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강소기업
2011년 이후 연속 흑자
중국서 슈퍼돼지 사업화 추진
[ 조미현 기자 ] 바이오 벤처기업 툴젠의 창업자인 김진수 서울대 화학과 교수(사진)는 2005년부터 대표에서 물러나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김 교수는 “전문경영인에게 회사 경영을 맡기니 오히려 연구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툴젠은 2011년 미국 시그마알드리치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유전자가위 사업화에 성공했다.
유전자가위는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의 변이를 잘라 내 정상으로 교정하는 인공효소다. 2010년부터 징거핑거(1세대)와 탈렌(2세대) 유전자가위를 잇따라 개발한 툴젠은 2013년 3세대 유전자가위인 크리스퍼를 독자 기술로 확보했다. 1~3세대 유전자가위 기술을 모두 갖고 있는 기업은 툴젠이 유일하다. 값이 비싸고 정확도가 떨어지는 징거핑거, 탈렌 등과 달리 크리스퍼는 정교하고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툴젠의 수익성은 크리스퍼를 개발한 뒤 본격적으로 늘었다. 2010년 1억원이던 매출은 2013년 1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15억원으로 늘었다. 영업이익은 1억5000만원. 2010년까지 적자였던 회사는 2011년 이후 연속으로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2013년 6월에는 코넥스에 상장했다. 김 교수는 “유전자의 기능을 연구하는 대학교나 연구소가 고객”이라며 “특정 유전자의 교정을 일으키는 유전자가위를 맞춤으로 제작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유전자가위 기술이 주목받는 것은 치료제나 식품 개발에 광범위하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툴젠은 연구용뿐 아니라 산업용 시장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최근 툴젠은 중국 옌볜대와 함께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많은 ‘슈퍼 근육 돼지’를 개발했다. 연간 돼지 7억~8억마리가 도축될 정도로 돼지고기 수요가 많은 중국에서 우선으로 사업화하는 게 목표다. 툴젠은 치료제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피가 멎지 않는 유전질환인 혈우병 치료제에 대한 동물실험을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김 교수는 “이르면 5년 후 임상시험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유전질환뿐 아니라 암, 에이즈 등 난치성 질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유전자가위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툴젠은 최근 기술성평가를 통과하고 올해 안에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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