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근희 기자 ]
6일 자동차주(株)가 원·달러 환율 하락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악재까지 겹치면서 울상을 지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현대차는 전날보다 3.66% 내린 15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고, 기아차도 3.24% 하락했다. 성우하이텍 한일이화 에스엘 등 자동차 부품주도 3% 이상 뒤로 밀렸다.
증시 전문가들은 자동차주 하락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원·달러 환율 하락을 꼽았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인상 지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하락했다"며 "그동안 환율 효과로 자동차주들의 주가가 크게 올랐던 만큼 빠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3분기 자동차주는 환율 효과를 톡톡히 봤다. 올 3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은 1169.26원으로, 지난해 3분기 1025.8원보다 143원 올랐다. 이 기간 현대차와 기아차의 주가는 각각 20%와 18% 급등했다.
그동안 달러는 금리인상 전망에 강세 흐름을 보였고, 이에 따라 원화는 약세(원·달러 환율 상승)를 나타냈다. 그러나 미국 9월 고용지표의 부진으로, 금리인상 지연 가능성에 힘이 실리면서 원·달러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8.3 ? 이날 6.5원 하락해 1165.90원까지 내려왔다.
TPP 체결 소식도 자동차주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
전날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 베트남 등 환태평양 지역 12개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무역 협정인 TPP가 7년 만에 타결됐다. 12개국이 내년 초 협정에 서명한 뒤, 각국 의회 비준 절차를 거치면 TPP가 정식 발효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TPP가 발효되면 일본에서 생산하는 자동차 부품의 80%가 즉시 관세 철폐 혜택을 받는다. 미국으로 수출되는 일본 완성차에 대한 관세 2.5%는 유예기간이 지난 후에 인하될 전망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TPP체결로 수출 경합도가 높은 일본차 업체들이 관세 혜택을 입는다는 소식에 투자심리가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TPP로 미국 시장에서 일본차의 관세가 낮아지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한국차의 관세 혜택이 희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TPP로 인해 국내 자동차 업체가 큰 타격을 입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관세 혜택 우위에서 한국과 일본이 동등한 위치에 서게 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한국 완성차와 부품업체들은 미국 멕시코 등 현지에 많이 진출해 있기 때문에 실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TPP보다는 당분간 원·달러 환율 영향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채희근 현대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라 당분가 주가 상승세가 둔화될 것"이라며 "다만 중장기적으로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에 따른 원화 약세(환율 상승) 기대감이 유효해, 긍정적 투자 관점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김근희 한경닷컴 기자 tkfcka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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