는 신작 게임 개발을 위해 공동개발팀을 꾸렸지만 갈등만 빚다가 지난해 1월 팀이 해체되면서 갈등이 심화됐다. 두 회사의 조직문화가 다른 데다 양사 개발자 간의 갈등이 잇따랐다.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건 작년 10월 넥슨이 사전 통보 없이 엔씨소프트 지분 0.38%를 추가 매입하면서다. 넥슨이 엔씨소프트를 적대적 인수합병(M&A)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올 1월 넥슨이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하면서 양사의 갈등은 경영권 분쟁 양상으로 번졌다. 경영권에 위협을 느낀 김택진 사장은 백기사로 나선 넷마블게임즈에 자사주(8.93%)를 넘기며 급한 불을 껐다.

넥슨 “시너지 효과 없었다”

넥슨은 이날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엔씨소프트 지분 15.08%인 330만6897주를 전량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회사 측은 “3년이 지났지만 양사 간 뚜렷한 시너지가 나지 않았다”며 “주주 가치에 기여하자는 기본 원칙에 따라 지분을 매각한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넥슨 관계자는 “엔씨소프트가 애초 약속과는 달리 게임 공동 개발 등에 소극적이었다”고 말했다.

넥슨은 지분 전량을 블록딜로 매각했다. 매각 가격은 주당 18만3000원으로 총 6051억6200만원이다. 넥슨의 2012년 인수금액(8045억원)보다 2000억원가량 적은 것이다. 하지만 넥슨은 엔화 대비 원화 가치 상승에 따라 환차익을 거두면서 실질적으로 주식 매각에 따른 차익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김택진 사장은 블록딜에 참여해 엔씨소프트 지분 44만주를 매입, 지분율을 11.99%로 높여 최대주주로 복귀했다. 넥슨의 지분 매각으로 국민연금(11.76%)은 엔씨소프트의 2대 주주가 됐다. 일각에서는 텐센트 등 중국 게임업체들이 지분을 인수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중국 기업의 한국 게임업체 인수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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