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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과 맛있는 만남] 신의진 의원 "정답 없는 현실정치 어렵지만 심리치료 인프라 넓힐 때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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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진새누리당 의원
"의대 재학 중에 아이 둘 키워 자연스레 소아정신과에 관심"



[ 조수영 / 박종필 기자 ] ‘정신과 전문의’ 신의진
스물둘에 결혼…육아·공부 병행
“모래주머니 찬 것처럼 힘들었죠”

‘나영이 주치의’로 인지도 얻어
19대 與 비례대표로 국회 입성

‘정치 신인’ 신의진
4대 중독법 발의 때 ‘정치 열공’
“인내와 타이밍의 중요성 깨달아”

내년 지역구 의원으로 재선 도전
정신건강 시스템 개선 속도 낼 것

지난 7월부터 새누리당 대변인으로서 당의 ‘입’을 맡고 있는 신의진 국회의원(사진)을 서울 인사동에서 만났다. 운현궁 인근 골목 안쪽에 자리잡은 ‘개성만두 궁’이 신 의원이 초대한 장소다. 소박한 모습의 한옥 안으로 들어가면 가게 안쪽에서 직원들이 손으로 만두를 빚는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2012년 작고한 임명숙 할머니의 70년 손맛이 녹아 있는 집이다.

○부산 ‘엄친딸’, 정신과 의사가 되다

신 의원이 선택한 메뉴는 만두전골과 모둠전이다. 맑은 육수에 개성식 만두와 조롱이떡이 푸짐하게 담겨 나왔다. 김치와 물김치 등 찬은 화려하진 않지만 정갈하면서도 깊은 맛을 냈다. 만두전골이 끓는 동안 모둠전과 막걸리 한 잔으로 식사를 시작했다. 부추전, 김치전, 감자전, 녹두전 등이 골고루 담겨 나오는 모둠전은 기름지지 않으면서도 바삭함을 잃지 않았다.

개성지역의 손맛을 가장 잘 살린 집 가운데 하나라는 평가를 받는 이곳과 부산 출신 신 의원 사이에 어떤 인연이 있는지 궁금했다. “아들 둘이 이 식당 바로 옆에 있는 운현초등학교를 다녔어요. 아이들이 만두를 좋아해 학교에 데리러 올 때면 자주 들렀던 곳입니다.” 일과 육아를 병행했던 ‘워킹맘 신의진’에게 아이들과의 추억이 깃들어 있는 장소다. 수업을 마치고 함께 만둣국을 나눠먹었던 아들들은 이제 어엿하게 장성했다. 군 제대 후 대학에 다니는 큰아들과 훈련소에 입소한 작은아들은 엄마의 의정활동을 꼼꼼하게 모니터링해주는 든든한 지지자들이다.

신 의원은 1983년 연세대 의과대학에 입학했지만 원래 의사를 꿈꿨던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공부를 잘하는 편이었는데 교사, 의사, 판·검사가 진로의 선택지였어요. 대학 입학을 앞두고 고민해보니 죄인보다는 환자를 대하는 것이 낫겠다 싶어 의대를 선택했지요.” 신 의원은 요즘말로 ‘엄친딸’(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예뻐서 비교의 대상이 되는 ‘엄마 친구 딸’의 약자)이었다.

당시 연세대 의대 전 학년을 통틀어 여학생은 신 의원을 포함해 3명 정도였다고 한다. 비교적 이른 나이인 22세에 결혼한 그는 육아와 공부를 병행해야 했다. 의대 공부만으로도 벅찰 때 두 아이까지 키웠던 그때를 “모래주머니를 두 다리에 차고 뛰는 것처럼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돌이켜보면 육아를 병행하는 정신과 전문의였기에 소아정신과에 관심을 둘 수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저는 미래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하나하나 이뤄가기보다 징검다리 건너듯 그 순간에 충실한 선택을 하는 편이에요. 정신과를 전공하고 아이를 키우다 보니 아이들을 좀 더 이해하기 위해 소아정신과를 공부했습니다. 우연히 어린이 성폭력 피해자들을 접하게 됐고 자식 키우는 사람으로서 그냥 넘어갈 수 없어 파고들다 보니 아동성폭력 전문가가 됐지요. 그때 제가 성폭력 관련 활동을 많이 했더니 아들이 초등학교에서 ‘엄마는 무슨 일 하시느냐’는 질문에 ‘성폭력이요’라고 답하기도 했답니다.(웃음)”

