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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학생들 "낯선 금융용어·은행 거래에 자신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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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청소년 대안학교 '하늘꿈학교'에서 열린 신한은행 금융교실

탈북학생 20명에게 금융 교육
투자·저축 등 현장 맞춤형 강의…평범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



[ 이미아 기자 ]
추석 명절을 열흘 앞둔 17일 오전, 경기 성남시 복정동에 있는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인 ‘하늘꿈학교’의 중등과정 교실에선 특별한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신한은행 사회공헌부 직원들이 지난 7월부터 하늘꿈학교에 재학 중인 탈북학생 20명을 대상으로 열어온 금융교실의 마지막 시간이었다.

이날의 주제는 ‘미래 설계’였다. 현재 국내 중학교에서 시행되고 있는 진로교육용 자유학기제를 본떠 중학교 졸업 검정고시를 준비 중인 탈북학생에게 향후 자신의 삶을 그려보는 시간을 마련한 자리였다. 학생들은 각자 받은 도화지에 장래희망과 연봉, 자산관리 계획 등을 적어 발표했다. 도화지에 커다랗게 물음표만 그린 윤모군(19)은 “어떻게 쓸지 몰라 이렇게 그렸지만 가구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며 “아들 딸 낳아서 교육 잘 시키고, 내집 마련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모양(18)은 “플로리스트가 돼 결혼을 일찍 해서 신랑과 함께 전원생활을 누리?싶다”고 했다.

총 여섯 번에 걸쳐 강의한 김영준 신한은행 사회공헌부 대리는 “투자와 저축, 통장 개설과 현금인출기 등 구체적 설명에 학생들의 호응이 좋아 보람이 크다”며 “앞으로 한국 사회에 정착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지난 5월 중국을 거쳐 탈북한 유모씨(22)는 “이 수업을 듣기 전엔 은행에 돈을 맡긴다는 게 꼭 다른 사람에게 내 돈을 줘버리는 것 같아 두려웠다”며 “너무 낯선 금융용어들도 혼란스러웠다”고 털어놨다. 유씨는 “탈북학생들은 돈을 다루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경우가 많아 돈이 생기면 충동구매하거나 반대로 돈을 무조건 깊숙이 숨긴다”며 “돈 관리를 잘 못해 나중에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변호사가 돼 멋지게 일하고 싶다”는 그에게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어떤 느낌이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유씨는 잠시 침묵했다가 대답했다. “가족들이 아직 북에 있어요. 돈 벌고 싶어 중국으로 나왔다가 거기서 한국으로 온 지 이제 넉 달 됐어요. 북한에서도 추석은 아주 큰 명절이에요. 지금으로선 가족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밖엔 할 수 있는 게 없네요.”

신윤진 신한은행 사회공헌부 부부장은 “탈북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금융 지식 이해”라며 “남북한의 경제체제가 완전히 다르고, 화폐단위와 금융용어도 상이해 청소년 때부터 지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올 6월 하늘꿈학교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이 수업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또 “현장 맞춤 교육을 통해 탈북청소년에 맞도록 계속 교과서와 수업과정을 바꿔 나가고, 내년부터 교육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강의 말미에 “어떻게 살고 싶어서 돈을 버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학생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답했다.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해외여행도 자유롭게 다니고 싶고요. 마음 편하게 살려면 돈 많이 벌어야 하잖아요.”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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