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오피스
치맥타임·캐주얼 데이…"소통경영으로 2020년 매출 4조"
직원 아이디어 결합…'경운기+트랙터' 신개념 농기계 선보여
창의적 조직 변신 주도
매주 금요일 '캐주얼 데이'
"회의는 짧고 굵게 핵심만"…스탠딩 회의실 마련하기도
5개 계열사 '경영 DNA' 접목
정유·전자·전선 등 두루 거쳐…조직문화 중시 경영 '밑거름'
[ 정지은 기자 ] 경기 안양에 있는 LS엠트론 본사 직원들의 옷차림은 매주 금요일이면 확 바뀐다. 평소엔 딱딱한 양복과 구두를 착용하는 전형적인 샐러리맨이지만 금요일만 되면 양복을 벗고 편안한 셔츠와 운동화 차림으로 출근한다. 이런 변화는 올해부터 시작됐다. 구자은 LS엠트론 부회장이 “즐겁고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조성해야 성장할 수 있다”며 매주 금요일을 ‘캐주얼 데이’로 정했기 때문이다. 구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LS엠트론 대표로 취임한 뒤 소통을 바탕으로 한 조직문화 혁신을 꾀하고 있다. 강하고 지속가능한 기업의 바탕은 건강한 조직문화라는 믿음에서다.
직원들과 ‘치맥’하는 부회장
지난 3월 초 구 부회장은 회사 인근 호프집으로 팀장급 임직원 10여명을 불렀다. 직원들과 함께 ‘치맥(치킨과 맥주)’을 하면서 편하게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어서다. 구 부회장은 이들과 테이블 두 개를 붙여 놓은 자리에서 프라이드 치킨에 생맥주를 마시며 2시간가량 대화를 나눴다.
물론 업무 이야기는 거의 없었다. 그저 각자의 일상이나 취미 등 동료끼리 식사 한 끼 할 때 나올 법한 대화가 오갔다. 구 부회장도 대화에 참여하며 함께 웃고 얘기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권위적이고 딱딱할 줄 알았던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인식이 깨졌다”고 말했다.
이날 이후 LS엠트론엔 ‘치맥타임’이란 공식 행사가 생겼다. 직원들과 함께하는 기회를 한 번에 그치지 않고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구 부회장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요즘도 구 부회장은 매달 적어도 한 번씩은 임직원 10여명과 릴레이 형태로 회사 인근 호프집을 찾는다. 그는 이 자리에서 임직원의 생각과 고민을 듣는다. 자신의 경영 철학을 설명하며 공유하는 시간도 갖는다. 직원과의 소통 기회를 늘리며 ‘일하기 즐거운 직장’을 만들겠다는 그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구 부회장은 작년 12월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아직 1년도 채 안 됐다. 하지만 직원들의 느낌은 다르다. 10여년 가까이 함께 근무한 동료 같은 친근감을 느낀다. 구 부회장이 직원들을 꾸준히 만나며 살가운 이야기를 나눈 덕분이다.
구 부회장은 7월 새로운 비전인 ‘비 더 원(be the one)-최고의 인재, 1등 제품, 승리하는 파트너십’을 내놓았다. 새로운 비전을 구상할 때도 직원 간 소통을 강조했다.
새 비전은 임직원 내부 분석, 인터뷰, 워크숍 등 수차례 회의를 거쳐 마련됐다. 구 부회장은 이렇게 마련한 새 비전을 앞세워 2020년에 매출 4조4000억원, 세전이익률 8.8%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다양한 경험 살린 경영 노하우
구 부회장이 직원과의 소통을 강조하며 열린 조직문화 구축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은 여러 회사를 거치며 쌓은 다양한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그는 LS그룹 공동 창업자 중 한 사람인 고(故)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의 외아들이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의 사촌동생이기도 하다. 1990년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마친 후 LG정유(현 GS칼텍스)에 입사해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1999년엔 LG전자로 옮겨 상하이지사와 중국지역본부 등 해외사업을 주로 챙겼다. 2003년 LG그룹에서 LS그룹이 계열분리된 뒤에는 LS전선으로 이동해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중국지역담당, 사출시스템사업부장, 통신사업부장 등 여러 사업부를 맡았다. 2009년엔 LS니꼬동제련에서 영업담당과 최고마케팅책임자(CMO)로 일했다. 2013년 LS전선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현재 LS엠트론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기까지 5개가 넘는 계열사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가(家) 3세 중에서 구 부회장처럼 다양한 분야를 두루 거친 사람은 흔치 않다”며 “조직문화를 중요시하는 경영 스타일도 여러 회사에서 경험을 쌓으며 현장을 움직이는 직원들의 중요성을 몸소 익힌 덕분”이라고 말했다.
스탠딩 회의 하고 현장 수시 방문
LS엠트론 직원들 사이에선 요즘 “올 들어 회사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가 ‘스탠딩 회의실’의 등장이다. 구 부회장은 “딱딱한 의자에 앉아서 진행하는 형식적인 회의 문화를 개선하겠다”며 서서 회의하는 스탠딩 회의실을 마련했다. 오래 앉아 있지 말고 간단히 핵심만 공유하고 협의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LS엠트론 관계자는 “스탠딩 회의실이 생긴 뒤 의사결정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고 말했다.
구 부회장은 사무실에 오래 앉아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틈날 때마다 현장을 방문한다. 현장을 모른 채 경영하는 이른바 ‘탁상경영’은 절대 해선 안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구 부회장은 지방에 흩어져 있는 공장뿐 아니라 중국 등 해외법인도 꾸준히 찾는다. 특별한 일정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저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다. 그는 현장을 찾을 때 공장장 같은 고위층보다 실무자를 더 많이 만난다. 실무진을 통해 현장 애로사항이나 개선사항 등을 직접 들어보겠다는 취지에서다. 직원들 사이에서 구 부회장이 ‘현장 소통주의자’로 통하는 것은 이런 점 때문이다.
LS엠트론이 다음달에 출시하는 신개념 농기계 ‘LS 미니’는 임직원 간 소통을 통해 세상에 나왔다. 경운기와 트랙터의 장점을 결합한 이 제품은 600만원대로 1000만원이 넘는 기존 대형 농기계를 빠르게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이 직원과의 소통을 통해 다양한 1등 제품을 선보이겠다는 게 구 부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취임 9개월 동안 소통과 합심이라는 메시지를 심기 위해 노력했다. 이 메시지가 직원들에게 어떤 울림으로 다가갔는지는 속단할 수 없지만 대부분 직원은 보수적인 조직이 변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는 데 동의한다. 변화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지만 말이다.
■ 구자은 부회장 프로필
△1964년 출생 △1987년 미국 베네딕트대 경영학과 졸업 △1990년 미국 시카고대학원 MBA 수료 △1990년 LG정유(현 GS칼텍스) 입사 △2005년 LS전선 중국지역담당 상무 △2007년 LS전선 사출시스템사업부장(전무) △2008년 LS전선 통신사업부장(전무) △2010년 LS니꼬동제련 영업담당 부사장 △2013년 LS전선 대표이사 사장 △2014년 12월 LS엠트론 사업부문 부회장 겸 대표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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