○현장 돌며 내공 키운 정치신인

메인 요리인 만두전골이 적당히 익자 신 의원이 직접 덜어 기자에게 권했다. 속이 비칠 정도로 피가 얇은 서울 만두와 달리 적당히 두툼한 만두피가 개성만두의 특징이다. 숙주, 배추 등 채소가 큼직하게 들어간 만두소는 재료의 식감이 살아있으면서도 개운한 맛이 일품이다. 신 의원은 “명절에 시댁에 갈 때 이곳에서 만두를 사간다”고 했다.

신 의원이 국민적 인지도를 얻은 것은 2008년 아동 성폭행 사건인 ‘조두순 사건’에서 피해자 나영이(가명)의 주치의를 맡으면서다. 이후 2012년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영입돼 정치에 발을 들였다. “비례대표 마감 1주일 전에 갑작스럽게 권영세 당시 새누리당 사무총장의 연락을 받았어요. 정치를 하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지만 하루 정도 고민하고 정치를 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아동 성폭력과 관련한 활동을 하면서 정책적 부문에서 한계를 느꼈던 터라 직접 개선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였지요.”

정치신인으로서 시행착오도 많았다. 2013년 술, 마약, 도박, 게임 등 4대 중독에 대해 국가가 치료와 예방을 해준다는 내용의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을 대표발의했다가 ‘게임중독법’으로 오해를 사면서 거센 역풍을 맞았던 게 대표적이다. “정치를 제대로 배웠죠.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타이밍과 상황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기다리면서 적절한 타이밍을 찾는 내공이 필요하더군요.”

전문가로서 정치에 뛰어들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모호함’을 꼽았다. “병원을 떠나 정치권으로 들어오니 모호한 순간이 너무 많았어요. 정답이 있을 때보다 없을 때가 더 많았습니다. 이쪽도 맞고 저쪽도 맞는 이야기를 하는데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이 현실정치더군요. 그러면서도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다 책임을 져야 하지요. 지금도 정치가 많이 어렵습니다.”

신 의원은 의사이자 아동전문가로서 국회 아동학대특별위원회, 메르스대책특별위원회에서 활동했다. 나주 어린이 성폭행 사건, 인천 송도 어린이집 폭행사건 등 국민적 공분을 샀던 사건 현장에도 직접 갔다. 정신건강에 대한 정부의 인식을 높인 게 그가 짧은 의정활동에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부분이라고 했다.

“세월호 사고 당시 팽목항 현장을 찾아갔어요. 피해자 가족의 심리보호에 대한 지원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현장에 의료진도 신체적인 불편함만 살피는 ‘피지컬 케어’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돼 있었습니다. 정신과 학회에 의사 지원을 요청하고, 보건복지부 관료들을 설득해 피해 지역인 안산에 정신건강서비스를 위한 시스템을 준비시켰습니다. 예산까지 하나하나 챙기다 보니 ‘국회의원인지 아르바이트생인지 모르겠다’는 애정 섞인 핀잔을 듣기도 했지만 ‘신이 이런 일을 시키려고 나를 정치권으로 보내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칼 같은’ 전문가에서 ‘협업형’ 정치인으로 변신 중

