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성동조선해양에 물린 한국수출입은행(수은)에 1조원 규모의 현물출자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선업 부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수은의 건전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조선업 구조조정에 대한 아무런 밑그림도 없이 단지 국책은행이 부실화했다고 무조건 공적 자금만 퍼붓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다.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수은에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출자금만 현물 1조2593억원, 현금 2300억원 등 1조4893억원에 달한다. 더구나 올해 들어서도 이미 본예산 400억원, 추가경정예산 750억원 등 1150억원의 현금을 투입한 상황에서 추가로 또 1조원 규모의 현물출자를 진행하는 것이다.
수은이 이렇게 만신창이가 된 건 성동조선은 물론이고 SPP조선, 대선조선 등 중소형 조선사를 비롯해 경남기업, 모뉴엘 등에 부실 여신이 쌓인 탓이다. 하나같이 국책은행의 도덕적 해이를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특히 조선사의 경우는 수은이 제때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서 부실을 더 키운 꼴이 됐다. 2011년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었지만 4년째 정상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성동조선이 단적인 사례다. 그동안 수은이 성동조선에 쏟아부은 자금만 대출금 출자 전환을 포함해 무려 2조6000억원에 이른다.
지금 사정은 전혀 달라진 게 없다. 수은은 경영협력 협약이라는 이름으로 성동조선 경영을 삼성중공업에 억지로 떠넘기다시피 했다. 당장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자꾸 미룬다. 이러다 성동조선의 회생이 실패로 끝나면 그땐 더 큰 일이다. 공적자금 투입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날 게 불 보듯 뻔하다. 대체 누가 책임을 지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수은만이 아니다. 산업은행 등 다른 국책은행이나 정책금융을 주무른다는 곳은 죄다 비슷하다. 국민 혈세를 주머니 쌈짓돈쯤으로 여기는 것이다. 구조조정은 지연되고 공적 자금만 퍼붓는 악순환을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나. 아니 구조조정에 대한 범(汎)정부 차원의 토론이라도 있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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