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시중에는 엄마의 역량과 역할을 강조한 자녀 교육서나 관련 기사들로 넘쳐난다.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키우면서 그런 내용을 접할 때마다 '죽었다 깨도 저런 엄마는 될 수 없겠구나, 나는 정말 부족한 엄마구나' 하는 생각에 자신감이 떨어지기 일쑤였다.</p>
<p>하지만 이런 고민은 혼자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같은 고민을 해온 엄마들이 모여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외로움이나 부담감, 스트레스를 함께 나누는 모임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웠던 이유다.</p>
<p>엄마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행복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모임이 있다는 것은 엄마 입장에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p>
<p>그렇게 큰 기대를 안고 한달음에 찾아간 곳이 바로 '금천엄마행복공동체'다.</p>
<p>♦ "혼자 고민하지 마세요"</p>
<p>'미래를 위해서' 라는 이유만으로 아이들은 사교육 시장에 내몰리고 과도한 사교육 때문에 가슴은 멍들기 일쑤다.</p>
<p>엄마는 자신을 희생했지만 부모와 자식은 점점 멀어지고 결국에는 허탈함만이 남는 것이 현실이다.</p>
<p>사교육의 악순환에서 벗어나 '아이도 행복하고 엄마도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런 고민 끝에 '금천구엄마행복공동체'가 탄생했다.</p>
<p>마을 활동가이자 두 자녀의 엄마이기도 한 박현주 '꿈씨 도서관' 관장은 "마을 안에 있는 작은 도서관을 중심으로 평범한 엄마들의 공통 관심사인 자녀 양육이나 교육 외에도 엄마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내 마음 돌보기, 행복찾기 등을 함께 하자는 취지로 시작했다"고 말한다.</p>
<p>금천구엄마행복공동체의 모토도 이런 뜻을 담아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로 잡았다. 자녀교육 문제로 혼자 고민하는 엄마들이 위축되지 않고 함께 모여 살면서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p>
▲ 금천엄마행복공동체에서 박재원 행복한공부연구소 소장이 강의하는 모습 (사진=김혜진 마을기자) |
<p>첫 모임에서는 박재원 아름다운 배움 행복한공부연구소 소장의 강의를 들은 뒤 인사나누기, 몸 풀기 게임, '일상에서 행복 경험' 카페에 공유하기 등을 시도했다.</p>
<p>두 번째 만남 때는 동네에서 함 ?어울리기 좋고, 자신의 시야도 넓히는 공간을 찾아 저마다 속내를 풀어내면서 진지한 대화도 나눴다.</p>
▲ 금천엄마행복공동체에서 박재원 행복한공부연구소 소장이 행복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사진=김혜진 마을기자) |
<p>정보력과 경제력이 뛰어난 부모가 행복할 것이라는 사회적 통념과 편견이 있지만 실제로 박 소장이 목격한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p>
<p>"부모의 삶에 행복이 없고 근심 걱정이 가득한 데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까요? 지쳐 있어서 그저 감각적으로 의사결정을 합니다. 무엇인가를 정할 때 과연 우리 아이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남들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골라준 것을 내가 소비하는 건 아닌지에 대해 판단력을 발휘해야 합니다."</p>
<p>박 소장이 이런 얘기를 하기까지는 20년이 걸렸다는 이야기가 이어졌다.</p>
<p>"엄마이자 주부, 아내로서 역할을 열심히 하고 살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보니 내 인생이 없었죠. 애들이 좀 더 크면, 돈도 더 벌고 시간이 지나면 내가 행복해 질 것 같았는 데. 하지만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외적 조건이 우리 행복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그리 크치 않죠. 80%는 내 마음이 결정합니다."</p>
▲ 박현주 '꿈씨 도서관' 소장이 금천엄마행복공동체 회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사진=김혜진 마을기자) |
<p>금천엄마행복공동체의 첫 번째 과제는 '엄마가 행복해지는 것'이다.</p>
<p>'돈독한 인간관계'는 행복의 주요 요소 중 하나다. 행복은 내 주변에 있으니 금천이라는 우리 동네에 모여 진정한 행복의 조건을 함께 찾아보자는 얘기다.</p>
<p>모임에 참석했던 정희경(43)씨는 "처음 왔을 때 친분 있는 사람이 없었는 데도 별로 어색하지 않았다"며 "목소리 큰 사람이 주도적으로 모임을 이끌어 가는 분위기가 아니어서 소외받는다는 느낌없이 참여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p>
<p>아이와 동네 작은도서관을 다니다 모임 소식을 접했다는 노춘해(42)씨는 "평소 아이가 무엇인가를 배울 때 많이 기다려주는 편"이라며 "느리긴 하지만 자기가 필요하다고 느끼면 스스로 해내려고 노력하더라"고 말했다.</p>
<p>모두들 자신이 사는 지역에 이런 모임이 생겨 반갑다는 표정이다.</p>
<p>박현주 '꿈씨 도서관' 관장은 모임장소를 정할 때도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장소 섭외를 한다고 말한다.</p>
<p>"혼자 활동하면 강의를 들으며 느낀 긍정적인 감정이 금세 사라지기 쉬워요. 서로 공감하고 지지하면서 에너지와 힘들이 흩어지지 않고 모일 수 있도록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모임을 계속 이어나갈 계획입니다."</p>
<p>서울 금천구의 엄마들은 행복해 보였다. 자신이 먼저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엄마들의 감염력이 얼마나 될지는 모임의 진정성에 달려있다는 생각이 들었다.</p>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