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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 교향곡 제1번 '거인'과 함께 돌아온 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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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교향곡의 대가로 우뚝 선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 1860~1911년). 올해 그의 탄생 155주년을 맞아 대구시립교향악단(이하 대구시향)이 오는 18일 오후 7시 30분 대구시민회관 그랜드 콘서트홀에서 제417회 정기연주회를 통해 말러의 ‘교향곡 제1번'을 연주한다. 또 말러를 추앙했던 현대음악의 선구자 쇤베르크의 ‘정화된 밤'도 함께 연주함으로써 이번 음악회의 의미를 더한다.

이날 지휘는 대구시향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가 맡는다. 지난 5월 말, 공연 중 갑작스런 심장 이상으로 대구에서 치료를 받고 건강을 회복했던 줄리안 코바체프는 6월, 세계적인 음악 축제인 ‘아레나 디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Arena di Verona Opera Festival)'의 오페라 지휘를 위해 이탈리아로 잠시 떠났었다. 그러나 그곳에서 다시 한번 쓰러져 집중 치료를 받기도 했다. 이후 건강을 되찾은 그는 관객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축제의 무대에 올라 오페라 ‘나부코'(총7회)와 ‘토스카'(총2회)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두 번이나 쓰러졌지만 기적처럼 다시 일어선 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는 이탈리아의 오페라 무대에서도 탁월한 작품 해석과 완성도 높은 음악성으로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내며 전 세계 음악팬들에게 자신의 건재함을 알렸다.
또한 세계무대에서 주목 받고 있는 그가 대구시향의 지휘자라는 사실이 이슈가 되면서 대구를 알리는데도 큰 역할을 했다. 이미 해외에서 복귀 무대를 무사히 마친 줄리안 코바체프가 대구시향 제417회 정기연주회에서는 과연 어떤 무대를 선보일지 벌써부터 클래식 음악팬들은 높은 기대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열기를 보여주듯 연주회의 티켓도 매진이 임박했다.

이날 연주하는 말러의 ‘교향곡 제1번'은 그의 음악에 입문하려는 사람들에게 가장 적합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말러의 첫 번째 교향곡이면서도 그의 음악을 구성하는 거의 모든 요소를 골고루 담고 있다. 연주시간도 50분 남짓인데 말러의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비교적 짧은 축에 속한다.
말러의 교향곡은 거대한 음향과 역동적인 분위기 때문에 공연장에서 감상 시 만족도가 높은 작품으로 손꼽힌다. 이러한 점은 ‘교향곡 제1번'도 예외가 아니다. 예를 들어 이 곡의 제4악장에서 말러는 연주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 호른과 트럼펫 주자들이 모두 일어서서 연주하도록 지시했다. 이 같은 기립 연주는 금관악기의 폭풍 같은 음량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시각적으로도 극적인 연출을 보여줌으로써 관람객들에게 감동을 더해준다. 대구시향의 이번 연주회에서도 이 모습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다.

‘교향곡 제1번'은 말러 특유의 작곡기법이라 할 수 있는 ‘자가 복제’와 ‘인용’이 효과적으로 사용됐으며, 대규모 악기편성과 특색 있는 악기운용이 돋보인다. 느리게 시작된 제1악장에선 말러의 초기 연가곡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 중 두 번째 곡의 선율에 기초한 逞┛?흘러나오고 뻐꾸기 울음소리(목관악기)는 청춘의 봄을 상징한다. 제2악장은 말러가 애용했던 랜틀러 춤곡풍의 선율이 펼쳐지다 왈츠풍으로 넘어간다.

그러나 제3악장에 들어서면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진다. 장송행진곡 같은 선율이 음울하게 연주되면서 청춘의 우울을 노래하고, 이를 희화화하는 밴드 음악 소리가 들려온다. 이어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 중 네 번째 곡에서 인용한 아름다운 바이올린의 멜로디를 들으며 쉬지 않고 4악장으로 들어간다.

