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미래의 모습을 예측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앞서가려면 미래를 예측할 것이 아니라 아예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고도 말한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설사 변화의 조짐을 감지했다고 해도 이런 변화가 찻잔 속의 조그만 태풍으로 그칠지 아니면 거대한 변화의 물결로 일어나 온통 세상을 바꾸게 될지를 판단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쩌면 무턱대고 먼저 나서기보다는 앞서가는 이를 잽싸게 따라가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이 가장 효율적일 수 있다.
▲ 팔머 럭키, 마이클 애브라시, 존 카맥(왼쪽부터). 출처=http://i.ytimg.com/ |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의 미래에 대해서도 긴가민가 한다면 관련 분야의 굵직한 인물들이 어떤 행보를 보이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 FPS 창시자 존 카맥-팀 스위니 등 속속 VR 지지자 변신
VR 분야를 살펴 본다면 존 카맥(John Carmack), 마이클 애브라시(Michael Abrash), 팀 스위니(Tim Sweeney) 같은 이 업계의 전설적인 베테랑들이 VR의 선두 업체 오큘러스로 옮기거나 오큘러스와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들의 행보를 보면 VR의 미래에 대해서 좀 더 확신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세 사람은 모두 1990년대에 게임 그래픽 기술의 가장 선두에서 업계의 방향을 개척하고 이끌던 이들이다. 본격적인 3D 게임 엔진인 퀘이크 엔진과 언리얼 엔진을 개발한 주인공들이기도 하다.
존 카맥의 경우는 FPS게임의 창시자로 불리는 이로 게임 업계에서는 살아있는 전설로 굳이 애써 설명할 필요가 없는 인물이다. 그는 현재 VR의 붐을 선도하고 있는 오큘러스의 탄생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존 카맥이 아니었다면 오늘날의 오큘러스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존 카맥이 무명의 어린 청년 팔머 럭키가 자신의 집에서 만든 VR 헤드셋에 관심을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지원했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마니아들의 관심도 쉽게 끌어올 수 있었다. 킥스타터를 통한 모금도 크게 성공할 수 있었다. 존 카맥은 심지어 오큘러스를 뒤에서 돕는 ㅅ동?그치지 않고 자신이 창업한 이드 소프트웨어를 떠나 오큘러스의 CTO로 옮기기까지 했다.
▲ 오큘러스 리프트 |
그리고 이런 기술을 처음으로 게임에 적용한 이가 다름 아니라 바로 존 카맥이다. 마이클 애브라시는 그래픽 하드웨어에 대한 깊은 이해와 함께 저수준 어셈블리 언어 최적화의 달인이기도 하다.
필자의 경우도 1990년대 초반 마이클 애브라시의 '젠 오브 어셈블리(Zen of Assembly Language)'라는 책을 통해서 어셈블리 언어 최적화에 대해 공부했다. 존 카맥도 자신의 멘토로 여기는 인물이고 퀘이크 엔진을 개발할 때는 존 카맥과 함께 했다. 현재는 오큘러스의 수석 연구원(Chief Scientist)으로 재직하고 있다.
팀 스위니는 게임 엔진의 최고봉이 箚?할 수 있는 언리얼 엔진의 개발자이자 존 카맥과 쌍벽을 이루는 게임계의 전설로서 구구절절 소개할 필요가 없는 인물이다. 오큘러스와는 초창기부터 긴밀하게 협력해 왔다. 최근 열린 오큘러스의 개발자 컨퍼런스 오큘러스 커넥트2에서도 오큘러스의 입력 장치인 오큘러스 터치를 이용한 전용 게임을 선보이며 친밀한 관계임을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 최근 "언리얼 엔진의 개발사 에픽 게임스는 VR에 100% 참여하고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 세 인물의 공통점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모두 게임 그래픽 기술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인물들이다. VR이 아닌 게임 그래픽 기술은 일반적인 모니터상의 2D 스크린에 표현하는 것으로는 이제 거의 정점에 다다랐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이들이 열심히 개척하고 노력한 덕분에 사실상 거의 기술의 정점에 도달한 것이다. 그러나 그런 만큼 이제 이 영역에서 이들이 활약할 여지가 없어진 것이기도 하다.
