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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언 의원 "내 이름 앞에 다른 성 쓰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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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영 정치부 기자) 얼마 전 여의도에 입성한지 얼마 안된 의원과 만난 자리였습니다.

그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 정말 조심스럽게 “친박계냐 비박계냐”라고 물었던 기억이 납니다. 계파가 중요한 우리 정치에서 “너는 어느 쪽이냐”는 가장 핵심이면서도 조심스러운 사항입니다. 한때 여의도 정가에는 새누리당 의원들을 ‘친박/범친박/범비박/비박’으로 구분한 표가 돌기도 했지요.

정치인의 성향을 간편하게 보여줄 수 있기에 정치기사에서는 국회의원들 앞에 ‘친박’ ‘비박’, 또는 ‘친노’ ‘비노’ 등의 수식어를 종종 붙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가깝고 뜻을 함께 한다는 의미에서 ‘親朴’, 박 대통령 계열로 보기 힘든 의원들은 ‘非朴’으로 불립니다.

이 외에 박 대통령과 멀어졌다가 다시 가까워지면 ‘복박’, 비박계에서 친박계로 넘어간 ‘월박’ 등도 있습니다. 야권에서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계파, 친분 등을 적용해 ‘親盧’, ‘非盧’라고 쓰지요.

이같은 정치권의 관용어에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이 제동을 걸었습니다. 정 의원은 2일 자신의 블로그에 “나의 이름 앞에 다른 성씨를 붙이지 말아주세요”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사실 정 의원은 의원총회 등에서 기자들을 만날때면 “친박 비박 등의 단어 좀 쓰지말라”고 종종 말한 바 있습니다. 정 의원은 한때 친이명박(친이)계의 핵심으로 꼽혔다가 지금은 비박계로 분류됩니다. 새누리당 안에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는 대표적인 의원이기도 하지요.

정 의원은 이날 블로그에서 자신 앞에 붙었던 ‘친이’에 대한 불편함을 토로했습니다. 그는 “나는 거의 단기필마로 이명박 시장의 당선을 도왔다. 그리고 역시 2007년 초까지 유일한 현역 의원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다. 그러다가 이명박 정부의 출범 직후에 대통령 형인 이상득씨의 불출마를 주장하는 소위 ‘55인 서명사건’을 주도하다가 이명박 정부 내내 사찰과 음해의 대상으로 몰렸다. 그러다 급기야는 감옥까지 갔다 왔다”며 “그 ‘이’도 만남을 기피할 정도로 나와 친하지 않다. 그런데 어떻게 내가 친이란 말인가”라고 항변했습니다. 지금 자신에게 따라붙는 ‘비박’에 대해서도 “비박도 싫다. 나는 나일 뿐”이라며 거부감을 드러냈습니다.

정 의원은 계파를 뜻하는 이 단어들에 대해 “과거의 양김 시대에도 상도동계 동교동계 하며 동네 이름을 썼지, 개인숭배 냄새를 풍기는 성씨를 쓰지 않았다”며 “정말 유치찬란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지금의 우리 정치는 몇십년 전으로 퇴보해있다”고 꼬집기도 했지요.

정 의원은 “과거에는 소장파라고 불리웠는데, 이제는 나이 때문에 그런지 그렇게 안 불러준다. 쇄신파라고도 했는데, 그 동안 쇄신이 된 게 뭐가 있느냐는 의문 때문인지 그 말도 사라졌다”며 “어쨌든 나는 나일 뿐. 제발 내 이름 앞에 다른 성씨를 붙여주지 말아 주세요!”이라고 재차 강조하며 글을 맺었습니다.

‘친박연대’라는 유일무이한 이름의 정당까지 나왔던 우리 정치현실에서, 정 의원의 주장은 다소 돈키호테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철학보다 계파의 이익이 더 중요한듯 보이는 이곳이기에, 더 귀담아 들을만한 이야기 아닐까요. (끝)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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