제4악장의 도입부는 오케스트라의 총주로 시작되는데 깜짝 놀랄 만큼 강렬하다. 말러는 청춘의 시련을 극복하려는 강한 의지를 오케스트라의 거대한 음향과 에너지로 표출했다.

‘교향곡 제1번’에는 특별히 ‘거인(Titan)’이라는 표제가 붙어 있다. 이 제목은 독일의 소설가 장 폴 프리드리히 리히터가 썼던 동명의 소설 제목을 인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말러는 이 곡에서 거인의 초인적인 모습을 나타낸 것이 아니라 청춘의 기쁨, 고뇌, 낭만을 비롯해 삶의 허무 등을 표현함으로써 20대 청년, 다시 말해 말러 자신의 초상을 그린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에 말러의 제자 브루노 발터는 이 작품을 일컬어 '말러의 베르테르'라고도 했다.

하지만 이 곡의 초연은 대실패로 끝났다. 낯선 음악에 당황한 비평가들은 신날하게 혹평했고, 말러는 한동안 실의에 빠졌다. 이후로도 말러의 음악들은 관객과 비평가 모두에게 쉽게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하지만 말러는 “언젠가 나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은 오늘날 현실이 되어 전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에서 그의 작품들이 연주되고 있으며, 말러 음악 애호가를 이르는 ‘말러리안(Mahlerian)’이란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대중의 열광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이날 공연의 전반부에는 말러의 문하생이었던 아놀드 쇤베르크(Arnold, Schönberg, 1874~1951년)의 ‘정화된 밤’을 연주한다. 쇤베르크는 20세기 현대음악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작곡가였지만 이 곡은 그가 아직 후기 낭만음악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무렵에 쓴 작품이다. 1899년 10월, 25세의 쇤베르크는 졸업 작품으로 데멜의 시집「여인과 세계」중 ‘정화된 밤’이라는 시에 근거해 현악 6중주의 표제음악으로 이 곡을 완성했다. 내용에 있어서는 교향시와 비슷한데 1917년 이를 현악 합주곡으로 편곡해 발표했고 1943년에 또 한 번 개정했다.

비록 이 곡은 낭만음악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작품이지만 그 밑바탕에는 쇤베르크의 개성이 넘쳐흐른다. 우선 현악기의 독특한 주법을 사용한 음색적 효과와 6성부의 대위법적 진행 등은 쇤베르크의 특징들이다. 무엇보다 시에서 드러난 감정의 기복을 효과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조성과 화성 진행에 있어서 엄격한 계획성으로 치밀함을 보여준다. 이러한 계획성은 쇤베르크 후기에 나타나는 12음열 기법의 엄격한 규칙성과 일맥상통한다. 또한, 이 곡에 나타난 조성의 모호성은 앞으로 나타나게 될 무조 음악을 예고하고 있다.

누구보다 이번 무대를 앞두고 감회가 남다른 줄리안 코바체프 상임지휘자는 “이날 연주하는 말러의 ‘거인’은 이미 작년부터 계획했던 프로그램이다. 공교롭게도 교향곡의 ‘거인’으로 우뚝 선 말러의 시작을 알린 이 곡을, 다시 찾은 대구에서 첫 공연 때 연주하게 되어 운명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덧붙여 “나는 종종 말러의 음악에서 우주를 발견한다. 끝없이 창대하고 무한한 말러의 음악 세계를 탐험하다 보면, 상상 그 이상의 사운드와 하모니로 이전까지 느껴본 적 없던 색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무대에서는 말러의 초기 교향곡에 깃든 음악가로서의 자유와 번민, 고뇌 등의 감정을 잘 녹여내 그의 음악을 사랑하는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무대를 선물하고 싶다”고 밝혔다.

대구시향은 제417회 정기연주회부터 공연 당 객석의 5% 이내에서 나눔 티켓을 제공한다. 그 대상은 지역민들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소방공무원, 경찰공무원, 환경미화원 및 그 가족과 저소득 가구, 한부모 가정, 독거노인 등 문화소외계층이며, 이들을 정기적으로 대구시향의 연주회에 초대해 함께 소통하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대구=오경묵 기자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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