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 대선주자 첫 TV토론
총기 규제·복지·외교 문제 등 놓고 설전
'월가 규제' 치고받고
샌더스 "대형 금융사 해체해야"
힐러리 "현실적인 대응책 아니다"
'총기 규제' 몰아붙이고
힐러리 "하루 90명 죽어가는데"
샌더스는 미온적…"복잡한 문제"
[ 박수진 기자 ]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 1차 TV토론회에서 지지율 2위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을 누르고 ‘판정승’을 거뒀다.
클린턴과 샌더스, 마틴 오맬리 전 메릴랜드 주지사, 짐 웹 전 상원의원(버지니아), 링컨 채피 전 로드아일랜드 주지사 등 5명의 민주당 대선 경선주자는 13일(현지시간)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NN 주최 첫 TV토론회에서 총기규제와 건강보험 확대, 중동 군사개입 문제, 월가 개혁, 이민법 개정 등 주요 정책 현안을 놓고 치열한 설전을 펼쳤다.
클린턴은 초반부터 샌더스의 사회주의적 복지정책 구상과 총기규제에 대한 미온적인 태도 등을 공격했다. 샌더스가 “세계 문명국 중 미국처럼 허술한 건강보험시스템을 갖고 있는 나라는 없다. 덴마크 같은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하자 클린턴은 “나도 덴마크를 사랑하지만 여기는 덴마크가 아니다. 여기는 미국”이라고 꼬집었다.
총기규제 의견을 묻자 샌더스는 “매우 복잡한 문제”라고 한 발 물러섰다. 그는 1990년 연방 하원선거에 출마했을 때 미국총기협회(NRA)로부터 지원받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클린턴은 “총기규제 이슈는 전혀 복잡하지 않다. 미국에선 하루에 총기사고로 90명씩 죽는다. 미국인은 NRA에 맞서 분연히 일어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월가 대형 금융회사 규제 문제에 대해서는 두 사람이 치고받았다. 샌더스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 시행한 금융규제 완화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왔다. 월가 대형 금융회사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클린턴은 “금융회사 해체는 현실적인 대응책이 아니다”며 “위기를 불러온 사람들을 감옥에 보내야 한다. 금융회사는 통제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샌더스는 “의회는 월가를 규제하지 못한다. 월가가 의회를 규제한다”고 다시 맞받아쳤다.
클린턴은 이날 자신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이메일 스캔들에 대해 샌더스가 “모두 ‘그놈의 이메일’(damn e-mails)이라며 지겨워하고 있다”고 말하자 웃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클린턴이 토론의 중심을 잡았고, 샌더스는 자신의 얘기만 했으며, 오맬리 전 주지사가 의외로 두각을 나타냈다고 평가했다. 채피 전 주지사와 웹 전 의원에 대해선 대중에 이름을 알릴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발언 시간은 클린턴 31분, 샌더스 28분, 오맬리 18분, 웹 15분, 채피 9분 순이었다. 綬떳?저울질하고 있는 조 바이든 부통령은 워싱턴DC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TV로 토론회를 지켜봤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바이든은 조만간 출마 여부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화당 대선 경선주자 지지율 1위인 도널드 트럼프는 이날 토론회를 지켜본 뒤 트위터에서 “오늘밤엔 스타가 없었다”고 촌평했다. 민주당의 대선 경선 2차 TV토론회는 다음달 14일 CBS 주최로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 열린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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