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 콘텐츠
용팔이 인기 비결은…
선과 악 모두 가진 다면적 캐릭터
메디컬·액션·멜로…'장르 융합'
반전의 반전 거듭하는 빠른 전개
[ 선한결 기자 ]
요즘 지상파 미니시리즈가 대박을 내기는 쉽지 않다. 참신한 콘텐츠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으는 모바일 채널과 케이블TV의 경쟁 프로그램들이 갈수록 늘고 있어서다. 올 상반기 미니시리즈 중 최고 시청률은 지난 1~4월 MBC에서 방영한 ‘빛나거나 미치거나’의 14.3%(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였다. 하지만 지상파 미니시리즈의 흥행작으로 분류되는 기준 시청률 15%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런 지상파 미니시리즈의 부진을 깨는 작품이 나왔다. 시청률 20%를 돌파한 SBS 수목 미니시리즈 ‘용팔이’다. 지난달 5일 첫 회를 내보낸 용팔이는 방영 2회 만에 올해 방송된 지상파 미니시리즈의 최고 시청률을 넘어섰다. 지난 16일 방송된 13회는 21.5%를 기록했고, 순간 최고시청률은 27.9%까지 올라갔다. 시청률이 높다 보니 첫 회부터 광고 완판 계약을 이어가고 있다. 2회 연장 방영도 결정됐다.
드라마는 돈이 필요해 가욋일로 조직폭력배 등을 치료하며 불법 왕진을 다니던 의사 김태현( 翎?분)이 병원에서 혼수상태에 빠져있던 재벌가 상속녀 한여진(김태희 분)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병원과 뒷골목, 부자들의 화려한 저택 등을 배경으로 속도감 있게 전개되며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고 있다.
입체적인 주인공 설정 공감 유도
드라마의 큰 특징은 다면적인 캐릭터들이다. 등장인물 대부분이 선과 악의 두 가지 면을 동시에 갖고 있다. 주인공 태현은 뛰어난 실력을 갖춘 외과의사다. 돈만 준다면 범죄자나 조직폭력배의 불법 치료도 마다하지 않아 ‘용한 돌팔이 의사’의 줄임말인 ‘용팔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태현이 속물적인 인물인 것만은 아니다. 돈이 없어 제때 치료받지 못해 돌아가신 자신의 어머니를 기억하며 연고가 없는 환자를 도와주는 등 인정 많은 면도 있다.
태현의 아내인 여진도 마찬가지다. 자신을 혼수상태에 빠뜨렸던 이복오빠에게 복수하며 비정한 모습을 보이는 그에게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재벌가의 재산을 얻기 위해 자신을 해치려는 사람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메디컬 액션 스릴러에 멜로 가미
드라마는 이런 인물의 이야기를 풀어가기 위해 다양한 장르를 혼합한다. 병원을 배경으로 해서는 긴박한 의료 사건이 줄잇는 메디컬 드라마가 펼쳐진다. 사채를 쓰고 조직폭력배와 연관된 태현이 등장하는 부분은 종종 스릴러를 연상케 한다. 박진감 있는 자동차 추격 등 스케일 큰 액션 장면도 나온다. 중간중간 태현과 여진의 관계를 그리는 멜로 장면도 있다. 球?환자는 이용할 수 없는 VIP 병동과 재벌가에서 벌어지는 권력 암투도 볼거리다.
이런 식으로 여러 장르를 섞은 드라마는 한 가지 장르의 고전적인 형식을 답습하는 것보다 효과적으로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한다. 태현과 함께 알콩달콩한 시간을 보낸 여진이 다음 장면에서 날카로운 말투로 복수 계획을 지시하는 등의 전개가 긴장감을 준다.
속도감 있는 전개
각각 사연이 있는 인물들과 다양한 장르가 섞인 내용이 한꺼번에 나오면 시청자들은 지치기 쉽다. 드라마는 이런 문제를 피하기 위해 이야기를 빠르게 끌고 간다. 초반부터 돈 없는 레지던트와 재벌 상속녀 이야기가 교차하며 속도감 있게 전개됐다. 식물인간 상태였던 여진이 깨어나 복수극을 펼치면서 이야기가 반전을 거듭하는 것도 흥미를 더하고 있다.
SBS 드라마 관계자는 “복잡하게 얽혀있는 인물들이 각자의 선택을 통해 만들어가는 섬세한 감정 변화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며 “본격적인 복수극이 시작돼 더 긴장감 있는 이야기가 전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빠른 전개로 인한 부작용도 있다. 속도와 박진감에 치중한 나머지 이야기에 개연성이 부족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무작정 모두를 적으로 돌리고 복수에만 치중하는 여진의 이야기가 부각되면서 더 그렇다. 매회 상승을 거듭하던 시청률도 지난 17일 방영한 14회에서 처음으로 하락했다. 줄거리와 주인공 설정이 신형빈 작가의 만화 ‘도시정벌’을 표절했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신 작가는 최근 에이전시를 통해 표절 의혹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을 상의하고 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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