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네 스튜디오 CEO
마이클 쉘러Acne Studio - Mikael Schiller
[ 임현우 기자 ]
“우리는 ‘럭셔리 패션’과 ‘스트리트 패션’이 조화를 이룬 브랜드입니다. 여성복에서 남성복, 아동복까지 다양한 옷이 있고 50유로짜리 티셔츠부터 수천유로가 넘는 가죽 재킷까지 가격대도 다양하죠. 하지만 어떤 옷이든 한 가지 원칙은 지켜요. 창의적이어야 한다는 것!”
스웨덴 패션 브랜드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를 이끄는 마이클 쉘러 회장. 지난달 19일 서울 청담동 명품거리에 한국 첫 플래그십 스토어 개장을 기념해 방한한 그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이렇게 소개했다.
아크네 스튜디오의 청담 매장은 영국 유명 건축가 소피 힉스의 손을 거친 독특한 인테리어가 눈길을 끈다. 페인트칠조차 하지 않은 채 거친 콘크리트 상태로 노출된 벽면과 기둥들은 아크네 스튜디오 특유의 개성을 드러내고 있다. 쉘러 회장은 “대부분 럭셔리 브랜드가 전 세계 매장에 통일된 디자인을 적용하지만 우리는 각 도시의 다른 개성을 반영한다”고 했다.
“청담 매장은 밖에서 보면 마치 새하얗고 커다란 전등 박스 같아요. 매장 주위로 스웨덴에서 볼 수 있는 야생 초목들이 심어져 있죠. 번잡한 서울 한복판에서 스웨덴의 절제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죠. 매장 안으로 들어오면 느낌이 완전히 달라져요. 강렬한 콘크리트를 통해 아크네 스튜디오만의 스타일을 전달합니다.”
아크네 스튜디오는 ‘광고회사에 뿌리를 둔 패션회사’라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1996년 아크네 크리에이티브라는 광고회사로 출범한 뒤 프로모션용으로 100벌의 청바지를 제작했는데, 이 옷의 독창적인 디자인이 언론과 패션계에서 크게 주목받자 아예 패션사업으로 전향했다. 패션업계에선 아크네 스튜디오에서만 볼 수 있는 ‘쿨’한 디자인을 ‘아크네이즘(Acneism)’이란 신조어로 부르기도 한다.
쉘러 회장은 “아크네 스튜디오는 거대 패션기업에 속하지 않고 독립경영을 유지하고 있다”며 “그 덕분에 디자이너의 자유로운 개성이 존중되고 의사결정도 빠르다는 점이 큰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직원들끼리 ‘이거 한번 해볼까?’ 하면 거리낌없이 시도하는 문화가 정착됐고,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슬럼가에 고급 매장을 여는 등 파격적인 전략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직원 여섯 명의 작은 패션 브랜드로 출발한 이 회사는 2000년대 후반 본격적인 해외 진출에 나서 프랑스 영국 미국 일본 등 11개국에 매장을 두고 있다. 한국에는 2013년 진출해 대중적 인지도 면에선 후발주자에 속하지만 ‘패션을 좀 안다’는 사람들 사이에선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요즘은 온라인몰에서 한국 네티즌의 방문율이 2~3위로 치솟아 본사 관계자들이 깜짝 놀랐다고 한다.
한국 소비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상품을 묻자 그는 ‘코트’를 거론했다. “스웨덴도 겨울에 꽤 춥잖아요. 그래서 코트가 굉장히 잘 나옵니다. 선이 자연스럽게 흐르면서 실용적이에요.” 벌떡 일어나 옷걸이에서 남성 네이비 코트를 들고 온 쉘러 회장은 직접 옷을 걸쳐 보이며 자랑을 이어갔다. “청담 매장에 꼭 와 보세요. 직접 보면 코트 말고도 마음에 드는 옷이 분명히 있을 테니까요.”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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