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이득을 보는 수출업체 등으로부터 이익 일부를 환수해 피해 농어민을 지원하자는 ‘무역이득공유제’를 한·중 FTA 국회 비준 과정에서 볼모로 삼을 태세다. 특히 무역이득공유제 도입에 반대하던 새누리당까지 태도를 바꿔 야당에 가세했다. 무역이득공유제를 법제화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는 걸 뻔히 아는 정치권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농어민 표를 잡기 위한 포퓰리즘 경쟁에 나섰다고 볼 수밖에 없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에 의뢰한 연구용역 결과도 무역이득공유제 도입 불가였다. 농어민과 무역업계를 차별 취급해 형평성에 어긋나고, 기업의 이익이 FTA 때문인지 다른 요인 때문인지 구분하기 어려우며, 기업은 이익에 대해 이미 세금을 내고 있어 이중과세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뿐만 아니라 무역이득공유제를 도입한 외국 사례도 없거니와, 도입 시 FTA 협정 위반 소지까지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정치권이라지만 우길 걸 우겨야지 이럴 수는 없다. 더구나 무역이득공유제를 한·중 FTA와 결부시키는 것도 코미디 같은 일이다. 농어민 피해 운운하지만 적어도 한·중 FTA는 해당 사항이 없다. 정부가 오로지 농어업을 보호하느라 가장 낮은 수준의 FTA로 간 것이 한·중 FTA다.
지금도 온갖 피해대책 명목으로 혈세를 퍼부어 지원하고 있는 농어업이다. 그럼에도 더 얻어내자는 일부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역이득공유제를 들고나온 야당의 무책임성은 그렇다 치자. 명색이 집권당 대표라는 사람까지 적극 검토를 지시했다는 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그것도 지난달 31일까지만 해도 여당 정책위원회 의장조차 말이 안 된다고 했던 제도다. 결국 총선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정치권에는 최근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지역구가 줄어들 농어촌 지역을 달래기 위한 카드라는 분석이 파다하다. 가뜩이나 수출이 줄곧 줄어들면서 한국 경제가 총체적 위기로 내몰리는 마당이다. 표를 위해서라면 무역도, 산업도 다 말아먹어도 좋다는 것인가. 정치권은 최소한의 체면조차 내팽개칠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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