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령, 행정규칙상 모든 규제 노출
쉬운 검색 가능, 국민 모두 감시
실질적 규제개혁 시발점 될 것
김태윤 < 한양대 교수·규제개혁위원 >
규제개혁위원회가 지난달 규제등록제도의 전면 개편을 의결했다. 행정절차적인 조치로 경시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규제개혁 과정에서 보면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즉 정보에의 접근성과 편의성이 제고됐다는 점이다. 그 결과 국민을 개혁의 진정한 세력으로 품을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규제의 등록단위를 변경했다. 그간 법령 내용을 규제등록카드로 마련하는 과정에서 규제등록단위는 부처 공무원의 판단에 따라 이뤄졌다. 그 기준이 모호해 등록자에 따라 등록하는 방식이 달랐다. 규제 간 의미 있는 비교가 불가능했다. 그러다 보니 부처별, 그리고 정부 전체의 등록규제 수가 큰 의미를 갖기 어려웠다. 등록규제 몇 건을 폐지했다는 것도 사실 큰 의미가 없었다. 실제로 1998년 행위 단위 기준으로 등록을 했는데 2006년에 규제를 통합 등록하는 방식을 도입하면서 규제 수가 급감했다. 그러나 2009년 다시 규제를 개별 등록으로 환원하면서 규제 수가 급증한 바 있다.
둘째, 모든 법령의 규제 관련 조항 ?규제 여부를 표시하는 등 체계적인 추적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동안 법령은 법령정보시스템을 통해 ‘조문(條文)’ 단위로, 규제정보는 규제등록시스템을 통해 ‘규제사무’ 단위로 관리돼 왔다. 이번에 이를 통합해 어느 시스템에 들어가도 법령과 규제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행정자치부와 법제처 법령정보시스템이 통합 운영된다. 이를 통해 ‘내가 사는 지역’에 어떤 규제 관련 조례와 규칙이 있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쉬운 키워드 검색과 맞춤형 규제정보를 통해 자신과 관련된 어떤 규제가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규제의 근거 및 연관된 하위 규제의 상세 내용을 파악할 수도 있다. 법령, 행정규칙상의 모든 규제가 노출돼 국민이 규제를 직접 감시하고 불합리한 규제를 솎아낼 수 있는 접근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동안은 규제등록시스템에 부처가 규제를 등록하지 않으면 이를 파악할 길이 없었다. 지난해 미등록규제 일제 정비에서 발굴한 미등록규제는 등록규제 수의 30%에 해당하는 4700여건이었다. 국민들은 이제 이런 기만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다.
셋째, 이번 규제등록제도 개편은 규제개혁신문고와 규제정보포털 구축에 이은 규제인프라 혁신 작업의 일환이다. 규제개혁신문고와 포털은 국민들이 불합리한 규제의 개선을 직접 청구할 수 있는 국민규제개선청구권을 보장하는 창구다. 규제의 부담에 신음하는 국민들이 직접 호소할 수 있는 개혁 청원의 장이 자리를 잡은 것이다.
아직 미진한 점도 있다. 금융, 교육, 환경, 노동 등 분야의 규제는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몇몇 규제를 쳐내도 남아 있는 규제의 해석 여하에 따라 여전히 국민들의 자유를 구 覃?수 있다. 법령의 여러 수준에 실질적으로 비슷한 규제들이 중첩적으로 매복해 있다. 질적인 차원에서도 규제사무의 정비가 필요한 것이다.
이제 규제개혁 당국은 단위 표준화와 적극 공개에 성공했다. 규제개혁의 주인인 국민은 이 정보에 기초해 개혁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진정으로 국민 요구에 따른 실질적인 개혁 조치들이 시작될 것이다.
김태윤 < 한양대 교수·규제개혁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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