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회담 이후…동북아외교 주도 시동
9월 미·중…10월 한·미, 한·중·일 연쇄 정상회담
북한 지지하던 중국 태도 변화…미·일과 공조 관건
[ 장진모/전예진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한·중 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공고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안정, 그리고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재확인하면서 보다 적극적인 협력 의사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다. 청와대 안팎에서 박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에 ‘통일 외교’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 ‘자주적 통일’ 입장 변화하나?
박 대통령의 ‘통일외교’가 주목받는 것은 중국의 자세 변화 가능성과 맞물려 있다. 한·중 정상회담 뒤 양국이 합의해 발표한 보도문에는 “중국 측은 한반도가 장래에 한민족에 의해 평화적으로 통일되는 것을 지지했다”고 돼 있다. 중국이 그동안 일관되게 견지해온 ‘평화통일’과 ‘자주적 통일(한민족에 의한)’이라는 입장에서 별로 진 換?것은 없다. 시 주석은 2013년 한·중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자주적 평화통일’에 대한 지지의 뜻을 밝혔다. 자주적 통일은 외세 개입 배제,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북한의 ‘우리민족끼리 통일’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방중을 마치고 귀국길 대통령 전용기에서 “앞으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 중국과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며 “가능한 한 조속한 시일 내에 한반도 평화통일을 어떻게 이뤄 나갈 것인가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예전처럼 단순한 지지를 표명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우리 측과 상당한 공감대가 마련돼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외교가 일각에서는 통일문제와 관련해 그동안 암묵적으로 북한을 지지해온 중국이 우리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정민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이 한국 주도의 통일에 동의했다면 획기적인 사건”이라며 “그 정도는 아니지만 중국이 기존의 평화·자주통일이라는 입장에서 한발 넘어섰다는 느낌이 든다”고 분석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중국을 상대로 통일 협력 약속을 이끌어 낸 만큼 앞으로 미국과 일본 러시아 등을 상대로 ‘통일외교’에 본격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을 화두로 동북아시아 외교정세를 풀어가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계산이다.
○‘통일외교’로 동북아 외교 주도
박 대통령의 통일외교가 힘을 받으려면 미국과 중국 간에도 모종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 이달 말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이 주목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달 말 미·중 정상회담과 10월16일의 한·미 정상회담 때까지 한·중, 한·미 간에 모든 채널을 풀 가동해 북핵문제 해결과 통일외교의 모멘텀을 살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구상하고 있는 평화통일 논의에 대해 미국과 중국의 지지를 모두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한·미동맹 강화뿐 아니라 북핵 문제 등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변화도 회담의 주요 의제로 잡혀 있어 자연스레 통일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이번 방중에서 시 주석과 오는 10월 말 또는 11월 초에 한국에서 한·중·일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함으로써 일본 역시 한반도 통일 논의 테이블로 끌어들일 수 있게 됐다. 특히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는 미국이 우리 정부에 강하게 요구해온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를 이룰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점에서 미국 측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동북아 정상외교 일정에서 박 대통령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의미 있고 조속한 재개의 실마리를 마련할지도 주목된다. 조태용 외교부 1차관은 동북아 주요국 정상 간에 비핵화 대화를 다시 한 번 살려보고 북한의 비핵화를 압박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적 논의가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미국과 일본에 한국의 중국경도론(중국에 기울었다는 뜻)을 불식시키고, 중국과 소원해진 북한을 대화 테이블에 끌어들이는 것이다. 북한은 노동당 창건일(10월10일)에 즈음 ?미사일 도발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진모 /전예진 기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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