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무요원 수기 공모 최우수상
울산 남구 자활센터 이창훈 씨
[ 하인식 기자 ] “사회복지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울산 남구 자활센터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는 이창훈 씨(23)는 29일 “추석 연휴나 주말이면 사회복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분이 너무 많다”며 “무작정 퍼주는 복지비를 아낀다면 이들에게 한층 더 나은 복지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최근 병무청이 전국 사회복무요원을 대상으로 연 수기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의 수기 ‘어느 아파트의 도시락 배달부’는 지난해 2월부터 남구의 한 임대아파트에 사는 홀몸노인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면서 내적으로 성장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담담한 필치로 그린 작품이다. 그는 동료와 함께 주중에 매일 아침 임대아파트 60가구에 점심 도시락을 배달하고 전날의 빈 도시락을 수거하는 일을 한다.
이씨는 “도시락을 처음 배달했을 때 한동안 넘쳐 흐른 국물에 옷이 젖는 것에 기분 나빠하고 칙칙한 임대아파트 방 안으로 들어가기가 찜찜해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에게 빈 도시락을 문고리 ?걸어달라고 부탁하는 철없는 짓을 범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홀몸노인들이 조그만 관심에도 행복해하고 감사해하는 모습을 보며 자기 자신이 정말 이기적이었음을 느끼고 반성했다고 말했다.
작년 12월22일은 이씨가 사회복무요원이 된 뒤 처음 맞은 겨울이었다. 이날도 여느 때처럼 도시락 배달을 마치고 자활센터에 돌아왔는데 어르신들의 겨울나기에 필요한 김치를 배달하라는 주문이 들어왔다. 그는 도시락보다 몇 배나 무거운 김치통을 들고 60여가구를 일일이 돌아야 한다는 생각에 눈앞이 깜깜했다. 하지만 이씨는 어르신들이 김치통을 건네받은 뒤 “올해는 김치 없이 밥을 먹어야 하나 싶었는데 정말 잘됐다”며 반가워하는 모습을 마주하면서 스스로 젊은 산타클로스가 된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이씨는 내년 2월 24개월의 의무복무를 마치고 고려대 경영학과 3년에 복학한다. 그는 “겨울에는 산타클로스 모자를 쓰고 홀몸노인에게 봉사하는 공인회계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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