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단백질 묻은 주삿바늘로 사람 간 전염 가능성 첫 확인
[ 박근태 기자 ] 영국 연구진이 알츠하이머(치매)가 주삿바늘을 통해 사람 간 전염될 수 있다는 증거를 찾아냈다. 치매 환자에게서 발견되는 단백질이 다른 환자에게 전파될 수 있다는 사례가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과 영국 국립신경외과병원 공동 연구진은 9일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던 치매 단백질인 ‘베타아밀로이드’가 다른 사람에게 전염됐다는 증거를 포착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8명의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CJD) 환자 뇌를 부검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알아냈다. 이들 환자는 30년 전 시신의 뇌하수체에서 추출한 것으로 추정되는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았다가 CJD에 걸렸다. 연구진은 환자들의 뇌에서 CJD를 일으키는 단백질인 ‘변형 프리온’ 외에도 치매 환자에게서 발견되는 베타아밀로이드가 이례적으로 많이 쌓인 점을 확인했다. 치매는 유전자 변이에 의해 유발된다고 알려졌지만, 이들 환자에게선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시신의 뇌하수체에 있었던 베타아밀로이드가 씨앗이 되어서 성장호르몬 주사를 통해 환자에게 전달됐고 몸속에서 E맘틜鈞括絹?덩어리를 형성했다는 결론을 얻었다.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는 과정에서 프리온과 함께 베타아밀로이드가 다른 사람의 몸으로 전달됐다는 것이다. 이상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베타아밀로이드가 프리온처럼 전염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처음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시신에서 추출한 성장호르몬은 1985년 이후 사용이 전면 중단됐다. 현재는 유전자재조합으로 만든 성장호르몬제가 사용되고 있다. 조동규 성균관대 약대 교수는 “이번 연구가 시신에서 추출된 물질이 전염을 일으킨다는 가설을 뒷받침하지만 CJD 환자에서 발견된 아밀로이드가 전염에 따른 결과라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학계는 추가 연구를 통해 더 확실해지면 수술도구나 의료기기의 전염 관리를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네이처는 “베타아밀로이드도 프리온처럼 보건의료와 외과수술 분야에서 큰 충격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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