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흠 씨 소설집 '四十四' 출간
[ 박상익 기자 ] 소설가 백가흠 씨의 네 번째 소설집 《四十四》(문학과지성사)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모두 40대다. 이들이 마주친 현실과 고민은 낱개로 보면 제각각이지만 ‘40대’라는 주제어를 놓고 보면 비슷한 모습이다. 고교생 때 1988년 서울올림픽을, 20대에는 외환위기를 경험하고 30대에 이르러 2002년 월드컵을 겪은 지금 40대의 특징은 아무런 특징이 없다는 것. 작가는 윗세대만큼의 성공을 이루지 못했고 아랫세대보다는 현실에 물들어 버린 우울한 40대의 초상을 씁쓸하게 그려낸다.
표제작 ‘四十四’와 ‘네 친구’의 주인공은 괜찮은 직업을 가지고, 오랫동안 만나는 친구들이 있지만 잘못된 연애의 기억을 비롯한 내면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그것은 명품 구두로도 치유할 수 없는 고통이다. ‘아내의 시는 차차차’에는 직장을 잃고 사업도 실패한 한 남자가 등장한다. 그는 아내의 눈치를 보며 백화점 문화센터 시 창작교실을 수강한다. 또래 수강생이 자신을 업신여기지 못할 방법으로 옛날 시를 짜깁기한 그는 얼떨결에 등단 작가가 되고 만다.
‘흉몽’에서는 유능하지만 오만해서 주변 사람들을 잃고 알 수 없는 이유로 입술까지 잃어버린 출판사 편집장이 나온다. 모두 일그러진 모습을 지닌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연작소설처럼 풀어낸다.
“모두 내 아래 있었다. 팔리지 않는 필자거나, 신인 작가의 경우가 그랬다. 책을 출간해도 이익이 하나도 남지 않는 것을 그들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대했다. 대개는 출간 결정이 되면 엄청나게 기뻐했으나, 이미 미안한 마음이 차오르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차일피일 교정을 미루거나 출간일을 내 멋대로 조정했다.”(‘흉몽’ 중)
문학평론가 우찬제 씨는 작품해설을 통해 “앞으로 나아갈 수도, 뒤로 물러날 수도 없는 시커먼 심연에 갇힌 세대의 불안과 공포가 얼마나 큰지, 반성적으로 성찰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라고 밝혔다. 전작들을 통해 사회와 인간의 폭력성을 조명했던 작가는 이제 세대의 고통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 자신이 《四十四》에 수록된 작품을 2011년부터 써내려 가며 30대에서 40대로 넘어왔다는 것이 한 가지 답이 될 수 있겠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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