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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금융 전면 개편] 정책금융 컨트롤타워가 없다…임시방편 자금지원 급급해 구조조정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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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그림 없이'퍼주기 지원'

시장 주도 구조조정은 채권사간 갈등으로 답보



[ 박동휘 기자 ]
산업은행과 신용보증기금 등 정책금융이 최근 들어 제 역할을 못하는 데는 정부 내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것도 한 요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정책금융이 적재적소에 공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부실기업 정리 등 구조조정 과정에서 누군가 악역을 맡아야 하는데 아무도 나서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거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한 금융감독원 임원 등이 권한 남용 등의 이유로 잇따라 수사를 받으면서 이 같은 경향이 고착된 상태다. 반면 시장 주도의 구조조정은 채권금융회사 간 서로 다른 이해관계로 인해 좀처럼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정책금융의 존재 이유 중 하나는 민간 상업금융이 이윤에 기초해 기업 대출을 줄일 때 이를 보완하는 것이다. 당장은 돈이 안 되지만 미래의 먹거리로 여겨지는 신기술산업에 선제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정책금융의 역할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시장을 보완하기 위한 정책금융의 기능은 효과를 발휘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오작동을 일으키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출(투자)금을 적기에 회수해 미래성장산업으로 자금이 흘러가도록 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산업정책에 대한 큰 그림 없이 정책금융기관을 통한 퍼주기식 지원을 유도하고 있다는 비판도 많다. 조선산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소 조선사들이 앞다퉈 조선소를 건조하고 공급과잉 징후가 보였는데도 정부에서 이렇다 할 대응책이 나온 적이 없지 않냐”고 말했다. 일각에선 한국수출입은행이 약 3조원을 투입하고도 성동조선해양이란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도 정부 내 산업정책에 관한 조율 기능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성동조선해양의 주력 사업인 벌크선만 해도 SPP조선 등 다른 조선사들은 ‘수주해봤자 적자’라는 이유로 지난해 추가 수주를 중단했다. 하지만 성동조선은 ‘한 척당 10억원씩은 이익이 난다’고 최대주주인 수출입은행을 설득해 지난해 50여척을 수주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작년 수주분은 모두 적자”라고 말했다.

한 번 제도화되면 좀체 소멸되지 않는 ‘좀비 제도’ 역시 정책금융의 선순환을 막는 주범이다. 환율 변동으로 인해 대규모 파생상품 손실이 발생했던 2008년 ‘키코 사태’ 때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중소기업 패스트트랙이 대표적인 사례다. 약 1조3000억원 정도의 잔액이 남아 있는데 8년째 빚을 안 갚고 있는 곳들도 수두룩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패스트트랙으로 저리에 빌린 돈은 갚으면 손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패스트트랙은 2008년 1년만 운영할 목적으로 도입했지만 올해까지 12차례 관련 법률이 개정돼 지금껏 유지되고 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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