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보다 가격 경쟁시대
성능 좋아진 중저가폰 뜨자 고급폰도 가격 인하로 맞불
삼성 출고가 최대 12만원↓…LG 슈퍼폰 'V10'과 승부
[ 전설리 기자 ] 스마트폰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한때 100만원(출고가 기준)을 넘나들었던 고급형 스마트폰 가격이 70만~80만원대로 내려갔다. 통신사 지원금을 규제하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비싼 최신형 스마트폰을 주로 찾던 소비자들이 값싼 구형 또는 중저가형 스마트폰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구매 행태가 바뀌자 제조사와 통신사들이 가격인하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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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vs LG 가격인하 경쟁
삼성전자는 8일부터 갤럭시S6와 갤럭시S6엣지 가격을 인하한다고 7일 발표했다. 갤럭시S6(32기가바이트·GB)의 출고가는 기존 85만8000원에서 77만9900원으로, 갤럭시S6(64GB)는 92만4000원에서 79만9700원으로 7만~12만원 낮췄다. 갤럭시S6엣지(64GB)는 94만4900원에서 89만8700원으로 내렸다.
가격인하 시점이 흥미롭다. 8일 LG전자는 스마트폰 신제품 V10 판매를 시작한다. 1주일간 영업정지를 끝낸 SK텔레콤이 영업을 재개하는 날이기도 하다. 빼앗긴 가입자를 되찾아야 하는 SK텔레콤과 경쟁사 신제품에 소비자를 빼앗기지 않아야 하는 삼성전자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LG전자는 일명 ‘슈퍼폰’으로 불릴 정도로 최고 스펙(부품 구성)을 갖춘 V10 가격을 79만9700원으로 정했다. 국내 고급형 스마트폰 가운데 시판 출고가를 70만원대로 책정한 스마트폰은 V10이 처음이다. LG전자가 신제품 가격을 낮춰 내놓자 삼성전자가 맞불을 놓은 것이다.
지난 8월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5 판매를 시작했을 때도 가격인하 경쟁이 붙었다. 삼성전자는 8월20일 갤럭시노트5 가격을 80만원대(89만9800원)로 선보였다. 기존 노트 시리즈 가격인 90만~100만원대에서 큰 폭으로 낮춘 것이다. 이틀 뒤인 22일 LG전자는 4월 출시한 G4 가격을 82만5000원에서 69만9600원으로 인하했다.
○경쟁 포인트 스펙→가격
고급형 스마트폰 가격 인하는 차별화한 제품만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어려워진 마케팅 환경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기술 발달로 스마트폰 스펙과 성능이 엇비슷해지자 시장 경쟁 포인트가 가격으로 옮겨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루나 돌풍’이다. SK텔레콤과 삼보컴퓨터 관계사인 TG앤컴퍼니가 공동기획해 처음으로 내놓은 스마트폰 루나는 고급형 스마트폰과 비슷한 성능을 갖췄으나 가격은 40만원대(44만9900원)다. 지난달 초 시판 이후 초기 제작 물량 10만대가 완판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인기 요인으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꼽는 ?
단통법 영향도 컸다. 정부가 통신사 지원금을 규제하자 스마트폰 가격 부담이 커졌다. 소비자들은 자연스레 싼 스마트폰으로 눈을 돌렸고 중저가폰 인기가 치솟았다. 중저가폰이 시장을 잠식하자 제조사들이 고급형 스마트폰 가격도 인하하기 시작한 것이다.
애플 스마트폰 신제품 아이폰6S도 최근 스마트폰 가격 인하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달 말 전후로 예정된 애플 신제품의 국내 판매를 앞두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가격을 내렸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작년에도 아이폰6 판매가 시작된 10월 말을 전후로 주요 스마트폰 출고가를 5만~10만원 인하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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