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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 칼럼] 중소기업 일본시장 안착의 필요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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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제품 外 진입 허용 않는 日시장
고객요구에 신속대응 中企에 적합
현지화·기업문화·유통구조 적응해야"

임채운 <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



‘잘라파고스.’ 일본(Japan)과 갈라파고스(Galapagos)의 합성어로 1990년대 이후 일본의 정보기술(IT)산업이 자신들만의 표준을 고집한 결과, 세계 시장으로부터 고립된 현상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 말은 자국 제품의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에 근거한 일본시장의 폐쇄적인 특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본 소비자는 전통기술을 이어가는 ‘장인정신’ ‘오모테나시(친절하게 대접하는 문화)’ 등 특유의 ‘세밀함’으로 다른 어느 나라 소비자보다도 ‘고품질 제품’, 독창성이 있는 ‘온리 원(only one) 제품’을 찾는 경향이 있다. 이렇듯 까다로운 일본시장을 중소기업이 뚫고 들어가 기반을 닦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진입장벽이 높다는 것은 진입만 하면 안정적 거래가 보장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규모 물량공세로 단기 실적을 높이는 대기업의 전형적인 수출방식은 일본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소량주문이더라도 정성을 다해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객?중소기업 방식이 일본시장에 적합하다. 고객과 신뢰가 형성되면 후속 거래가 뒤따르며, 경쟁자가 더 좋은 가격조건을 제시해도 쉽게 이탈하지 않기 때문에 잘만 하면 중소기업에 매력적인 시장이다.

일본시장에 안착한 한국 중소기업을 살펴보면 몇 가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첫째, 철저한 현지화가 중요하다. 침구청소기 제조업체 R사는 일본에 지사를 설립한 지 3년 만에 침구청소기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50%를 넘었다. R사의 성공은 침구 청결과 위생을 중시하는 일본인들의 생활문화를 잘 파악해 우수한 성능의 제품을 개발한 데 힘입었다. 현지 문화에 특화된 마케팅도 효과적이었다.

둘째, 일본기업에서는 집단 의사결정 시스템이 가동한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일본에서도 담당자부터 사장까지 결재가 이뤄져야 일이 처리된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전원의 동의’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사장에게 기안문이 올라가기까지 1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기업 간 거래(B2B) 산업재를 생산하는 우리 기업이 일본에 진출할 때도 현지 업체의 신중한 의사결정 문화 때문에 중간에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셋째, 일본 특유의 ‘와(和·화합) 정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며, 조화를 추구하는 ‘와 정신’은 오랫동안 일본에서 지켜야 할 중요한 사회적 덕목으로 자리잡고 있다. 약속은 철저히 지켜야 한다. 또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거래가 커지고 난 다음에 비용이나 수익을 이유로 품질을 낮추거나 납기를 어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

넷째, 일본시장의 복잡한 유통구조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일본 소비자는 兌걋岵?맞춤형 제품을 소량 구매하는 성향이 강하다. 도큐핸즈같이 어떤 상품이건 소비자가 원하는 형태로 파는 매장이 인기를 끈다. 이 같은 소비자의 구색과 서비스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일본의 유통구조는 길고 복잡해졌다. 직거래 방식이 아닌 대형 벤더를 통한 납품을 선호하는 일본의 복잡한 유통 구조는 외국기업에 시장 진출의 큰 애로사항으로 꼽힌다. 일본 시장에 안착해 확고한 거래처를 확보한 중소기업은 이 같은 현지 유통구조를 이해하고 중간 도매상과의 신뢰관계를 구축해 나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불릴 정도의 혹독한 장기불황을 겪고 있다. 일본 데이코쿠데이터뱅크의 2014년 조사에 따르면 일본 내 100년 이상 장수기업은 2만7335개며 대부분 연매출 10억엔 미만 강소기업이라고 한다. 우리 중소기업은 산전수전 다 겪으며 생존해 온 일본 강소기업들과 경쟁해야 한다. 잘라파고스라 불렸던 일본시장 진출에 남다른 준비가 필요한 이유다.

임채운 <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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