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 콘텐츠
'어쩌다 어른' '두 번째 스무살' 등
중장년 내세운 예능·드라마
성공 신화 대신 고민·공감 담아
[ 선한결 기자 ] 어른들의 TV가 달라지고 있다. 지금까지 40~50대 시청자를 위한 프로그램은 누군가의 성공 신화를 선보이거나 교양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주를 이뤘다. 이제는 ‘멋지고 단단한 어른들’ 일색에서 벗어나 중장년층의 솔직한 고민과 공감을 나누는 콘텐츠가 인기다. 요즘 TV 속 어른들은 “난 어쩌다가 어른이 됐을 뿐”이라며 “어른 노릇을 멋지게 해내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아직도 모르겠다”고 하소연한다. “지금까지 가족만을 위해 살았으니 이제는 진정한 나를 찾아보겠다”고 나서기도 한다.
케이블채널 OtvN에서 지난달 10일 방송을 시작한 ‘어쩌다 어른’은 제목처럼 본인도 모르는 사이 어쩌다 어른이 되어버린 40~50대 남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토크쇼다. 김상중 남희석 서경석 양재진 등 평균 연령 45.5세인 남자 MC 4명이 인생 이야기를 나눈다. 이들이 솔직하게 풀어내는 가정사의 고민이나 직장에서의 실수담 등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화제를 모으며 채널 대표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지난달 24일 방송은 ‘부모와 자식 노릇 중 어느 것이 더 힘든가’라는 주제로 연로한 부모님을 모시면서 자식들을 키워내야 하는 중장년의 애환을 다뤘다. 배우 김상중은 “이 프로그램은 삶의 방향이나 해결점을 제시하지는 않는다”며 “그저 중장년층이 하고 싶어하는 마음 속 이야기를 풀어내고 서로 공감하는 따뜻한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중장년층 여성들의 마음을 대변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케이블채널 tvN에서 지난 8월28일 첫 방송을 한 금·토 드라마 ‘두 번째 스무살’이다. 20여년간 가정주부로만 살다가 자기 삶을 찾고자 늦깎이 대학생이 된 하노라(최지우 분)가 아들 또래인 20대들과 함께 대학 생활을 하는 과정을 그린다.
‘두 번째~’는 지난해 tvN에서 방영한 ‘미생’과 비슷한 평균 6~7%대 시청률을 내며 순항 중이다. 특히 40대 여성 시청률이 최고 9.8%로 높다. 누군가의 아내와 엄마로만 살다 정작 자기 자신은 챙기지 못한 주인공이 대학 생활을 하며 생기발랄했던 과거의 모습을 되찾아가는 과정이 중장년층에게 공감과 대리만족을 주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26일 방송한 10화는 어릴 적 꿈이 무용수였던 하노라가 대학 신입생들과 함께 춤 동아리에서 공연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공연이 끝난 뒤 하노라는 아무도 없는 무대에 다시 올라가 놓쳐버린 꿈과 흘러간 청춘을 생각하며 서럽게 울었다. 동아리 공연 소감을 묻는 친구에게는 “춤추면서 살고 싶었던 꿈은 지나가 버렸지만 자식을 위해 산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드라마 제작진은 “중장년 시청자들이 하노라의 대학 생활을 보며 자신의 과거와 추억을 떠올리고 공감할 수 있어서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부터 SBS에서 방송하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 ‘불타는 청춘’은 여행 예능의 ‘중장년판’이다. 김국진 강수지 양금석 김보연 김완선 등 중년 스타들이 전국 곳곳을 함께 다니며 겪는 에피소드를 담으며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다. 연출을 맡은 박상혁 PD는 “중장년 출연자들은 삶의 경험이 상대적으로 많아 같은 얘기를 해도 깊이가 있다”며 “이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산 것 같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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