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우위 활용해야 할 한·중FTA
포퓰리즘적 발상에 비준 발목잡혀
중국 시장 확대 골든타임 놓치면 안돼"
오정근 < 건국대 특임교수·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
‘무역이익공유제’란 또 하나의 포퓰리즘적 발상이 한국과 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의 발목을 잡고 있다. 무역이익공유제는 자유무역으로 이익을 보는 부문의 수익을 공유해 손해를 입는 분야를 돕자는 것이다. 일견 그럴듯하게 들릴 수도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FTA의 목적은 비교우위 경쟁력이 있는 상품을 서로 교환함으로써 FTA 참가국 국민 모두의 후생을 증진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은 스마트폰, 호주는 소고기에 비교우위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호주는 한국의 질 좋고 값싼 스마트폰을 수입할 수 있고, 한국은 호주가 생산하는 양질의 소고기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게 된다. 두 나라 국민 모두 이익을 보는 것이다.
만일 호주산 소고기를 FTA 양허대상에서 제외하면 어떻게 될까. 한국 국민은 소고기를 비싸게 사 먹어야 한다. 이는 음식료품 가격을 높이고, 임금상승으로까지 이어져 경제 전반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이런 이론적 배경에 따라 노르웨이 경제학자 에릭 라이너트는 저서 ‘어떻게 부자나라는 부자가 됐고 가난한 나라는 가난하게 됐나’에서 한때 영국보다 앞섰던 스페인이 영국에 뒤지게 된 이유로 “스페인이 농업을 과보호하고, 자유무역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책은 2008년 세계 경제학 서적 중 매년 가장 뛰어난 책에 수여하는 ‘뮈르달상’을 받아 화제가 됐다.
그러면 호주산 소고기를 수입하면 한국 축산농가는 사라지는가. 그렇지 않다. 자유무역에 점진적으로 노출될 경우 축산농가가 생존하기 위해 더욱 자체 경쟁력을 높인다. 시장개방에 맞서 세계적인 고급 소고기 브랜드 ‘와규(和牛)’를 생산하는 일본이 좋은 예다.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노력의 결과가 자유무역으로 피해를 볼 것 같은 분야를 거꾸로 비교우위가 있는 산업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것이다.
보호를 계속하면 오히려 경쟁력이 더욱 떨어진다. 그 대가로 경쟁력 있는 제품들마저 수출길이 막히게 된다. 한국이 전형적인 경우다. 경쟁력 있는 스마트폰 부문의 이익을 떼어내 축산농가에 나눠준다면 어떻게 될까. 수출해도 이익이 덜 남는 스마트폰 제조기업은 수출 증대를 위한 동기 부여가 잘 안 된다. 이익을 나눠갖는 축산농가는 경쟁력 제고 노력을 하지 않는다. 결국 경제 전반이 추락한다.
지난해 11월 타결된 한·중 FTA는 1611개 농축수산품 중 쌀 옥수수 소고기 돼지고기 사과 등 548개를 아예 양허대상에서 제외했다. 콩과 양배추 토마토 등 216개 품목만 즉시 개방하도록 했다. 2013년 한국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농산물은 25억달러어치였다. 이 가운데 한국이 보호 대상으로 한 곡물의 수입은 약 3억달러어치에 불과했다. 정부는 국내 농축수산업 보호 지원 비용 및 이 같은 무역 불균형에 따른 연평균 손해액을 농산품 77억원, 수산품 104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정도의 농축수산업 보호를 위해 한국은 자동차와 반도체, 디스플레이, 철강, 화학제품, 선박, 기계류, 고급의류, 화장품 등 경쟁우위에 있는 공산품을 대부분 비양허대상으로 받아들였다. 기술우위 품목의 중국시장 점유를 확대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 것이다. 그런데도 무역이익공유제를 말하는 것인가. 오히려 곡물 보호를 위해 경쟁력이 훨씬 큰 비교우위 기술력을 가지고도 양허대상에서 제외된 공업 부문이 피해를 보전받아야 하는 형편 아닌가.
오정근 < 건국대 특임교수·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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