전문가 출신으로 국회에 입성한 그에게 영국 의회에서 목격한 장면은 강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대정부 질의 현장을 봤는데, 장관에게 전문적으로 세세한 질문이 쏟아지고 장관은 적극적으로, 자세하게 설명하더군요. 한국은 정치에 대해 지역을 다지고 대표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한국 사회가 갈수록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지역에서 잔뼈가 굵은 정치인도 필요하지만 전문가 출신의 정치인도 앞으로 많이 요구될 것으로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와 정치인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신 의원은 말했다. “예전에 제 별명이 ‘칼’이었어요. 매사에 선 긋기가 분명해 ‘칼 같다’고 붙여진 별명이죠. 하지만 정치에 입문하고 나서 ‘칼 같다’는 게 좋지만은 않다는 걸 율섹윱求? 다른 의원과 소통을 통해 집단지성을 발휘해야 하는 게 국회의원이더군요. 크게, 넓게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신 의원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정치지만 “즐기면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 대변인을 맡은 지 이제 석 달째에 접어들었다. 의대 진학, 정신과 의사, 정치를 모두 주어진 기회에 따라 시작했던 그가 유일하게 먼저 원해서 얻어낸 자리라고 한다. 19대 국회 초반 원내대변인으로 발탁됐을 때 “대변인이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른다”며 처음에 고사했던 것과 비교해 큰 변화다.

그는 내년 20대 총선에서 지역구 의원으로 재선에 도전할 생각이다. 그가 생각하는 10년 후 자신의 모습은 어떨까. “국회의원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심리케어 시스템을 한국에 도입하고 그 시스템을 운용하는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중독예방 프로그램도 도입하고 싶고요. 여전히 정신건강 시스템을 개선하는 일을 챙기고 있지 않을까요?”

■ “자녀 교육 최고 덕목은 다양성 인정해주는 것”

신의진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아이심리백과’ 등 관련 저서 9권을 낸 아동심리·육아 전문가 겸 베스트셀러 작가다. 신 의원은 자녀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다양성의 인정’을 꼽았다. “누구나 자녀에게 거는 기대치가 있기에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주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쉽지 않죠. 그렇지만 아이들이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결정하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 신의진 의원의 단골집 - 개성만두 궁
담백한 맛 내는 손만두…하루 안 넘겨 신선도 유지

‘개성만두 궁’은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5번 출구에서 종로 방향으로 5~7분 걷다 보면 인사동길 골목 안에서 만날 수 있다. 고(故) 임명숙 씨가 70년 전 살던 한옥을 개조해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 고향음식인 개성식 손만두를 선보였다. 임씨가 2012년 97세로 작고한 뒤에는 친손녀인 신부원 씨가 식당을 경영하고 있다.

식당의 가장 큰 특징은 개성식 손만두만을 고집한다는 것이다. 일반 만두와 달리 짜거나 자극적이지 않게 간을 해 담백한 맛을 낸다. 만두는 가게에서 직접 빚은 것만 쓰고 빚어낸 만두는 하루를 넘기지 않게 해 신선도를 유지한다.

주력 메뉴는 고기만두전골(1만3000원)과 김치만두전골(1만5000원)이다. 국물과 함께 만두 두 개를 덜어내면 개인용 접시가 꽉 찰 정도로 만두가 크다. 조롱이떡과 가래떡으로 만든 개성떡만둣국(1만원)과 개성떡국(1만원), 개성만둣국(1만원)도 식사 메뉴로 인기다. (02)733-9240

■ 신의진 의원

△1964년 부산 출생 △1989년 연세대 의과대학 졸업 △1992년 연세대 대학원 정신과학 석사 △1995년 연세대 대학원 정신과학 박사 △1998~2012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의사 △2006년 연세대 의과대학 부교수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새누리당·비례대표) △2012~2013년 새누리당 원내대변인 △2014년 새누리당 세월호사고 대책특별위원 △2015년 새누리당 아동학대근절 특별위원회 간사 △2015년~ 새누리당 대변인

조수영/박종필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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