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시 "항공산업 육성했는데 타 지역 가나"
KAI "경영간섭 땐 사천 본사도 옮기겠다"
[ 김해연 기자 ] 경남 사천시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우주탐사R&D센터 유치’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KAI가 진주시와 손잡고 우주탐사R&D센터를 진주에 세우려는 것에 사천시가 반발하자 KAI는 경영간섭이라며 본사 이전도 검토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KAI는 16일 우주탐사R&D센터 구축과 관련한 입장자료를 통해 “사천시는 지속적인 대화 노력에도 일절 응하지 않고 자의적 해석과 왜곡 발표를 계속하고 있다”며 “KAI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사천시의 경영간섭이 지속된다면 본사 이전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천시와 KAI의 갈등은 우주탐사R&D센터를 진주에 설립하기 위한 움직임이 최근 본격 전개되면서 표면화됐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추진하는 우주탐사R&D센터는 당초 연구 인력이 집중돼 있는 대전에 설립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예산 삭감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진주지역 유치 쪽으로 급선회했다.
이에 따라 KAI와 진주시, 경상대 등은 지난 14일 우주탐사R&D센터 진주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사천시와 지역 시민사회단체의 반발로 연기됐다.
사천시와 지역시민단체 등은 “KAI가 우주탐사R&D센터 진 ?설립을 추진하면서 사전에 협의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진행했다”며 “항공우주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는 사천이 아닌 다른 지역에 우주탐사R&D센터를 세운다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했다.
이선두 사천부시장은 “그동안 사천시는 태스크포스팀까지 구성해 KAI를 지원해 왔다”며 “KAI의 이번 결정에 대해 시민들이 뒤통수를 맞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어 설득할 수 있는 명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KAI 측은 “사천시의 지역이기주의가 국가항공산업 발전까지 저해할 수 있다”며 맞서고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와의 불협화음이 항공정비(MRO)사업의 차질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KAI는 이달 말 국토교통부에 MRO사업계획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KAI 관계자는 “사천시가 정상적 기업활동에 대해서까지 간섭을 지속한다면 KAI의 경쟁력 약화는 물론 국내 항공산업 발전에도 이롭지 않다”며 “기업의 자유로운 경영활동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면 본사 이전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항공 MRO 유치와 관련해 다른 지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사천시의 일방적인 협력중단 선언은 이 사업을 다른 지역에 양도하겠다는 포기 선언과 같다”고 덧붙였다.
사천=김해연 기자 ha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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