■ 약관 22세 오큘러스 창업자 팔머 럭키 의기투합
반면에 VR 기술은 아직 무르익거나 완성된 기술이 아니다. 단지 이제 막 대중들에게도 선보일 만한 수준에 도달했을 뿐이다. VR 기술은 아직도 새롭게 개척해야할 영역이 많이 남아있는 미개척지인 것이다. 아직도 개척할 곳이 많이 남아 있다는 면에서 이런 이들이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는 영역인 것이다.
그리고 나이로나 경력으로나 업계의 이런 전설적인 인물들이 약관 22세에 불과한 오큘러스의 창업자 팔머 럭키와 함께 일한다는 것도 주목할 일이다. 이들이 함께 일할 수 있는 것은 나이나 경력을 따지지 않고 실력과 재능을 인정하고 서로 존중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나이 차이를 넘어서 途?일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넓은 인간 관계를 가질 수 있고 이를 통해 더 큰 일에 도전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면에서 한국에서 VR에 대한 반응이 아직 시큰둥한 것은 우리사회가 가진 단점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나이나 직위를 따지는 수직적인 사회구조와 새로운 미개척 분야에 도전하는 것을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가 바로 그런 점이다. 한국에서는 SF소설이 찬밥인 것도 이런 도전 의식의 약함을 드러내는 현상이기도 하다.
마이클 애브라시가 VR 관련 여러 컨퍼런스에서 VR이 가져올 미래를 상상하는 데 신세진 여러 SF소설들을 언급하는 것에서도 이런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아직 현실에는 없는 미래를 상상하고 그러한 상상을 현실화 하기 위해서 애쓰는 이들에 의해 인류는 진보해 온 것이다.
■ 이니고 퀼레즈 오큘러스 스토리 시각 효과 감독 주목
마지막으로 오큘러스에 합류한 굵직한 인물을 한 사람 더 소개하고자 한다.
이니고 퀼레즈(Inigo Quilez)는 현재 오큘러스 스토리 스튜디오의 시각 효과 감독 (Visual Effects Supervisor)으로 있다. 오큘러스 스토리 스튜디오는 지난해 말에 설립되었고, VR을 영화나 CG 애니메이션 같은 콘텐츠와 접목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곳이다. 최근에 헨리(Henry)라는 VR 영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 오큘러스 VR 영화 헨리출처= http://cdn.ndtv.com/ |
이니고 퀼레즈는 스페인 바스크 출신으로 오큘러스로 옮기기 전까지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기술 감독(Technical Director)으로도 일했다. 그는 GPU를 활용한 새로운 시각적 표현 기술을 개척한 인물이다.
유럽에는 데모씬이라고 하여 제한된 하드웨어 상에서 그래픽 기술의 극한을 추구하는 실시간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이 활성화 되어 있다. 이러한 데모씬을 만드는 팀을 데모그룹이라고 하는데 이니고 퀼레즈는 이 분야를 선도했던 뛰어난 데모씬으로 유명한 데모그룹 rgba의 멤버이기도 했다. 그리고 섀더토이(Shadertoy)라는 GPU의 셰이더 프로그래밍을 웹상에서 바로 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만들기도 했다.
섀더토이에 가면 iq라는 아이디로 이니고 퀼레즈가 올린 놀라운 작품들을 웹상에서 실시간으로 바로 볼 수 있다( https://www.shadertoy.com/user/iq)들 작품들은 순수한 수학적 알고리즘으로 구현된 것이기 때문에 더욱 놀랍다.
결론적으로 이런 뛰어난 인물들이 VR 선도 업체인 오큘러스로 옮겨왔다는 것은 VR이 그야말로 The Next Big Thing이 될 것이라는 데 대한 강력한 증거라고 할 수 있다. VR의 미래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다면 이제 이들을 통해 조금이나마 확신으로 바뀌었기를 기대해 본다.
김성완 동의대학교 게임영상정보학과 외래교수
(주)젬스푼 21세기 마법사
부산게임아카데미 외래교수
영산대학교 게임콘텐츠학과 겸임교수
동의대학교 게임영상정보학과 외래교수
인디라! 인디게임개발자모임 대표</p>
정리=박명기 한경닷컴 게임톡 기자 pnet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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