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타트업' 키우는 외국인 열전 (9) 제이슨 최 디메이저 공동대표
[ 최유리 기자 ]
한국을 기점으로 영역을 넓히는 광고업체와 달리 재미교포인 제이슨 최 디메이저 공동대표(사진)에게 한국은 해외 진출을 위한 목적지였다. 미국에서 광고 일을 시작한 그에게 새로운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글로벌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는 제일기획을 선택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런 그가 제일기획을 나와 디메이저를 창업했을 때 “미쳤다”는 게 주위 평가였다. 국내 광고업계 1위 기업을 마다하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모험을 걸었기 때문이다.
안정성을 포기한 대신 디메이저는 속도와 유연성을 얻었다. 대기업의 큰 덩치와 위계적인 의사소통 과정을 없애면서다. 최근에는 옐로모바일 사단에 합류하면서 더 큰 무대도 준비하고 있다.
디메이저는 광고가 아니라 ‘콘텐츠’를 전면에 내세운 마케팅 회사다. 제품을 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 소비자들과 브랜드에 대해 소통하는 방식이다. 광고·이벤트 기획부터 웹 사이트 및 앱(응용프로그램) 제작까지 다양한 경로를 이용한다.
콘텐츠의 힘을 입증한 대표적인 예는 메가박스 솔로관 캠페인이었다. 2013년 당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솔로대첩’이 이슈화하면서 이를 마케팅에 활용했다. 영화관에 솔로들을 모아 소개팅을 주선하는 이색 마케팅이었다.
메가박스는 경쟁사보다 규모도 작고 마케팅 비용이 많지 않았다. 이슈 메이킹이 필요했다. 그래서 솔로관을 만들었다. 옆자리에는 임의로 이성을 배치했다. 그 결과 166명을 모집하는 데 무려 3만명이 응모하는 성과를 일궜다. 이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굵직한 30여개 고객사도 확보했다. 설립 3년 만에 매출은 다섯 배 가까이 뛰었다.
아이디어는 다양한 배경의 직원들에게서 나온다. 개성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디제이, 비보이, 셰프 등 이색적인 이력의 인력을 뽑았다. 독일, 프랑스, 러시아 등 외국인 직원 비율도 20%에 이른다. 개성 있는 직원들이 경쟁력으로 꼽히지만 인재를 뽑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스타트업보다는 대기업을 선호하는 문화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새로 길을 닦는 것을 좋아하는 미국 젊은이들과 달리 한국에서는 좋은 대학을 나와 대기업으로 향하는 ‘정해진 길’을 가는 인재가 많다고 아쉬워했다.
인재를 기반으로 스타트업의 성공 케이스도 다양해져야 한다고 최 대표는 지적했다. 다양한 스타트업이 경쟁해야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고, 혁신을 따라 투자자가 몰리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는다는 설명이다. 최근 옐로디지터마케팅그룹(YDM)에 합류한 것도 스타트업들과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다. 벤처연합군 옐로모바일의 자회 瑛?YDM은 국내외 디지털 마케팅 분야의 19개 회사가 모인 곳이다.
디메이저는 YDM에 소속된 계열사들과 협업해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최근 아시아·태평양에서 한국을 찾는 광고주가 많아졌습니다. 한국적인 콘텐츠와 마케팅 인프라를 찾기 위해서죠. 큰 글로벌 프로젝트 안에서 YDM 계열사들이 협업할 수 있습니다. 지난 3년 동안 내실을 다졌다면 이제 성장의 티핑 포인트(전환점)를 맞았다고 봅니다.”
최유리 한경닷컴 기자 now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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