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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재미있게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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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재미있게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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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나는서울시민이다=안중훈 마을기자] 9월16일, 마을의 일꾼이자 리더가 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동대문구 주민 13명이 마을공동체 우수사례로 손꼽히는 '삼각산 재미난 마을'을 찾았다.</p>

▲ '마을카페 재미난'으로 들어가는 입구 (사진=안중훈 마을기자)
<p>강북구 우이동, 삼각산을 울타리 삼아 살고 있는 작은 마을이 바로 '삼각산 재미난 마을'이다. 삼각산 재미난 마을은 자녀들에게 정형화된 도제식 교육이 아니라 다양한 꿈을 꾸고, 놀이와 체험을 통해 자연을 배울 수 있는 대안교육을 고민하던 학부모들에 의해 출발했다.</p>

<p>98년 동북여성민우회 활동가 몇 명을 주축으로 공동육아협동조합이 만들어졌고 아이들이 성장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대안으로서의 교육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p>

<p>그 결과 2003년 설립된 '재미난학교'를 시작으로 2005년 더 많은 주민들과 마을활동을 함께하기 위해 마을잔치인 단오잔치가 열렸고, 지역의 저소득층과 어려운 환경에 놓인 아이들을 위한 이웃산타 활동이 펼쳐지는 등 마을은 범위를 넓혀나가게 된다.</p>

<p>2011년 삼각산 재미난 마을은 사단법인으로 등록하였고 마을 문화사랑방인 '마을카페 재미난', 마을목공방 '마을목수공작단', 마을의 인문학 서점이자 마을주점인 '싸롱 드 비' 등 마을을 다채로운 문화예술 공간이자 재밌는 놀이공간으로 탈바꿈시키게 된다.</p>

<p>동대문구 마을리더 아카데미가 첫 번째로 방문한 곳은 '재미난마을 사랑방'이다. 곽선희(이크) 사무국장이 가이드를 맡아주었다.</p>

▲ 삼각산 재미난마을의 설명을 맡아준 사무국장과 마을아카데미 수강생들 (사진=안중훈 마을기자)
<p>'재미난마을 사랑방'은 마을 주민들이 언제든 들려서 쉴 수 있는 쉼터이자, 책장에서 읽고 싶은 책을 꺼내 읽으며 함께 공부할 수 있는 배움터, 마을 아이들의 놀이터, 또 마을을 체험하고 싶거나 서울을 여행하는 여행객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 등 이용하는 사람들의 욕구에 따라 용도가 달라지는 마법같은 공간이다.</p>

<p>이곳은 처음엔 친환경농산물을 이용한 식당 '재미난 밥상'으로 2009년에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여느 마을이 그렇듯 운영에 대한 문제, 재정에 대한 문제 등을 겪으며 변화를 모색하게 된다.</p>

<p>2013년엔 명칭을 '마을카페 재미난'으로 변경해 북카페로 운영하였고, 2015년 2월엔 '재미난 밥상'을 종료하고 커뮤니티 중심의 '재미난마을 사랑방'으로 변화를 꾀하게 된다.</p>

<p>그래서 지금은 현재 '마술책'이라는 '마을에서 술술 책읽는 모임'과 '타로동아리' 등 마을 동아리의 활동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p>

<p>또한 주민들의 배움에 대한 욕구에 따라 바느질 강좌같은 실용적인 배움도 이루어지고 있으며, 지역내 단체와 모임, 회의, 뒤풀이 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게 대관사업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p>

<p>'재미난마을 사랑방'을 들어가면 벽면을 채운 책장들을 볼 수 있고 그 속에 마을사람들의 별명이 적힌 이름표를 볼 수 있다. 이는 '한칸 책장'이라는 방식으로 개인이 책장 한 칸을 분양받아 마을주민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을 공유하는 것이다.</p>

<p>무작정 기부를 받아 운영되기보다는 공유방식으로 책장 한 칸을 분양받은 주민이 마을도서관에 애착을 가질 수 있고, 책을 나눠 읽음으로써 지역 주민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영특하게 느껴졌다.</p>

▲ 마을카페 재미난 책장에 마련된 한칸 책장과 한칸 마켓 (사진=안중훈 마을기자)
<p>두 번째로 이동한 곳은 삼각산 재미난마을의 자랑거리 '삼각산 재미난 학교'였다.</p>

<p>아이들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재미난 그림 벽화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니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변성기를 맞지 않아 높고 해맑은 웃음소리의 주인공들은 낯선 외부인들의 방문에도 불구하고 밝은 표정으로 운동장을 뛰어다녔다.</p>

<p>어쩌면 마을공동체의 우수사례로 여기저기 기관과 단체에서 방문을 했기 때문에 익숙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p>

<p>마침 미술시간이어서 아이들이 접착제와 모래로 그린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수업중이라 교실 안까지 들어가지는 못하고 수업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학교 도서관인 '삼각산 재미난 도서관'을 둘러보는 것으로 탐방을 대신했다.</p>

