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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분야 노벨상 수상 뒤에는 기업들 '숨은 노력'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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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산학협력 시대'

일본 중견기업 하마마쓰, 물리학상 받은 고시바에 초대형 광센서 장비 지원
머크사, 신약 무료 제공 후광…윌리엄 캠벨 의학상 받아
기업출신 노벨상 수상자 1970년대 이후 증가세



[ 박근태 기자 ]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가지타 다카아키 일본 도쿄대 교수는 2002년 중성미자 검출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고시바 마사토시 도쿄대 명예교수의 제자로 화제를 모았다. 일본 언론들은 가지타 교수의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 하마마쓰(浜松) 포토닉스라는 직원 수 4000명 남짓의 중견기업에 가장 먼저 주목했다. 사제지간인 두 과학자가 노벨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뒤에는 50년 전통을 가진 이 회사의 ‘장인 정신’이 한몫했다고 분석했다.

○중성미자 천문 시대 연 日 기업

‘중성미자 천문학’ 시대를 연 두 과학자의 연구가 시작된 것은 197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회사의 히루마 데루오 사장은 고시바 교수의 요청으로 학교 연구실을 찾았다. 고시바 교수는 유령입자로 알려진 중성미자의 존재 가능성을 밝힐 양성자 붕괴를 볼 수 있는 수단을 찾고 있었다.

하마마쓰사는 영?EMI사와 함께 아주 작은 빛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센서인 ‘광전자증배관(PMT)’을 제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업이었다. 고시바 교수는 히루마 사장에게 텔레비전 브라운관 크기의 센서를 개발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시에는 그보다 3분의 1 크기의 광센서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벅찬 일이었다. 처음에는 당황했던 히루마 사장은 이내 고시바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여 당시로선 세계에서 가장 큰 광전자증배관을 개발했다.

고시바 교수는 이 장치를 이용해 1983년 폐광 지역에 우주에서 날아오는 중성미자를 검출하는 최초의 검출시설인 가미오칸데를 지었다. 1987년 세계 최초로 중성미자 검출에 성공해 2002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하마마쓰사는 가미오칸데 후속시설로 1995년 착공한 슈퍼가미오칸데에 성능을 100배 끌어올린 검출 센서 1만1200개를 납품했다. 슈퍼가미오칸데 연구 책임자인 가지타 교수는 스승인 고시바 교수의 연구를 이어받아 중성미자에 질량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현상을 발견해 노벨상을 받았다.



○벨연구소 수상자 7명 배출

올해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윌리엄 캠벨 미국 드루대 교수 역시 기업의 든든한 후원을 받아 노벨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는 머크연구소에 재직하던 시절 항(抗)기생물질인 ‘아버멕틴’을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애초 머크사는 이 물질로 생산한 인간의약품 멕티잔을 돈을 받고 판매하려 했다가 아프리카의 열악한 현실을 반영해 무상으로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머크사는 1987년부터 1997년까지 10년간 무상 공급하는 데 약 2억달러(2300억원)를 투입했다. 덕분에 캠벨 교수는 세상을 구한 연구로 노벨상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됐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조사에 따르면 전체 노벨상 수상자 가운데 기업 출신이었거나 기업 소속 과학자는 4.4% 수준인 26명으로 나타났다. 기업 출신 노벨상 수상자는 1970년대 이후 꾸준히 늘고 있다. 벨연구소는 지금까지 7명을 배출해 최대 노벨상 배출 기업이 됐다. IBM이 5명, 제너럴일렉트릭이 2명을 배출했다. 기업 출신 노벨상 수상자들의 연구 성과는 사회·경제적으로 파급력이 크다. 2000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잭 킬비 전 미국 텍사스A&M대 교수는 텍사스인스트루먼트에 근무하던 시절 집적회로를 개발해 오늘날 정보기술(IT)산업의 초석을 놓았다. 2009년 물리학상 수상자인 찰스 쿠엔 카오 홍콩대 교수도 스탠더드텔레커뮤니케이션 랩에서 광섬유를 이용한 정보전달 원리를 규명해 초고속통신망 시대를 열었다.

차두원 KISTEP 연구위원은 “기업은 소비자와 사업조직, 연구자 네트워크가 유기적으로 결합돼 있다”며 “국내 기업들도 장기적 안목을 갖고 연구개발(R&D)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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