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적 구조조정 및 좀비기업 정리
대체근로 허용 등 고용유연성 제고
창조적 경험, 기술축적에 매진해야
박종구 < 초당대 총장 >
한국 경제의 앞길이 험난하다. 조선 철강 유화 등 주력 제조업 실적이 곤두박질하고 대(對) 중국 수출도 부진하다. 조만간 단행될 미국 금리인상으로 글로벌 경제는 또 한 번 요동칠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기업 경쟁력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최우선 과제는 선제적 구조조정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쟁력 없는 기업의 구조조정은 답보상태다. 제조업과 정보기술(IT)이 결합되는 ‘제조업 4.0 시대’가 뉴노멀이 됐다. 중국은 항공, 우주설비 등 10대 산업을 중점 육성하는 ‘제조 2015’를, 인도는 ‘메이크 인 인디아’를 발표했다.
제너럴일렉트릭(GE)과 히타치의 변신을 눈여겨봐야 한다. 1990년대 GE는 제조와 금융부문의 쌍끌이 성장전략으로 고속성장을 구현했다. ‘돈 버는 기계’로 칭송받은 GE캐피털, 미국 3대 지상파채널 NBC를 거느려 이상적인 사업구조를 갖춘 기업으로 평가받았다. 금융위기로 직격탄을 맞은 GE는 ‘근본으로 돌아간다’는 제프리 이멜트 회장 주도로 제조업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부동산부문, NBC와 가전사업부를 매각했다. 프랑스 알스톰의 에너지부문을 인수해 새로운 GE시대를 열었다. 일본 제조업 개혁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히타치는 금융위기 이후 TV, 디스플레이, PC사업을 과감히 정리했다. 전력시스템 등 산업인프라부문을 대폭 강화해 세계 3대 인프라 기업으로 변신했다. 2013~2014년 2년 연속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냈다.
일본이 사업개편 절차나 규제를 하나로 묶어 정리하는 소위 ‘원샷법’을 제정해 구조개혁과 고용창출에 성과를 거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일본은 원샷법 제정으로 신규 기업이 170개 늘었고 고용은 7만명이 증가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관련법이 ‘재벌특혜법’으로 폄하돼 국회에 계류 상태다.
‘좀비기업’을 신속히 정비해야 한다. 3년 이상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못 갚는 기업이 2009년 2698개에서 2014년 3295개로 22% 증가했다. 은행권 부실채권 비율도 6월 말 기준으로 1.5%다. 자본잠식 기업에 대한 대출액이 52조원이나 된다. 사회 안정을 위해 무리하게 한계기업을 끌어안은 것이 중국 경제를 어렵게 만든 주요 원인임을 직시해야 한다.
생산성 대비 가파르게 상승하는 임금 수준이 우려스럽다. 아직도 제조업 생산성은 선진국의 70% 선에 불과하다. 1999~2008년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는 명목임금이 평균 40% 상승한 반면 생산성은 7% 증가에 그쳤다. 독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는 실질임금 인상률이 훨씬 낮았다. 북유럽 경제가 상대적으로 잘나가는 이유다. 독일도 근래 높은 임금인상률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단위당 노동비용이 2012년 이래 연 2.4%씩 상승했고 작년 평균 인상률 2.9%는 프랑스의 두 배 수준이다. 최근 영국 경제가 순항하는 것도 임금 안정 덕분이다. 보수당 정부는 2010년 이후 공공부문 실질임금을 동결했고 2008년 이후 실질임금은 9%나 떨어졌다.
고용 유연성 문제도 심각하다. 최근의 노·사·정 합의는 절반의 성공이다.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유연한 기간제 근로자 활용, 경영상 필요한 고용조치 등은 빨리 보완돼야 한다.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노동시장 효율성은 83위, 노사 간 협력은 132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산업계에 만연한 기술 경시 풍토는 특히 우려스런 대목이다. 최근 서울공대는 ‘축적의 시간’이란 책을 펴내 ‘선진국들이 100년 걸려 쌓아온 기술을 중국은 10년 만에 급속히 추격하고 있다’며 경고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경쟁력은 제조공정 기술에서 나온다. 선진국 벤치마킹에서 탈피해 창조적 경험과 기술 축적에 올인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실종된 기업가 정신의 복원이다. 구글이 알파벳이라는 지주회사로 전환한 것은 1998년 창업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 약화된 혁신 마인드를 재점화하려는 데 있다. 제조업 경쟁력에 미래가 달렸다.
박종구 < 초당대 총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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