<p>동대문구 마을리더아카데미 수강생들은 대안학교에 대한 설명을 듣고 처음엔 걱정과 우려를 나타냈었다. 대안학교가 정규과정의 학교를 대체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었다.</p>

<p>하지만 어느 누구보다 밝고 창의력 넘치는 아이들을 실제로 만나자 괜한 걱정을 했다고 스스로를 자책했다. 마을을 자료로만 접하고 ppt로, 강사의 말로만 접해서는 마을의 실체를 알 수 없는 것이다.</p>

<p>아카데미 수강생들은 먼 길이지만 시간을 내어 탐방을 오길 잘했다며 기대감 가득한 발걸음을 굴려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p>

▲ 선배들이 만들어 놓은 그네에서 노는 아이들 (사진=안중훈 마을기자)
<p>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근사한 목재가구들이 탄생하는 '마을목수 공작단'이었다. 시끄러운 소음을 줄이고자 지하에 위치한 마을공동 작업장은 목공을 좋아하는 마을주민들이 함께 운영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p>

<p>'DIY가구 만들기 교실'과 '가족 목공교실', 어린이들을 위한 '어린이목공교실', 망가진 가구들을 재탄생시키는 '재활용·재사용 가구 만들기'같은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p>

<p>마을목공소라고 톱과 망치 같은 기초적인 장비만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작업장 안엔 전문 기기들이 즐비했다. 장비에 눈이 갔는지 아카데미 회원 한 분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질문을 계속 던졌다.</p>

<p>"커다란 책장을 만들려면 어떤 장비를 사용해야 하는지?", "장비교육은 얼마 정도면 익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 "기초 지식이 없을 땐 처음에 어떤 것부터 배우는지?" 등 거리만 가깝다면 삼각산 마을로 이사를 오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다.</p>

<p>설명을 맡은 선생님 상근목수 느티는 가구의 기본은 의자에서 출발해서 의자를 응용해 책상과 책장 같은 것들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고 했다.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목공을 배울 수 있고 그럴싸한 가구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며 의욕을 북돋워주었다.</p>

▲ '마을목수공작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동대문구 마을아카데미 수강생들 (사진=안중훈 마을기자)
<p>수강생들이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동네아저씨들이 만든 인문사회과학 음주가무 놀이터', 인문빙자 음주가무 사회과학 은밀심리연구회'라 불리는 '싸롱 드 비' 카페였다.</p>

<p>마을 책방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이곳은 전술한 소개에서 볼 수 있듯이 어른들만을 위한 공간이다.</p>

<p>'재미난마을 사랑방'이 모든 주민들을 위한 공간이었다면 이곳은 좀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지하의 특성을 살려 밴드공연을 하고, 영화상영 및 인문학 강좌를 통해 어른들이 진득하니 놀 수 있는 공간이다.</p>

<p>당연히 어른들의 음료 알콜이 판매되고 있어 음주가무가 가능하다. 철학, 인문, 역사, 경제, 사회 등으로 나뉜 책장 위엔 "인생은 짧고 술맛은 좋다"라는 문구가 걸려있었다.</p>

<p>어쩐지 17~18세기 프랑스 상류사회에서 귀족과 문인들의 정기적인 사교모임 공간이었던 살롱처럼 몽테스키외 ·볼테르 ·디드로 ·루소 ·달랑베르 같은 철학자들이 찾아 올 것만 같은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졌다.</p>

▲ 동네아저씨들이 만든 인문사회과학 음주가무놀이터 '싸롱 드 비' (사?안중훈 마을기자)
<p>시간 관계상 삼각산 재미난마을의 다양한 공동체를 다 탐방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수강생들의 머릿속엔 실망보다는 자신들의 마을에는 어떤 공간을 만들고 어떤 모임을 조성하는 것이 좋을까하는 상상으로 정신없이 바빠 보였다.</p>

<p>물론 우수 사례로 꼽힌 마을을 벤치마킹한다고 꼭 즐겁고 행복한 마을공동체가 생긴다는 보장은 없다. 삼각산 재미난마을 역시 끈끈한 공동체 모습 뒤에 감춰진 고난과 다양한 문제들이 있었다.</p>

<p>이를 무수한 토론과 협력, 이해로 헤쳐왔기 때문에 지금의 재미난 마을이 가능했던 것이다. 마을아카데미를 통해 공동체를 이해하고 행복한 마을을 꿈꾸는 이들 또한 처음엔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p>

<p>하지만 그럴 때마다 오늘의 탐방이 떠올라 힘이 되길. '입에 쓴 약이 병에는 좋다'는 말처럼 잠깐 동안의 어려움은 단단한 마을공동체로의 과정이 될 것이다. 많은 이들이 삼각산 재미난마을에서 이와 같은 원동력을 얻어가기를 바라며 탐방을 마쳤다.</p>

▲ '삼각산 재미난 학교' 아이들이 미술시간에 만든 작품들 (사진=안중훈 마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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